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원 개인展   2005_0309 ▶ 2005_0320

박혜원_뿔 7-2_드라이포인트_150×110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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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309_수요일_06:00pm

노암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 133번지 Tel. 02_720_2235

"뿔" 주제에 대한 해설 ● 뿔은 한마디로 ' 신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염원을 표현하는 것' 이다. 나는 아름다움(美)을 추구하는 길은 반드시 진리(眞)와 선(善)을 추구하는 길과 반드시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난다고 믿는다. 나는 여러 기하학적인 형태들 중에서, 하늘로 상승하듯 뾰족한 '원뿔'(cone)에서 신과 합일 되려는 염원을 가장 함축적이고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형태를 본다. 이번 판화 대작 시리즈에서는 이러한 불가능한 염원을 추상적으로, 스리고 드로잉에서는 구상적으로 표현해보았다. 나는 "가장 완벽한 형상의 어렴풋한 윤곽이나마 잡기 우이해 더 높고, 깊은 곳을 향해 솟아오르는 형상"을 그려내고자 한다. 가장 완벽한 형상은 오로지 신만이 창조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불가능하고도 허무한 갈망은 수천 년간 수많은 예술가들에 의해 걸작들을 탄생시켰다. 신의 손길은 드높은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한대로 넓고 깊은 우리 인간의 인식 영역을 초월한 곳까지 닿아있다. 그러므로 나의 관심 영역 역시 대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물론, 현재 미래와 연결되는 고대 그리고 미지의 우주로 확장된다. 내 작업 속의 형상들은 모두 수직으로 상승하는 형상만 띄지 않는다. 이는 수직, 수평, 대각선 그리고 이 모두를 하나로 묶는 원(圓)의 형태를 포괄한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하늘로 끝없이 상승하는 형상의 피라미드를 건설함으로써, 태양신 레(re)와 일치하고자 하였고, 유럽의 중세인 들은 수직으로 상승하는 고딕(gothic)성당을 통해 천상계로 향한 꿈을 표현하였으며,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미켈란젤로(Michelangelo)는 '뱀의 꿈틀거리는 형상'(figura serpentinata)에서 생동감 넘치는 불꽃 모양으로 꿈틀거리는 형상을 발견하였고, 이를 로마 바티칸 베드로 성당의 제대 기둥 등의 구체적인 형상으로 적용하여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같이 수천 년간 이어온 진선미(眞善美)의 공존은 20세기에 이르러 막을 내리게 되었고, 이들은 각기 독립적인 개체로 분열되어 세분화, 전문화 되었다. 이같이 실질적이고, 효율적이며 신속한 것만이 생존하는 현대 사회에서 철학과 종교는 길을 잃었다. 나는 한편으로는 이성적이고(眞),종교적이며(善) 아름다운(美) 형상을 만들고자 꿈꾼다. 어찌 보면 내 작업의 주제가 무겁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엄밀히 보자면 나의 주된 관심사는 인류의 가장 본질적인 것을 건드리고자 하기 때문에, 가장 보편적이고 가까운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나의 관심 주제는 과거, 현재, 미래의 시관과 공간을 초월한 신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므로 주제 역시 다양하다. 이번 나의 작업에서는 불로장생의 상징인 거북이, 물고기, 코뿔소, 새, 사마귀 등의 다양한 생명체가 등장한다. 내가 다루는 동물들은 원래 뿔이 달린 것도 있지만 내 그림에서는 그렇지 않은 생명체도 뿔을 달고 있거나, 하늘로 상승하는 형상을 띄고 있다. 이 뿔은 바로 신(神), 즉 대자연과의 일치의 염원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 박혜원

