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thbreeder

이동욱 설치展   2004_0902 ▶ 2004_0912

이동욱_부활_혼합재료_14×5×4cm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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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902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브레인 팩토리 서울 종로구 통의동 1-6번지 Tel. 02_725_9520

이동욱은 고립된 작은 공간 속에 그보다 훨씬 큰 밀도를 가진 무언가를 집어넣는 것에 관심을 보인다. 대부분 손가락만큼의 작은 크기의 인간 형상들로 이루어진 그의 작업은 통조림통, 수조, 상자곽과도 같이 좁은 공간 안에 갇혀져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작업들은 모두 밀폐된 영역 속에 응축되어 강력한 에너지를 지닌 채 외부를 향해 언제라도 폭발할 듯한 긴장감을 담고 있다. 이처럼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존재를 작은 상자 속에 꾹꾹 눌러담은 듯한 작업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극도의 수축이 반대급부의 엄청난 팽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힘의 법칙이다. 이동욱의 작업에서 등장하는 많은 이미지들은 이러한 힘의 법칙이 작용하는 생존의 현장에 대한 관심을 담고있다.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치는 인어들, 고기를 낚는 미끼가 된 여성의 몸, 모차르트 초콜릿 속에서 다른 동료들을 모두 죽이고 혼자만 살아남은 모차르트. 그것은 대부분 고립된 영역 속에서 종족 보존과 영역 점유의 욕구에 의하여 치열하게 분투하는 자연계의 개체들을 암시한다.

이동욱_아껴쓰기_혼합재료_가변크기설치_2004

밀폐된 환경 속에서 지속되는 생존의 움직임은 이동욱의 작품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주제이다. 첫 개인전 「근친교배(inbreeding)」에서 그는 고립된 생활환경 속에서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근친교배를 함으로써 도리어 자멸하는 것과 같은 자연계의 모순적인 정황들을 펼쳐놓았다. 최근작들에서도 그는 서로 입맞춤하고 있는 자웅동체와 같은 존재, 익사한 인어의 시체와 같은 모습을 통해서 생존 현장의 그로테스크한 측면을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제목인 『Mouthbreeder』는 입안에서 새끼를 키우는 물고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존을 위해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행위와 종족번식을 위해 자식을 기르는 행위를 동시에 포괄하는 모호하고 부조리한 지점을 보여준다.

이동욱_adidas boy_혼합재료_15×4×2cm_2004

지난 작품들에서 이동욱은 인간의 존재를 마치 공장에서 생산된 가공식품처럼 설정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인간의 머리를 추파춥스 사탕이나 활성 비타민 알약으로 만들어 버리거나 인간의 몸으로 소시지나 엔초비 통조림을 만드는 등 인체를 하나의 가공된 개체와도 같이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최근작에서도 재활용 마크가 등에 그려진 노인, 몸 위에 아디다스 상표가 문신처럼 새겨진 남자와도 같이 인간을 산업적 개체와 교배시키는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들은 문명과 제도의 좁은 틀 속에 가두어져 엽기적인 형태로 왜곡된 원초적이고 야생적인 에너지를 느끼게 하며, 한편으로는 고밀도로 응집되어 언젠가는 터뜨려질 폭발력을 예감하게 함으로써 고도 문명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있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상기시킨다.

이동욱_hooker_혼합재료, 낚시바늘_12×3×2cm_2004

이동욱은 이러한 이미지들을 통해 문명과 야생, 현실과 환상을 기묘하게 교차시킴으로써 기이한 중간지대를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태도는 문명에 대한 비판과는 다른 지점에 서있다. 스스로 '음산하지만 서정적인 호러'와 같은 이미지를 창조하고 싶다고 언급하고 있듯이, 이동욱의 작업은 기승전결을 만들어내는 내러티브를 생략한 채 일체의 윤리적 메시지나 설명적 서술 없이 정황의 핵심을 찌르는 섬찟하고 예리한 파편들만을 던져놓는다. 마치 단편 호러영화 장면과도 같이 파편화된 단서들로만 구성되는 특성은 최근작들에서 더욱 부각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동욱_위대한 탄생_혼합재료_가변크기설치_2004

환상과 리얼리티 사이의 기이하지만 아름다운 불협화음은 이동욱의 작품이 가진 특별한 힘이다. 이동욱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밀도 높은 긴장감은 이질적인 두가지 범주의 충돌에서 창출된다. 정교하게 조각되어 극사실에 가까운 리얼리티를 보이고 있는 형상들이 부조리하게 설정된 상황들과 충돌함으로써 마치 판타지 영화 장면처럼 환상적이면서도 현실감을 느끼게 하는 같은 생생한 리얼리티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이은주

Vol.20040906a | 이동욱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