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精記_몽정기

박미경 회화展   2004_0701 ▶︎ 2004_0905

박미경_몽정기_벽에 테이프_250×700cm_2004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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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819_목요일_06:00pm

대안공간 반디 부산시 수영구 광안2동 134-26번지 Tel. 051_756_3313

"분열적인 그러나 너무도 아름다운...."_박미경의 라인 드로잉 ● 현대미술에 있어 성이란 너무도 많은 작가들에 의해 다루어져 왔다. 또한 미술사에 남은 거장 중, 성을 모티브로 그림을 그렸던 작가도 무수히 많다. 성은 인간의 관심이자 그림의 가장 중요한 모티브이다. 그녀의 그림은 온통 섹슈얼리티와 연관된 것들이다. 작가는 인간의 성적 욕망과 성적 행위, 그리고 이와 관련된 사회제도와 규범들을 조롱하듯 성적기제들이 화면의 전면에 펼쳐져 있다. 남자의 성기가 과도하게 강조되어있거나 동물처럼 변형된 인물의 형상이 등장하기도 한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작가의 드로잉은 분열적이다.

박미경_몽정기_벽에 테이프_250×700cm_2004_부분
박미경_몽정기_벽에 테이프_250×700cm_2004_공개 작업진행 과정

하지만 마치 키이스 헤링(Keith Heriling 1958-1990)이 그랬던 것처럼 박미경 역시 심각한 주제를 재치 있게 실어 나르고 있다. 과도한 집착과도 같은 표현방법과는 달리 작가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성은 페미니즘이나 프리섹스, 성적 억압과 해방과 같은 무거운 담론을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주제에 대한 지나친 중압감으로 형식적 묘미를 잃어버리고 마는 일반적인 신인들과는 달리 작가는 남다른 균형감각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은 주제에 대한 호소력보다는 분명 그 형식적 특성이 압권이다.

박미경_몽정기_벽과 천정에 테이프, 비닐_250×700cm_2004_부분
박미경_몽정기_벽에 테이프_200×200cm_2004_부분
박미경_몽정기_종이에 펜_2004_부분

김태중과 함진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작가는 라인테이프와 비닐조각으로 공간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으며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섬세한 선묘를 놀라운 집중력으로 구현하고 있다. 분절적인 조형요소들이 화면을 자유롭게 횡단하면서 너무도 분방한 화면구성을 보여준다. 자유로운 화면구성은 아동화에 견줄 수 있으나, 비교적 단순한 네러티브를 가지고 있는 아동화에 비해 작가의 화면은 보다 미세한 단위로 형성되어있고 그 구성과 상상력도 비교할 수 없이 중층적이다. 박미경의 미덕은 이처럼 중층적으로 형성되어있는 조형요소들을 단순히 병렬적으로 나열하거나 분절시키지 않고 화면의 조형적 통일을 이끌어 내는 그 탁월한 능력에 있다. 물론 박미경의 작품에서도 아킬레스건은 있다. 성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자의식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과 분출하는 감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기술은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은 작가가 가지고 있는 장점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박미경_몽정기_벽에 테이프, 비닐_250×450cm_2004_부분
박미경_몽정기_종이에 펜_15×10cm_2004

박미경은 이제 대학을 막 졸업한 신인이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은 밀도와 완성도에서 신인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두 달 가까이 밤낮 없이 대안공간 반디에서 선풍기 한 대만으로 유래 없는 무더위를 극복한 것을 보면 그림에 대한 열정과 근성 또한 대단한 작가이다. 오랜만에 성장이 기대되는 신인을 만났다. ■ 이영준

Vol.20040701a | 박미경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