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ual Ayurveda-보여진 향기

조현예 회화.영상展   2005_0112 ▶ 2005_0118

조현예_호소하다_캔버스에 아이샤도우, 펄안료 등 혼합재료_130×194cm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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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112_수요일_05:00pm

부대행사_전시기간 중 관객참여 프로그램_화장품으로 그림그리기-Cosmetic Drawing 이벤트_전시기간 중 아로마용품 증정 협찬_아로마하우스

갤러리 라메르 3층 5관 서울 종로구 인사동 194 홍익빌딩 Tel. 02_730_5454

나는 향기 치료를 삶의 한 방식으로 채택하면서 대안을 취하고 버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정체성의 문제를 탐구한다. 후각을 작업의 테마로 삼은 이유는 나의 그림이 특정한 냄새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의도이다. 나는 현실에 없는 향기를 창출해내는 조향사이며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을 조향하는 과정에 빗대어보려 한다. 실제 만지지 않고도 후각으로 인터렉티브할 수 있다는 점은 미술 감상에 있어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 ● 그 후각은 개념속의 후각으로서 실제 냄새를 맡는것이 아니라 그림을 감상하면서 어떤 냄새일까를 상상하는 과정속에 있다. 나는 관람객이 실제 아로마 테라피가 주는 경험을 그림에서 느끼길 바란다. 향기를 간접 화법으로 표현하는 나의 그림이 실제보다 더 사실적인 향기를 내뿜어 주길 바란다.

조현예_성장하다_캔버스에 아이샤도우, 펄안료 등 혼합재료_130×194cm_2004

식물은 영속하기 위해 터펜이라는 유익한 물질을 고된 과정을 거쳐 생산해 내는데 인간은 그 부산물인 터펜을 추출해 오일 등의 아로마 제품에 쓴다. 식물이 터펜을 만드는 과정을 인간의 삶에 은유하였고 증류 등의 화학적 방법으로 추출하여 제품화하는 과정을 드로잉 해 인간이 편의를 위해 취하는 대체 방안에 비유한다. 인간의 삶은 대안을 취함의 연속이고 그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만큼, 미술의 영역의 문제도 이와 비슷하다 할 것이다. 나는 향기 치료의 이미지를 텍스트와 연계해 드로잉 해 나가면서 이미지와 텍스트가 만나는 지점에서 충돌하는 혹은 상호 작용하는 상태를 후각적인 맥락에서 결론짓는 새로운 형태의 감상법을 제시한다. 이를 테면 작품이 현재 존재하는 향이 아닌 상상속의 어떤 향으로 관람객에게 기억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것은 실제 향이 나지 않는 작품에서 향을 표현함으로서 암시적으로 향을 상기시키고 그 작품을 어떤 주제나 개념이 아닌 특정한 향으로 기억시키고자 하는 의도다.

조현예_관망하다_캔버스에 아이샤도우, 펄안료 등 혼합재료_130×194cm_2004

작품들은 사물의 몽타쥬적 배치로 인한 무한한 원근감의 연장과 과감한 구도가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나의 전 작품은 바닥을 베이스 컬러로 메우고 나서 연필 드로잉으로 시작한다. 화장품(eye shadow)으로 색을 메운 뒤 아크릴 컬러로 큰 이미지를 메우고 그 위 파스텔 드로잉을 한다. 때로는 유화 물감으로 작은 이미지를 묘사해 주는 등의 방식으로 여러 번 덧칠을 하고 미디움 처리로 더러 이미지를 지운 뒤 또 묘사를 하는 방식으로 더하기와 빼기의 두 방식이 공존한다고 할까? 가장 큰 기법적인 특징은 쌓음과 동시에 지우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빨리 진보해나가는 현대 사회의 특성에 여느 타 생물보다 빨리 적응해 나가는 인간의 모습에 '속도'라는 제동을 걸며 역설적으로 나의 그림은 미술의 제작 과정의 시간성을 결과물을 통해 보여준다. 대체 의학으로 점차 인정받고 있는 향기 치료는 삶의 속도가 아닌 삶의 질을 중시하는 세계관의 변화에 따라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제 스스로 사람은 삶의 속도를 늦추며 간과해 왔던 정체성의 문제를 되짚고 있다. 나는 작품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 어떤 특정한 개념속의 향으로 기억되길 바라는데 그 지점이 바로 자아 정체성을 상징한다.

