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수묵, 그리고...

주최_영은미술관   2004_0918 ▶ 2004_1114

자연, 수묵, 그리고..._전시장 설치장면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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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4_0918_토요일_03:00pm

참여작가 김범석_김수진_문봉선_박능생_이창희

후원_경기문화재단

오프닝 셔틀버스_2004_0918_토요일_02:00pm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6번 출구 앞

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시 쌍령동 8-1번지 제1, 2전시장 Tel. 031_761_0137

80년대 중·후반은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각자의 이념을 제시했던 민중미술운동과 우리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회화의 본질을 제시했던 수묵화 운동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수묵화가 전성기를 맞았던 이 시기 이후 90년대를 넘어서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를 맞은 미술계가 서구 유학파들의 활동에 이목을 집중함에 따라 수묵화는 직·간접적으로 점차 위축되어왔다. 이후 미술의 경향은 점점 더 새로운 국면을 맞으며 예술 그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듯 개념미술, 설치미술 등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고 이러한 가운데 수묵화는 그 숭고한 정신세계마저 혼미해져 가는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 『자연, 수묵, 그리고...』展은 이같이 침체되어 있는 한국 수묵화 화단의 위상을 재고해 보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고전의 전통으로부터 그 정신을 계승하는 가운데 현대적인 표현방법으로 수묵화의 또 다른 측면을 제시하고자 한다.

자연, 수묵, 그리고..._영은미술관_2004

현대 수묵화는 전통의 계승과 함께 대상을 현대적인 해석으로써 깊이 연구하고 그 정신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켜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수묵화의 전통 계승과 현대적 해석의 기본은 어느 분야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먼저 선대의 화론(畵論)과 화보(畵譜)를 충실히 고찰한 후에 이를 토대로 얻어진 숙련된 기술과 지혜로 과거가 아닌 동시대 대상을 현대적 시각으로 관철(觀徹)하고 재해석하여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중국 육조 시대 남제의 인물화가이며 평론가인 사혁의『고화품록(古畵品錄)』에서 언급된 '6법 화론'과 같은 예술론과, 중국 청나라 강희(康熙) 18년에 출간된 '회화를 공부하는데 필요한 이론과 실기'를 설명해 놓은『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등의 고전을 계승하여, 그 정신을 이해하고 대상을 현대의 시각으로 관철(觀徹)하는 것이라야 비로소 고전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지극히 현대적인 수묵화의 정신을 계승하는 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지나치게 고전에만 집착하거나 뿌리 없는 장르의 미술이 난무하게 된다면 수묵화는 다시 한번 회생하기 어려운 침체의 상황에 놓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 특히 수묵화는 사혁의 '화론 6법'을 모두 중요시하나 그 가운데 "기운생동(氣韻生動)"은 수묵화 특유의 미의식(美意識)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기운이 생동하지 않은 작품은 사화(死畵)라 하여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렇듯 수묵화는 철저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매 획의 필력과 고도의 정신 집중을 요하는 작업으로 동양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 현대 수묵화는 특유의 운필과 먹의 조형화, 화면의 포치(布置)등을 중시한 80년대 수묵화 운동이 가져다 준 하나의 결실로서, 앞으로 관념의 세계에 머무르지 않으려는 작가의 현실 인식을 통해 수묵화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 이번 『자연, 수묵, 그리고...』展은 수묵화를 제2의 전성기로 재기시킬 역량 있는 작가 5인을 초대하여 초대형 스케일로 수묵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게 된다. 높이 6m에 너비 92m의 흰색 사방 벽면을 공간의 여백(餘白)으로 활용하여 2차원적인 회화를 3차원으로, 여기에 관객의 상상력을 더해, 4차원적인 초현실적 공간에서 새로운 느낌의 수묵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김범석_무덥던 지난 초여름의 감곡들녘_한지에 수묵_131×839cm_2003

김범석은 자신의 고향, 전북 김제의 '들녘'을 너비 8m가 넘는 화폭에 조밀하게 그려 넣었다. 그는 화첩에 몇 달간 수십 차례 반복 스케치하고 이를 통해 다듬어지고 정돈된 상태에서 작가의 내면을 솔직, 담백하게 화폭에 그대로 옮겨, 푸근한 고향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담묵과 농묵의 반복적 필치로, 특히 점묘법과 같은 감각적 운필을 위주로 회화만의 느낌을 표현하며 현대적인 조형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그의 작품 곳곳에서 보여지는 잘 가꾸어진 비닐하우스와 소박한 집들은 작가의 개인적 삶의 진솔함과 인품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부소재라 할 수 있겠다.

