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旅-머뭄 없는 머뭄(住無住心)

박종갑展 / PARKJONGGAB / 朴鐘甲 / painting   2004_0630 ▶︎ 2004_0718 / 월요일 휴관

박종갑_行旅_종이에 수묵_2004_부분

초대일시_2004_0630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주말_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정미소 서울 종로구 동숭동 199-17번지 객석빌딩 2층 Tel. 02_743_5378

행려(行旅)의 꿈-순수영혼의 인생길 ● 박종갑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영혼의 이미지들은 보이지 않는 영(靈)의 세계를 탐색하고 마주하는 시각적 대화이다 영의 세계에서 만난 혼들은 상처받은 중음신(重陰神)의 모습이라기보다는 투명한 영혼들이다. 이 투명한 영혼에 마주선 독자는 마음의 거울에 비치는 작용에 따라 반응한다. 고요히 말을 걸기도 하고 쓸쓸하고, 낯설고 부유(浮游)하는 영혼의 모습은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일부이자 낯선 세계 속을 유영하는 또 다른 실재인 것이다.

박종갑_行旅_종이에 수묵_2004
박종갑_行旅_종이에 수묵_2004
박종갑_行旅_종이에 수묵_2004
박종갑_行旅_종이에 수묵_2004

비가시적 영혼과의 대화 ● 혼과 나와 그림자를 삼분하는 이 세계는 보이지 않는 영을 형상적 틀(수묵의 번짐과 음영)로 시각화하면서 영혼과의 대화를 준비하고 있다. 화면 곳곳에서 나타나는 영혼은 상처받은 타자의 분신이면서 상처를 공감하는 내면의 어른거림이기도 하다. ● 외롭고 눈물 짖게 만드는 영혼의 실재는 자아의 감정과 욕망이 겹친 불안과 번민의 자화상이다. 이 번민은 내면에 형성된 에고의 분출이면서 집착과 분별에 시달리는 인간중생의 투영이지만 분별을 넘어서 초탈한 영혼이 되고자하는 수행과 성찰의 염원을 담고 있다. ● 화면에 비치는 영의 실체는 투명한 영혼을 바라보는 독자에게 묻는다. 나는 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박종갑_行旅-사막에서..._종이에 수묵_2004
박종갑_行旅-사막에서..._종이에 수묵_2004 / 박종갑_行旅-사막에서..._종이에 수묵_2004
박종갑_行旅-사막에서..._종이에 수묵_2004

행려의 풍경 ● 행려의 풍경은 교차 반복되는 영혼과 인생길에서 세계의 근원을 찾으려는 순례의 여정이다. 이 순례의 여정을 함께 하는 마음이라는 복잡한 실체는 내면의 상처와 본능을 드러내면서 천변만화한다. 이 상처와 본능을 의식의 표면위로 부상시켜서 예술행위로 옮겨놓는 것, 이 상처와 본능의 의미들을 성찰하는 것, 이 억압된 내면의 장애를 제거하고 마음의 평화를 구하는 것, 이것이 행려의 풍경에서 터득한 지혜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세계의 내외면을 탐색하는 여정인 것이다.

박종갑_行旅-'사리부도'_종이에 수묵_2004 / 박종갑_行旅-'야경'_종이에 수묵_2004
박종갑_行旅-'後後'_종이에 수묵_2004

원초적 풍경이 펼쳐진 사막(사막에서)이라는 시공간은 광막한 우주와 인간존재의 한계를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다. 진리의 설법을 구하기 위해 천축국으로 가는 혜초의 길처럼 건조하고 목마른 고행이 함께 하는 이 길은 너무도 고통스러워 영혼도 증발해버릴 것 같은 풍경이다. 진리의 길은 멀고 험하며 영혼의 동경은 강렬하다. ● 「숲-인적이 드문 길」, 「대숲에서 만나다」 등의 작품은 낫선 공간에서의 체험과 느낌이 드러나 있다. 인적이 드문 숲에서 만나는 풍경은 영활하고 생동적이면서 신비적인 영성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낯설고 생경하다. 이 낯설음은 이 풍경을 바라보는 존재의 범속함이 만든 것이고 잃어버린 영성의 드러난 풍경이다. 대나무 숲은 낯설게 대면하는 인간들의 관계에 대한 은유적 장치이다.

박종갑_行旅-'빙의'_종이에 수묵_2004
박종갑_行旅-'빙의'1/2/3_종이에 수묵_2004

「탈각(脫却)」, 「야경」, 「후후(後後)」 등의 작품에서는 도시와 주변의 밤풍경 속에 빙의(憑依)된 영혼들의 혼무가 펼쳐진 풍경들이다. 어둠 속 쇼윈도우의 창에서 어른거리는 도시의 야경(夜景)은 죽어있는 신성처럼 빛을 발하고 있지만 개별영혼이 혼재된 꿈을 꾸는 거주지이다. ● 지표면에 깔린 그림자와 그 그림자 속의 나는 영혼거주에 대한 의식투영의 반영이고 탈각된 영혼을 만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박종갑_行旅-'脫却'2_종이에 수묵_2004
박종갑_行旅-'脫却'1_종이에 수묵_2004

박종갑의 작품에서 만나는 행려의 꿈은 비가시적 영혼과 대화하려는 존재의 꿈이다. 불완전한 존재의 욕망인 집착과 분별을 넘어 순수투명한 초월적 영혼을 만나려는 행려의 여정인 것이다. ■ 류철하

Vol.20040701c | 박종갑展 / PARKJONGGAB / 朴鐘甲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