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밖으로 튀어 오르다

한국화 대안문화공간 갤러리 꽃 개관展   2004_0730 ▶︎ 2004_0817

김채형_나무와 새_디지털 페인팅_2D/JPG/00:06:00_2004

초대일시_2004_0730_금요일_06:00pm

한국화 대안문화공간 갤러리 꽃에서는 창의적인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접수받고 있습니다.

갤러리 꽃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7-36번지 B1 Tel. 02_6414_8840

경계 밖으로 튀어 오르다 ● 한국적 감성을 바탕으로 한 경계선상에서 발랄한 욕망과 창작의지로 독특한 개성을 발휘하고 있는 작가군들은 양식과 매체의 다양한 형식실험 속에서 현대성을 모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 현상과 환경을 가로지르며 그것이 무엇으로 명명되든 그들은 분명 시대를 횡단하고 독자적인 예술가치를 전염시키고 있다. 비록 이들이 한국화라 이름짓기 곤란한 내용으로 의구심을 자아낸다 하더라도 이들이 풀어내는 상상력과 표현은 분명 고정된 시각과 내용을 거부할 것이다. ● 여기 각기 다른 사고와 표현으로 한국화에 근접하는 자유로운 영혼들을 만날 수 있다. 홍주희는 분방한 산수구성과 경쾌 발랄한 색감, 남만적 감정의 발산으로 관념산수의 무거움을 털고 환상과도 같은 현실을 재구성하고 있다. 김지혜는 민화적 색감을 아크릴에 적용하여 현실과 비현실의 만화경을 연출한다. 전통의 차용과 변형, 융합의 풍경을 입체적으로 재현한다. 김채형은 수묵 애니메이션을 문인화적 시화일률의 감각구성으로 재구성하면서 영상문법을 실험하고 있다. ● 이들의 감각이 한국화에 활력이 되리라고 말하기 이르지만 적어도 현실의 경계에서 고민하고 발산한 흔적, 경계에서 튀어 오르려는 욕망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 욕망이 부딪치는 현실공간에 한국화의 미래에 대한 우리의 문제제기와 대안모색은 지속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김채형_나무와 새_디지털 페인팅_2D/JPG/00:06:00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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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형_비와 우산_디지털 페인팅_2D/JPG/00:06:00_2004
김채형_비와 우산_디지털 페인팅_2D/JPG/00:06:00_2004
김채형_비와 우산_디지털 페인팅_2D/JPG/00:06:00_2004

김채형-전통적 감각구성, 수묵애니메이션으로 재편되다 ● 김채형의 작업은 일상적 내용을 시적으로 재구성하고 이를 다시 애니메이션 영상에 옮기는 형식을 취한다. 동양화의 전통적 수련에 익숙한 작가로서는 범속한 일상의 서사가 매우 부담스러운 듯이 보인다. 하여 자잘한 일상의 기록을 간명한 시와 명상의 형태로 정리한 후 이를 통해 스토리를 재구성한다. 세계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기에는 세계는 너무 속되다. ● 김채형의 작업형식은 시화일치 개념에서 시간적 확장을 통한 스토리 구성을 주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시적 감성과 영상적 서술구조가 다르듯이 문자로 형상화된 작가의 시들이 애니메이션의 시각양식으로 전환되려면 거기에 맞는 애니메이션의 서술구조와 문법의 보완이 필수적이라 느껴진다. ● 소슬 담박한 문인화의 운치와 맛을 경험한 작가로서 깊이 있는 명상과 사유의 세계를 디지털 형식에 불어넣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그러나 압축적 시의 나열이 영상적 구성을 반감시킨다. 현실은 타르코프스키의 시적 영상만큼 압축적이지 않으며 지리멸렬하거나 유치찬란하다. 영상적 문법구조의 압축, 생략 과장, 극대화 등 디지털 영상의 시각구조에 필요한 서사구조를 파악하고 이를 적용하기 위해 대응해야한다. ● 김채형은 수묵담채화의 제작과정과 원리를 애니메이션에 적용시켜 자연스러움과 우연한 번짐 풍부한 변화와 정서를 함축한 수묵애니메이션 작업을 추구하고 있다. 수묵담채화의 근간을 이루는 발묵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근접하는 이미지 산출의 효과를 가능하게 하였고 이러한 것이 결실을 이룬 것이 비와 우산이라는 작품이다. ● 비와 우산은 이별의 회한과 그리움을 압축적 영상으로 전개한 6분짜리 애니메이션이다. 불교적 연기와 인연설화를 바탕으로 생의 애착과 번뇌의 일체무상을 다양한 윤회의 고리로 표현하였다. 호수의 원경과 우산 쓴 인물을 접사촬영으로 보여준 영상미는 빗줄기와 눈물, 한숨 등의 표현에서 시적 영상미를 느끼기에 충분한 인상적인 장면이었고, 방문의 뚫린 구멍으로 카메라가 이동하면서 바깥 풍경으로 나가는 시선의 이동은 고전기법을 충실히 이행한 측면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물묘사에서 보여준 데생의 힘이 숲과 산길 표현에서는 부족하게 전개되고 새와 인물 사이에 시를 배치하는 장면은 영상의 구성력을 반감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게 하였다. ● 영상시에 만족하는 애니메이션으로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과장과 전치, 시점의 이동과 병치, 은유 등 영상서사구조가 요구하는 다양한 기법을 실험하고 스토리가 주는 골격 위에 다양한 묘사를 감행하여야 할 것이다. ● 김채형 작업의 미덕은 생활의 힘과 진지성에서 나온다. 이 생활의 힘이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한 해석과 함께 위트와 유머, 절제와 묘사력이 가미된 생활의 발견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지혜_연기가 있는 정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5×35×15cm_2004
김지혜_연기가 있는 정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5×35×15cm_2004
김지혜_Reflection of Lif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가변설치_2003