조현예_갈망하다_캔버스에 아이샤도우, 펄안료 등 혼합재료_130×194cm_2004

나의 그림, 그것은 대부분 향기 치료에 대한 생각이라기보다는 삶을 영위하는 입장에서 우러나는 고민들을 향기 치료의 이미지를 매개로 표현해 본 것이었다. 이러한 대입법은 또 신표현주의 회화의 정서를 빌어 나의 방식으로 완성이 된 것 같다. 대부분의 나의 작품은 미완의 상태인 듯 보이며 미완의 상태를 지향하는 이유는 인간이 완전하지 못하므로 대안을 취함에 이유가 있고 나름대로 미완의 상태에서 완성도를 추구하는 노력이 아름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미술제작의 경제성의 문제가 재현의 수고를 더 나은 방법론으로 덜어가는 것을 뛰어넘어 개념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보여주고자 했다. 비록 나의 기법은 경제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를테면 작품 「퇴보적 자세2」의 경우 팝아트에서 많이 봐 왔던 식의 드로잉과 두가지 색 정도의 물감이 만나 나름대로 이미지가 나오게 되는 작품이다. 다른 작품과 달리 베이스에 깔린 흙가루가 그나마 그림에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듯 하다.

조현예_퇴보적 자세2_캔버스에 흙가루, 유성매직 등 혼합재료_117×91cm_2004

나는 외부에서 갖는 첫 개인전을 아로마테라피로 접근한다. 표면적으로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웰빙 문화를 작품의 테마로 끌어오면서 개인의 내밀한 이야기로 귀결시키고자 한다. 자신의 작품이 가진 근본적인 치유의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요즘 정신적인 웰빙을 지향한다는 나의 생각은 동양적 사유의 결과일 수 있다. ● 나는 정신 상태가 컴퓨터처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어서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스트레스 해소에 관심이 많다. 나는 이를테면 피로회복제와 같은 대안에 기대어 위로받은 적이 많고 심리 테스트에도 관심이 많았다. 때로 나를 확인하고 싶을 때 컴퓨터에 기대어 종종 심리 테스트를 하고 나를 규정짓기도 했다. 나는 공식적으로는 여유 있고 우아한 감성의 소유자여서 불안한 심경을 남에게 토로하지도 못하고, 주로 대체 의학에 의지해 왔다. 그 중 나에게 가장 큰 만족감을 준 것이 아로마테라피였다. 처음엔 비염 때문에 유칼립투스라는 향을 맡다가 점점 다른 향의 오일을 사게 되었고 점차 나의 목욕 패턴이 바뀌면서 내 생활에 침투하게 되었던 것이다.

조현예_퇴보적 자세_캔버스에 흙가루, 유성매직 등 혼합재료_97×130cm_2004

향기 치료라는 간접적 방식의 대안은 직접 시술 방식보다는 효과가 더디지만 보다 근본적인 방식에 접근하는 것일 수 있다. 인간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을 중시하고 삶의 질을 추구하면서 생긴 이러한 테라피의 도래는 우리의 세계관이 바뀌고 있음을 반증한다. 나라는 개인이 시대의 영향을 받으며 테라피 문화를 내 삶의 체계에 맞게 방식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나의 그림은 일기와 같은 다른 형태의 기록이 될 수 있다.

조현예_퇴보적 자세 Series_단채널 비디오 영상_2004

영상 「퇴보적 자세」는 나의 현 시점을 상징한다. 나는 정신적인 항상성을 유지하고 싶은 뭔가 부족한 사람이므로 주기적으로 이 자세를 취함으로써 순수한 상태를 상기시키는 것이다. ● 대안에 자주 기대는, 한편으로 주체적이지 못한 나의 현 상태를 퇴행이라 보고, 또 하나의(생물학적으로) 퇴보적인 자세를 취하면서(이를테면 태아의 자세 같은) 위로를 한다고 할까? 이것은 마치 자기 위안을 하 듯 나의 때묻음을 합리화하는 또 하나의 대안이다. ● 아로마테라피라는 대안이 내 생활에 침투하듯 이 행위도 나의 시간을 잠식한다. ■ 조현예

Vol.20050109a | 조현예 회화.영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