어느 일상

박효진 조각展   2004_0526 ▶ 2004_0601

박효진_무제_20×20×45cm_2004

초대일시_2004_0526_수요일_06:00pm

관훈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Tel. 02_733_6469

우리의 삶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그 답은 아마 "일상"일 것이다. 일상은 너무나도 일상적이어서 일상이 아닐까. 일상을 꿰뚫고 존재의 본질에 대하여 파악하는 것은 확연히 드러나는 사건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언듯 언듯 바라 뵈는 잿빛 하늘 속에서 문득 감정의 변화를 경험케 되는 것처럼, 잿빛 일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혼란스런 정체성을 경험할 수 있다. 언제나 똑같이만 보이던 하늘도, 똑같은 집안 풍경도, 또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도 어느 순간 인간의 존재론적 불안을 섬뜩하게 드러내는 경험을 가지게 된다. 섬세하고 일상적인 사물들이 더 이상 나의 일상이 아닌 것으로 다가오는 그 순간에 그것은 존재의 비애로 통하는 아픔으로 다가온다. ■ 박효진

박효진_무제_40×40×6cm_2004
박효진_무제_40×40×6cm_2004
박효진_무제_40×40×6cm_2004
박효진_무제_15×19×15cm_2004
박효진_무제_40×10×24cm_2004

마흔 다섯 살이 된 아침, 나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여섯시에 맞춘 괘종시계 소리에 눈을 떴다. 겨울 지나면서 해는 발돋움질하듯 조금씩 길어지고 매일매일 한 겹씩 엷어지는 어둠 속에 섬세하게 깃들인 새벽빛, 친숙하고 익숙한 습관과 사물들 사이에서 잠을 깨었다. 여기저기,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진 자리에 의심 없이 놓여진 전기밥솥, 가스레인지, 프라이팬과 낡고 늙어 부쩍 모터소리가 요란해진 냉장고 따위의 가운데서 움직이며 나는, 때어났을 때 사십 오년 후의 이러한 내 모습을 결코 상상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을 잠깐 해본 것이 다르다면 다른 일이었을 것이다._오정희 단편소설_'옛우물'중에서

Vol.20040525a | 박효진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