박혜원_뿔 3-3_드라이포인트_220×110_2004
박혜원_뿔 4-2_드라이포인트_220×110_2004

이중적 역설과 동, 서양의 양면성 ● 서양인인 내가 동양인 예술가에 대해 이야기 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박소피아가 내게 개인적 서문을 써달라는 부탁을 기꺼이 받아들인 것은 브뤼셀 미술학교에서 사 년의 긴 시간 동안 그녀를 판화과 교수로 지도했던 나로써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나는 박 소피아의 최근작을 볼 수 없었지만, 사년간 학교에서 지도하고 지켜본 결과 그녀의 예술적 가능성 및 그의 중요성을 처음부터 감지 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자리를 빌려 그녀의 작품 세계에 대한 나의 높은 평가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한 마디로 박 소피아의 작업은 이중적 역설과 동시에 동, 서양의 양면성을 드러내고 있다 : 서양 , 특히 프랑스문화에 대한 지식과 한국 정신에 대한 강한 소속의식이 그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하다고 하겠다. 플란더스,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유럽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은 여행을 통해 다른 문화 예술 으로써 근원적인 문화는 작품 속에 더욱 뿌리 깊게 내려지게 되었다. 박 소피아의 경우도 이들 경우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여행과 만남들, 즉 다른 문화와의 접촉은 자신 안에 내포된 한국적인 특성과 정신을 발굴하게 해주었다. 그녀는 파리에서 자코메티를 발견하였고, 장 주네, 토마스 만과 헬더린 등의 작품 세계를 접하면서 깊은 충격을 받았으며 그녀의 클래식음악에 대한 열정은 모두 그녀에게 중요한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그녀의 풍부한 상상력과 복합적인 감정, 때로는 역설적인 감정표현은 그녀만의 독특한 개성이며 매력이다. 예술은 '모순'에서 나온다. 그녀는 끊임없는 의혹과 질문 속에 쌓여 있다. 오로지 진정한 예술가들, 즉 본질적인 작품을 창조해낼 수 있는 자들만이 그들이 느끼게 되는 지적인 불안감을 극복하고 조형적 이미지로 형상화시킴으로써, 외부세계와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관계를 형성, 정의 내리고 연결시킨다.

박혜원_뿔 5-1_드라이포인트_285×110_2004
박혜원_뿔 5-2_드라이포인트_220×110_2004
박혜원_뿔 6-2_드라이포인트_220×110_2004

그녀의 작업은 십수 년간을 해외에서 공부했지만 근본적으로 한국인이다. 그 옛날 신비롭고 웅장했던 고대 문명들은 그녀 작품 속에서 살아 숨쉬며 현존한다. 하지만 이집트, 중동, 메소포타미아, 앗시리아, 인더스 문명들은 그녀의 근원적인 뿌리를 흔들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민속과 풍습은 오늘날 사라진 대제국들의 화려함과 조화를 이룬다. 신비롭고 위험한 바다 속 물고기, 문어 및 위협적인 익명의 흔적들, 침묵을 지키는 검은 그림자들은 그녀의 작품 속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꽃의 세계와 충돌한다. 그녀만의 개인적이고 독창적인 세계는 그 누구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 그녀만의 것이다. 진정한 진리의 힘과 정밀성으로 새겨지고 확고히 한다. 나는 항상 박 소피아가 훌륭한 작가가 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녀에게 여러 차례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 정착하고 또한 그녀가 습득한 것들을 굳히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 이다. 나는 아쉽게도 서울에서 열리는 개인전에 참석할 수는 없지만, 이는 앞으로 더욱 발전해나갈 예술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자신의 세계에 대한 진실성과 고집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이상하도록 개인적이고, 감각적이며 친밀한 내면세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힘과 폭풍우와 같은 '환영'(illusion)을 그려내려는 작업은 결코 쉬운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예술 창조를 추구하는 이들의 '운명'이다. 진정한 작품의 독창성은 그 어떤 구체적인 모델을 갖고 있지 않는다. 그래서 예술가는 자신이 추구하고 확신하는 '진실추구' 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지니고 자신의 길을 꾸준히 고집해 나가야 할 것 이다. 나는 미술평론가도, 미술사학자도 아닌 단순히 미술 작업을 하고, 평생 이를 가르쳐온 사람이다. 나는 위의 글을 진심으로, 그리고 박 소피아에 대한 깊은 우정으로 썼다. 나는 그녀에게서 동양의 정신, 특히 한국의 정신을 배웠다. '여백'의 중요성과 불교, 유교의 정신을, 나는 그녀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 로저 드윈트

Vol.20050308a | 박혜원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