김수진_자연읽기-구담봉_한지에 수묵_217×812cm_2004
김수진_자연읽기-바위_한지에 수묵_400×140cm_2004

김수진은 충북 단양 제1절경 '구담봉'을 수묵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선'을 사용하여 화폭에 옮겨 담았다. 구담봉은 암형이 거북을 닮아 구봉이라 한 것이며 물 속에 비친 바위가 거북무늬를 띠고 있어 구담이라 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작가가 구담봉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 이러한 이야기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바위'라는 이유 때문이다. 작가는 유독 바위를 좋아한다. 그가 보는 바위는 평범한 바위가 아니라, 마치 인간 삶의 드라마 같은 존재이며, 만물의 근원인 자연 그 자체를 의미한다. 또한 작가는 철저하게 전통을 계승하고 대상을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너무도 착실하게 선대의 예술론이 적용되고 있음이 보여지는데, 바위의 표현에서 산이나 돌을 표현할 때 쓰는 전통적인 '준법'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번 출품작에서는 '피마준(被麻)'과 부벽준'(斧劈)'을 주로 사용하여 날카롭고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바위산을 표현하였다. 또한 필력과 구도 설정법에서 대담한 운필의 일획성과 조형성이 보여지며, 바위를 표현함에 있어 마치 대상을 평론가적 입장에서 분석하는 듯 하면서도 대상과 대화하듯 매우 친근한 느낌으로 표현하였다.

문봉선_임진강(臨津江)_한지에 수묵_144×722cm_2004
문봉선_해빙(解氷)_한지에 수묵_297×143cm_2004

문봉선은 경기도 파주에서 바라본 해질녘의 고요한 '임진각' 전경을 7m가 넘는 화폭에 먹과 모필(毛筆)의 감각적 운용으로 조형화시켜 표현하였다. 작품에 표현된 강 건너 산 끝자락과 하늘이 만나는 선율은 보는 이를 자연스럽게 명상의 길로 유도하는 강한 힘을 발산하고 있다. 작가는 80년대 중반 수묵화가 전성기를 맞이하던 시절 '국전(國展)과 주요 민전(民展)'의 대상을 모두 휩쓰는 등 당시 미술계에서 촉망받는 젊은 작가로 인정을 받았다. 지필묵(紙筆墨)으로 표현이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믿는 작가는 그 후 지금까지 방대한 양의 작품 활동을 통해 철저히 선대의 예술론을 찬양하고 전통 계승의 중요성을 강조면서도 대상을 지극히 현대적으로 해석해 나가려는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또한 작가는 수묵화를 하면서도 전각, 조소, 서예 등 타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폭넓은 경험을 쌓아왔는데 이것이 그의 뛰어난 운필력을 뒷받침해주는 힘으로 보여진다. 기법 면에서는 묵의 중첩 효과와 갈필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철저한 조형 분석으로 가장 적합한 포치(布置) 선택과, 문인화 정신에 입각한 내면 세계의 표현 방법은 그만의 예술론을 새로운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로 비춰지고 있다.

박능생_남산에 오르다_한지에 수묵_180×630cm_2004

박능생은 서울 남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 전경을 7분할하여 화폭에 담았다. 이 작품은 작가가 부감법(俯瞰法)을 사용하여 산과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게 포치(布置)하였으며, 산맥과 도시의 차로 부분은 먹을 사용하지 않고 흰색을 그대로 남겨놓아 화면 전체에 역동감을 주었다. 마치 살아 숨쉬는 산과 도시의 조화를 한눈에 보는 듯 하다. 그의 작품에 드러난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동양화에서 중요시 여기는 '여백(餘白)'이 하늘을 제외하고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조형적인 면에서 해석해 볼 때, 이 여백을 대신할 그 무엇을 찾는다면 바로 산맥이 주는 생동감과 기운일 것이다. 작가의 필치는 주로 수평적 점묘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수천번의 작은 터치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사해 가고 있다.

이창희_무림_장지에 수묵_130×360cm_2004
이창희_양수리 풍경_장지에 수묵_130×360cm_2004
이창희_연가_광목에 수묵_600×480cm_2004

이창희는 강원도 춘천의 관광 명소 남이섬 내의 수목 길을 너비 4m80cm, 높이 6m의 초대형 화폭에 그 웅장함을 그대로 표현하였다. 이 작품은 지류가 아닌 광목천 위에 먹을 사용하여 표현한 것으로 종이에 비해 색감은 탁하고 질감 또한 거칠지만 표현력에 있어서는 수묵화 본연의 특징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또한 작품 앞에 서게 되면 관객이 마치 작품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할 것 같은 강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는 하나의 소실점에 의한 대각선 구도를 사용하여 실제와 같은 느낌을 준 때문이다. 작가는 현실감 있는 실경을 현대적 조형 방법으로 해석하고자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는 수묵화의 현대적 조형성에 깊이 빠져 있으며, 최근 작품에서는 수묵화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담묵(淡墨)과 발묵(潑墨), 그리고 수직갈필법(垂直渴筆法)을 사용하여 고요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주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 이번 『자연, 수묵, 그리고...』展은 이상과 같이 현대 수묵화 작가 5인을 초대하여 수묵화가 걸어야 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데 주안점을 두었으며, 80년대 수묵화 전성기와 같이 다시 한번 수묵화 작가들의 숨은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이번 전시에 참가해 주신 다섯 작가분과 후원해 주신 경기문화재단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하며 앞으로 수묵화에 대한 더욱 많은 연구가 이어지고 수묵화의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 영은미술관

Vol.20040921b | 자연, 수묵, 그리고...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