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가 없어지는 어떤 것

임자혁 개인展   2004_0720 ▶︎ 2004_0801

임자혁_그의 뒷머리_못, 털실, 드로잉, 테이프_가변설치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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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720_화요일_06:00pm

금산갤러리 서울 종로구 소격동 66번지 Tel. 02_735_6317

있다가 없어지는 어떤 것, 혹은 모든 것, 또는 어떤 사람 ● 2001년 금산갤러리에 첫번째 개인전 이후 3년만에 갖는 임자혁의 두번째 개인전은 작가의 미국체류기간 동안의 작업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공간이 작업의 일부가 된다는 점에서, 동일한 장소에서의 최근 작업이 과거의 작업과 어떤 차이와 유사점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 이번 전시에서는 좀 더 자유로운 형식으로 펼쳐나가는 작가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임자혁의 작업 세계는 한 칸 한 칸이 수많은 에피소드로 가득한 긴 열차와 같다. 이미지들은 다양한 재료와 구성으로 벽면에서 번져 나간다. 잡다한 머릿속 생각의 구조와 같이, 크게는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수많은 가지들이 다시 다른 방향을 만들고 오므라들기를 반복한다. 과감한 이미지로부터 세밀하고 섬세한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한 순간 머릿속을 떠도는 이미지들이 전시장 공간 전체에 적극적으로 펼쳐진다.

임자혁_그의 뒷모습들_트레이싱 페이퍼, 스컬피, 낚시줄, 못_가변설치_2004_부분
임자혁_그의 뒷모습들_크리스마스 장식, 스컬피, 낚시줄, 못_가변설치_2004_부분

3층으로 된 공간을 아우르는 하나의 드로잉 설치 작업은 코너와 모서리를 중심으로 입구에서 다시 입구로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개별적인 이미지들은 그 자체로 완결될 수 있으나, 주변의 이미지들과 연결고리를 갖는다. 다양한 재료, 다양한 종류의 이미지들이 엮이면서 엉뚱하고 임의로운 방식으로 벽면과 바닥에 부착된다. 전시기간 동안 존재했다가 깨끗하게 사라지는 일시적인 드로잉들을 위해 그동안 작가가 모은 이미지 뱅크의 모든 것들이 전시장에 나타난다.

임자혁_나무 위로 다이빙_벽에 오린 드로잉_가변설치_2004
임자혁_파란 껌과 괴물과 옥수수 사람_벽에 오린 드로잉_가변설치_2004_부분

전시되는 대부분의 작업은 전시기간 동안 실재하다가 전시가 끝나면 없어지는 그림들이다. 종위 위에 그린 그림을 오려서 벽에 풀로 붙인다거나, 실과 못으로 벽에 그리는 그림, 고무찰흙을 벽에 붙여 표현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한 순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환영이나 느낌, 한 동안 머릿속에 짙게 자리잡았다가 없어진 인물, 그리고 귀에 들어왔다가 잊혀지는 말들 을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작가가 보여주는 이미지들도 짧은 운명을 지니고 나타나는 것들이다. 따라서 영구히 보존될 수도 있어 보이는 칠해진 벽화의 성격과 구분된다. 작가에게 떠오르는 일시적인 이미지들은 이렇듯 일시적인 방법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발산과 결과물의 보존 사이에서 전자에 초점이 맞추어졌다고 볼 수 있다.

임자혁_무슨 마력 같은 거_벽에 오린 펠트, 붙인 고무줄, 못_가변설치_2004_부분
임자혁_7호선 장승배기역에서 탄 사람_문에 오린 드로잉_가변설치_2004_부분

1층 전시장의 코너에는 초록색의 동그란 머리형태가 자리한다. 털실로 두 면을 이어서 하나의 층을 만드는 작업으로 동그란 털실 막 안으로 빈 공간이 만들어진다. 작가에게 코너는 반은 열리고 반은 닫힌 심리적으로 친근감과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이다. 머릿속 이야기들을 펼친다는 점에서 1층 중앙에 구체적인 머리 형상을 제시하는 것은 하나의 단서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주제나 소재를 제한하여 일관된 맥락 안에서 보여주기 위해 가지를 치기보다는, 나타나는 것을 그대로 자유롭게 전하기를 선호하는 작가의 태도는 전시장 곳곳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일정기간 동안 낚시하듯(작가는 첫번째 개인전에서 이러한 태도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린 그림들 중에서 제한된 공간에 맞게 재배치하는 이번 전시에서 나타난다. 무언가를 소리 높여 주장하기보다는 언어화하기 어려운 작가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그 안에서 자유로운 표현을 추구한다.

임자혁_어디로 가느냐_포장용 테이프에 펜_가변설치_2004

2층의 ㄷ자형 공간은 얇은 종이에 그려진 이미지들을 오려 벽에 붙이는 작업이 보여진다. 말이 안되는 어떤 상황을 통해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을 드러낸다. 어느 것이 주인공이고 어느 것이 배경인지 알 수 없고, 등장인물간의 관계는 중요치 않은 장면을 보는 느낌으로, 환영적인 공간이 담담하게 표현된다. 공간 전체가 접힌 도화지와 같이 여겨지며 시적인 이미지들이 리듬 있게 펼쳐진다. ● 3층 공간에는 매일 그려왔던 종이 드로잉들을 보여준다. 가벼운 제스처로 생각의 단초를 잡아서 보여주는 작가의 단순한 드로잉들은 공간에 가볍게 자리한다. ■ 금산갤러리

Vol.20040720c | 임자혁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