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김필래 조각展   2004_0529 ▶ 2004_0618

김필래_집짓기Ⅱ-1_실, 천_75×55×10cm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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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529_토요일_03:00pm

보충대리공간 스톤앤워터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2동 286-15번지 2층 Tel. 031_472_2886

의미의 중복, 변주가 이루어지는 대화적 공간 - 김필래 개인전에 부쳐 ● 2003년의 일곱 번째 개인전을 『집짓기』라 명명한 작가 김필래가 같은 주제로 2004년 여덟 번째 개인전을 마련하였다. 안양시 석수(石水)동 석수시장 내에 위치한 대안공간 "stone&water"의 개관을 기념하는 이 전시는 작가가 이 지역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더욱 내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김필래_집짓기Ⅱ-3_실, 천_40×35×16cm_2004
김필래_집짓기Ⅱ-2_실, 천_100×70×12cm_2004

몇 해전부터 꾸준히 면실, 솜, 천 등의 자연섬유를 이용해 온 김필래의 매우 회화적인 설치작업은 삶에 대한 자신의 방법을 표현한다. 가는 실이 둘둘 수없이 감겨져 이루어진 크고 둥근 점, 실을 차곡차곡 잇대어 이룬 면, 천을 올올이 풀어헤쳐 드리워진 선들을 통한 삶의 은유는 관람자의 상상적인 꼬리를 따라 이리저리로 이동한다. 그녀의 작업들이 표현의 과정들을 드러내주고 일정한 표현규칙들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작가가 표현하는 삶은 겉으로 보여지는 현실은 아니지만, 그러나 매우 실재적이다.

김필래_집짓기Ⅰ-1_천_90×90×17cm_2004
김필래_집짓기Ⅰ-2_천_77×77×16cm_2004

작가는 화가인 듯 조각가인 듯, 시인인 듯, 소설가인 듯, 연주자인 듯 또는 안무가인 듯 오래된 분류의 경계를 자유로이(그러나 조심스럽게) 넘나들며 가능한 독해(讀解)의 출구들을 열어놓는다. 따라서 그녀의 작업이 갖는 미덕은 삶의 의미를 증폭시키거나,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의 개입에 의해 삶의 의미가 중복되거나 변주되는 연속적인 흐름을 만들어간다는 데 있다. 그래서 관람자와의 연합이나 인접, 이월(移越)등을 포용하는 개방적인 '김필래'의 작업을 만나게 되면 '일반적'인 견해가 실상은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폐쇄적인지를 역설적으로 깨닫게 되는 것 아닐까?

김필래_삶에 대한 비유Ⅱ-1_천_160×160×90cm_2004
김필래_삶에 대한 비유Ⅱ-2_천_40×57×20cm_2004

작가 김필래의 '집'은 입체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견고한 형식의 외피에도 불구하고 팽창하는 내부를 견디지 못하는 균열하는 집, 언제나 그리운 쉼터같은 초월적인 집, 짜고 풀고를 거듭해야하는 반복과 지루함의 집, 솜처럼 포근한 생생한 감촉의 집... 작가가 직조하는 복수적(複數的)인 집들은 모두 부분으로만 식별될 수 있으나, 결합은 독창적이어서 의미를 단수(單數)로 결집시키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물론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여기저기, 지금과 이전을 왔다갔다하더라도 작가의 집들은 익숙한 여러 문화적 맥락과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상호관련성 또는 제약으로 인하여 관람자인 '우리'는 김필래의 집이 모호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집을 통과하여 각자의 의미망을 복수적(複數的)으로 구성할 즐거움을 지니게 된다. 그래서 김필래의 여덟 번째 개인전은 작가와 관람자가, 작품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사회적 공간임을 경험하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다. ■ 임정희

Vol.20040529a | 김필래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