김지혜_전통의 차용과 변형, 융합의 풍경 ● 김지혜의 작업은 전통소재를 차용하여 현실적 색감과 내용으로 변형 가공함으로서 현실적이지도 않고 비현실도 아닌 회화공간을 연출한다. 현실과의 접합이 아닌 융합으로서 전개되는 작가의 작업은 아크릴이 주는 강렬한 물성에 민화의 단순 강력한 구성력, 문양패턴의 기호성으로 말미암아 만화적 도상이 주는 흡인력을 갖고 있다. ● 문양과 패턴, 관념적 실물을 복합 전개시키는 작가의 작업은 현실과 비현실의 만화경이기도 하지만 김지혜가 연출한 실제공간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다. ● 관념적 실물의 복합전개라고 불릴만한 이 색채의 풍경은 이상과 현실의 다양한 실물과 풍경을 교차시킴으로서 현실을 재구성한다. ● 화병에 꽂힌 모란꽃과 장식문양, 오방색의 무늬, 책거리 그림 위에 핸드폰과 구두, 끄지 않은 담배 등등 작가적 일상과 기호가 녹아있는 소재를 숨겨놓음으로서 평면에 다 시점의 구도를 제공하는가 하면 거울과 탁자 등을 입체로 펼침으로서 다면적 현실을 보여 주기도 한다. ● 이 융합은 강렬한 아크릴을 사용하여 더욱 증폭되는데 이 현란한 색채의 도상들은 동양화 채색의 기존 관념을 밀어내고 현대적 풍경의 실존을 입체적으로 들어낸다. ● 상품생산의 기호와 체계에 익숙한 우리의 시각과 의식을 흡수하면서 형식과 내용에 적절한 전통의 구성방식, 적어도 김지혜에게 떠오른 생각으로는 단청의 오방색과 민화의 단순 강렬한 구성과 색상이 적절한 차용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형식적 차용의 문제이지만 전통적 구성요소를 현실과 접합시킨 점은 회화의 현대성이라는 측면에서 일단 긍정적이라 할 만하다. ● 소비사회의 기호에 의한 작가의 공간 구성력은 공간 자체도 기하학적으로 사용하면서 소재를 취사선택하거나, 면 분할을 통해 실물소재를 재구성하기도 하는데 사물을 바라보는 회화적 시각이 입체적 욕망과 시각적 확장의 실천으로 전이되었음을 의미한다. ● 평면과 입체설치를 넘나드는 작가의 작업은 세계의 표면을 장식하고 있는 기호의 단면을 시각화하고 넘쳐 나는 일상을 의미 있는 기호로 재구성 하고자 기도한다. 중요한 지점은 일상의 내용이 아니라 일상을 파고드는 형식이다. ● 책거리 그림에 나타난 실물소재들의 분할은 다양한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입체풍경을 평면의 형식에 펼친 것이며 이질적이며 상호 침투적이지 못한 분리된 시공간과 다면풍경을 보여주는 것이다. ● 이러한 다면 풍경에 의한 면분할은 평면에서 입체로. 다시 설치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김지혜의 작업에서 점검되는 지점은 공간의 점유와 확장이 실존의 풍경이 아닌 재구성된 시각적 실천의 장, 현실을 융합한 재구성된 욕망, 소비의 기호에서 미적인 기호로의 전이, 생활의 재구성 등이다 민화의 전통구성력과 문양이 현실소재와 접합되는 작업의 이면에는 현실을 해체하고 재구성 하고자 하는 욕망이 잠재되어 있다. ● 이 놀라운 색감과 단순 강렬한 구성, 개성적 표현에도 불구하고 시각적 충격과 이미지를 넘어선 의미의 재조합이나 작가적 에스프리가 약한 것은 병렬적 내용구성과 비현실성, 면 분할과 장식성에서 오는 사고의 단절 등이 시선을 집중시키지 못하는 약점을 안고 있다.

