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ol of flowers

조성호 회화展   2004_0721 ▶︎ 2004_0803

조성호_The start and The end_130.3×162cm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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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풀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21번지 B1 Tel. 02_735_4805

무당벌레의 일기_1990년 7월 21일 / 날씨_무더움 ● 가능한 손끝 하나도 움직이지 않고 나뭇잎 그늘아래서 낮잠이라도 청하고 싶은 무더위다. 벌써 3일째 더위는 식을 줄 모른다. 진딧물 사냥도 이슬 마시기도 마냥 귀찮다. 비가 오려는지...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습하다. 어느새 비 덩어리가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폭포가 된다. 비를 피할만한 곳을 찾아야만 했다. 다행히 거대한 나뭇잎 밑은 비와 함께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서 서서히 눈이 감긴다. 갑자기 코끝이 찡해지며 향긋한 냄새가 잠을 깨운다. 주위는 빨강색 융단이 미끄러지듯 깔려있고 깊은 웅덩이에서는 은은한 빛이 날 유혹한다. 왠지 모르게 생전 처음 보는 눈부심이 있을 것만 같다._2004년 6월 2일

조성호_Peeping into..._72.7×116.7cm_2004
조성호_Overflowing_32×64cm_2004
조성호_Debut_45.5×53cm_2004
조성호_The way life starts_60.6×41cm_2004

꽃의 일기_1990년 7월 21일 / 날씨_맑음, 한때 비 ● 저놈의 나뭇잎 때문에 올해는 벌 한 마리도 날아오지 않는다. 빛도 들지 않아 옷의 색깔도 작년보다 화사하지 않고 향기도 좋지 않으니 곤충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는다. 지루하다. 붉은 내 잎들을 더 타게 만드는 것 같다. 움직일 수 만 있다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향기로는 부족하다. 운을 믿자. 다행이다. 비가 떨어진다... 이때다. 무당벌레 한 마리가 들어온다. 조금만 더 들어오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저놈이 잠을 자려고 한다. 마지막 남은 향기를 쓰자. 그놈이 잠에서 깨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한참을 망설이던 놈은 드디어 나의 깊이를 의심하며 내 안 으로 빨려 들어온다.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니 천막 같은 나뭇잎 감사합니다."_2004년 6월 5일

조성호_pool of flowers 02:05'_65.2×50cm_2004 조성호_pool of flowers 02:15'_41×31.8cm_2004
조성호_pool of flowers 02:10'_65.2×45.5cm_2004 조성호_pool of flowers 02:20'_33.3×24.2cm_2004
조성호_pool of flowers 02:00'_116.7×91cm_2004

나의 사춘기_1990년 7월 21일 / 날씨_무더움 ● 강렬한 햇빛에 더욱 붉게 느껴지는 너의 모습 속에서 나의 냉정함을 식히고 싶다. 너무나 더운 날씨 탓을 하는 내 자신에게는 아직 아름다움에 대한 무모한 욕망이 들끓고 있음을 인정한다. 여인의 숭고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시절, 너에 대한 진실어린 호기심은 작은 꽃의 내밀한 부분을 들여다보면서 내 스스로를 자위한다. 갑자기 퍼붓는 빗줄기로 인해 그 붉은 꽃은 한순간에 너무나 생기 없는 차가움으로 변해버린다. 그 꽃 안에는 순식간에 얼어붙을 것 같은 빗물이 고여 작은 웅덩이를 만든다. 거기에 무당벌레가 날아오고 무당벌레는 그 연못을 탐한다. 어느새 난 무당벌레가 된다. 순간 너에 대한 열정이 파랗게 식어버린다._2004년 6월 15일 ■ 조성호

Vol.20040721b | 조성호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