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己寶物展-Floating Images

최지만 개인展   2004_0826 ▶ 2004_0905

최지만_21세기 기마인물형주자 시리즈_43×19×33cm_2004

초대일시_2004_0826_목요일_05:00pm

드루아트스페이스 서울 종로구 화동 50번지 Tel. 02_720_0345

한국 미술계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구조 변화 중에 있다. 1990년을 기점으로 국제 비엔날레 시스템의 도입과 IMF 이후 대안공간의 등장, 그리고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의 책임운영기관으로의 전환까지 속도와 강도, 내용 면에서 한국 미술계는 이미 세계적 흐름 속에 깊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 도예계도 예외는 아니다.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도자기 생산지에서 시작된 도자비엔날레가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모든 장르의 아트 히스토리가 증명하듯, 삶의 진솔함과 생생함을 간직했던 초기의 열정은 오랜 시간들이 지나는 동안 반복적이고 장식적인 매너리즘으로 빠지거나 극도의 금욕적 미학주의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훌륭하고 오랜 전통을 간직한 한국 도자사도 예외는 아니다. 당연히 많은 이들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최지만_21세기 신라 항아리_33×31cm_2004
최지만_21세기 고구려 항아리와 기대(器臺)_79×34cm_2004

최지만의 최근작업은 당면한 한국 도자의 문제의식과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한 민감한 반응의 산물이다. 예를 들어 그는 [21세기 신라 기대와 항아리]에서, 다산이나 장수를 상징하는 신라시대의 개구리나 거북이 대신 21세기 현재적 풍경들(이라크 전쟁 이야기, 야구경기, 인기 가수, 컴퓨터)을 집어넣는다. 이렇게 대체된 아이콘들을 통해 최지만은 천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잃어버린 현재적 생명력과 사회적 맥락들의 복원을 꾀하고 있다.

최지만_21세기 동녀(童女)형 연적(硯滴)_38×23×19cm_2004
최지만_21세기 모자(母子)원숭이형 연적(硯滴)_26×17×19cm_2004

이러한 작업들은 [국회의사당 胎항아리]와 [21세기 주상복합건물형 骨壺] 시리즈를 통해 사회학적 발언으로 확장된다. 원래 뼈나 탯줄을 담아뒀던 조선시대 항아리를 참조한 이들 작업들에는 뼈 대신 후기 자본주의라는 우리 시대를 묻어두고, 현실정치를 풍자하고 있다. 이 시대에 우리가 죽어서 남길 것은 뼈가 아닌 자본일 뿐이다. [母子 원숭이 청자 연적]은 원래의 원숭이 母子 대신에 인간을 안고 있는 원숭이로 대체된 작업이다. 이는 다분히 기독교적 창조론에 대한 의도적인 반발이자 우리 시대에 만연한 서구적 가치관들에 대한 의문이다.

최지만_21세기 주상복합건물형 골호_45×34cm_2004
최지만_청와대형 태항아리_33×23cm_2004 최지만_국회의사당형 태항아리_45×34cm_2004

최지만의 작업은 이처럼 서구적 가치관과 내밀한 미학주의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대사회학적 발언까지 분주히 시공간의 경계들을 넘나들고 있다. 물리적이고 영토적인 경계들을 횡단하는 이들 이미지와 맥락들은 마치 여권에 찍힌 각국의 입국 사증처럼, 태토 위에 전사되어 있다. 최지만의 작업에서 새로운 카타스트로피가 감지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의 작업들에서는 오랜 관점들이 해체되고 재배치되는 진통과 파열음이 들린다. 그의 작업을 통해 우리는 다시, 아주 오래된 그러나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출발점 앞에 서 있게 된 것이다. ■ 윤재갑

Vol.20040826a | 최지만 개인展

@ 우민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