홍주희_파랑새를 기다리며_한지에 먹과 채색_130×320cm_2004
홍주희_봄과 여름_한지에 먹과 채색_130×320cm_2004
홍주희_가을과 겨울_한지에 먹과 채색_130×320cm_2004

홍주희-가벼운 산수와 낭만적 환상 ● "이 지친 세상에 이방인이며 언젠가는 떠나야할 존재 같으며 영원한 휴식과 위안이 될 수 있는 이데아로의 탈출구를 발견하기 위해 삶을 살아왔다. 현실에서 온전히 살기 위해 현실적 이상을 가지고 허상 같은 꿈을 꾸며 내 자신을 달래서 평상심을 유지해야만 했다."_홍주희 ● 홍주희 사계산수의 특징은 자유분방한 산수구성과 경쾌 발랄한 색감, 낭만적 감정의 발산으로 정리할 수 있다. ● 산수의 구성에 있어서는 고전적 구도 속에 현실소재가 숨은 듯이 배치됨으로서 이 풍경이 관념의 세계 속에 핀 이상경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기존의 산수준법을 차용하면서도 관념을 해체하고자 하는 작가의 사고를 유추해볼 수 있다. ● 풍경의 어딘가 산길이 닿는 아늑한 지점에 고인 일사가 살 것 같은 가옥은 바위산 꼭대기에 배치되어 있는가 하면(봄) 동화적 풍경의 집들과 바위 위의 벤치(여름) 현대식 정자의 맞은편에 있는 나트륨 가로등(가을) 고지위 초소의 불빛(겨울) 등은 작가가 이 이상경을 구성하면서 현실적 감정의 지점으로 삼은 곳이다. ● 현실의 산수풍경을 이상적 구도와 전통준법으로 그리면서도 이상의 실제구현으로서 시점은 현실적 소재들이다. "현실경계와 이상경의 자유로운 조화유희"라고 할만하지만 시선의 집중이 있는 곳에 작가의 마음이 존재한다. ● 보랏빛을 주조로 한 경쾌 발랄한 색감의 대담한 바위표현이 전면을 장식하고 있는가 하면 개화시기가 다른 꽃들을 한 화면에 화사하게 배치하고 있고 산수풍경에는 맞지 않은 서구풍의 집들과 현실소재의 색감들이 독특한 환상을 자극한다. ● 전체적으로 민화풍의 채색에 산수경계를 도입하고 유치찬란하게 보일 수 있는 색채의 대비를 가함으로서 전통산수의 무게를 덜면서 색채를 환상의 세계상을 구현하고 있다. ● 낭만적 감정으로는 이러한 색감의 세계에 근거한 작품구성력을 들 수 있다. 봄과 여름은 화려명랑한 색과 기운으로 시작과 무르익음을 표현하면서 산과 바다의 풍경을 연이어 연출하였는가 하면 이러한 색과 기운을 표현하기 위해 보랏빛을 전면에 배치하면서 현실에서는 있음직하지 않은 청홍의 나무를 배치함으로서 표현주의적 요소를 가미하였다. ● 가을 겨울은 수려 침착한 색감으로 노을 같은 아쉬움과 춥고 외로운 절정의 세계를 표현하면서도 두 개의 큰 가지를 가진 소나무를 가을 겨울에 연이어 배치함으로서 소멸과 변화속에 변하지 않는 진리를 찾고자 하는 꿈을 묘사하였다. ● 또한 이러한 낭만적 감정의 세계는 '파랑새를 기다리며' 에서 더욱 극적으로 전개되었는데 붉은 노을에 비낀 검은 새와 바위 위에 핀 수선화 등은 소나무와 단정학, 창랑한 물결표현의 전통미와는 다른 실험적 채색과 관념의 도치를 엿볼 수 있다. ● 홍주희의 작품은 자유분방한 구성과 색채로 관념 산수의 무거움을 털고 환상과도 같은 이상경을 모델을 현실을 낭만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는 중이다. ■ 유철하

'갤러리 꽃'은 국내외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전시와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비영리 미술가 공동운영화랑(Cooperative Gallery)으로, 작가와 대중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공간입니다. 한국의 척박한 문화환경 속에서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대중과 작가의 사이는 멀어진 현실이고, 심혈을 기울여 제작된 작품들과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마련된 전시회들은 소비적 성향에 지쳐 있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으로 젊은 예술인들의 의욕상실은 작업 기피현상과 이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생존을 위해 화단에서 유행하는 서구미술의 형식적 모방을 따르는 일대혼란을 겪고 있는 모습입니다. ● 이에 청년미술인들은 자구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가 되었음을 인식하였고, 뜻있는 젊은 작가들과 문화 기획자들이 모여 수차례 진지한 토론을 통해 많은 담론과 대안들이 제시 되었습니다. 가장 많은 의견으로는 특성화된 전시환경의 구축을 들을 수 있었으며, 현실적 어려움에 있는 젊은 예술인들의 창작기반 조성의 일환으로 '갤러리 꽃'은 탄생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갤러리 꽃'은 동양성을 내포한 평면미술중심의 다양한 기획전과 프로젝트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는 교육적 여가활동을 제공하며, 국내 작가들에게는 활동영역을 확장 시켜나갈 수 있는 채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 개관 기념전으로 김지혜, 김채형, 홍주희 님을 모시고 『경계 밖으로 튀어 오르다』展을 준비 하였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진지함으로 작업에 몰두하신 세작가분들의 맑은 시선과 노력에 뜻있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바랍니다. ■ 박종갑

Vol.20040731b | 경계 밖으로 튀어 오르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