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콜_protocol

이장원 뉴미디어 설치展   2005_0311 ▶︎ 2005_0320

이장원_sunTracer pt II_SRAO 설치모습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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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311_금요일_05:30pm

스페이스 셀 서울 종로구 삼청동 25-9번지 Tel. 02_732_8145 www.spacecell.co.kr

해를 쫓는 사람 - 프로토콜 네러티브 ● "protocol은 통신규약을 나타내는 전문 용어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인터넷이나 핸드폰 전화 등은 각각의 프로토콜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서로를 연결 시켜주고 의사소통을 가능케 합니다. 기계/사람/인종/문화/자연/문명/미디어 사이를 탐색하고 실험하는 본인의 작업이 어쩌면 그것들 사이의 protocol을 정의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장원_37 27' 15"_126 57' 19" 2005.3.2_11:40_2005

오래된 이야기가 있다. 이제 막 신화의 시대가 시작하였다. 하늘과 땅이 갈라지고 해와 달이 뜨고 물이 차고 사람들과 동물들과 식물들이 서로의 세상을 만들어가기 시작할 무렵, 무시무시한 용이 나타나(혹은 늑대가) 해를 삼켜버렸다. 뒤이어 달을 그리고는 별들을 먹어치우는 것이었다. 세상은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여서는 어떠한 새로운 생명도 만들어내지 못하게 되었다.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자 사람들의 왕은 급히 저 포악한 용을 잡아 해와 달과 별들을 구하여 마침내 세상을 구할 용사를 모집하였다. 무수한 용사들이 용과 싸움을 벌였지만 수백 수천가지 모습으로 변신할 줄 아는 용과 대적하여 어느 누구도 용의 모습을 보지도 못한 채 공포에 떨며 실패하였다. 물론 반신인 즉 인간과 신 사이에 태어난 영웅이 등장하여 그 용을 잡아 죽이고 배를 갈라 해와 달과 별들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그리하여 세상은 위기를 넘기고 새로운 시대를 연다. 이제 이 영웅에 의해 새롭게 이해된 우주의 운행과 자연사물의 실체가 드러난다.

이장원_sunTracer installation diagram_2005

일식과 월식을 설명하고 이해하기 시작할 무렵의 이야기이다. 해와 달을 삼켜버린 검은 그림자는 물론 우리 땅덩어리가 낳은 그림자에 의한 것이었고 그것을 알리 없는 사람들은 헛되이 두려움에 떨며 공포의 대왕을 상상하였다. 원시인들은 그것을 이해해야할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이하였을 것이다. 그로부터 이야기이자 신화, 과학적 인식의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 이장원의 작업을 접하고는 나는 마치 이 아주 오래된 이야기가 되살아나서 현대인의 마음과 관념의 왕에게 사로잡힌 해를 구출하려는 시도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대학 천문대와 협력하여 다양한 위치에서 해를 관찰하는 이 무용(無用)한 계획은 기존의 어떠한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 최초의 인간이 경험했을 최초의 해와의 접촉을 시도한다. 그럼으로써 여러 가지 모습으로 채색되어온 해의 어떤 실체에 접근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 해를 직접 바라다 본 기억이 있는가? 고대의 히파르코스, 덴마크의 천재 천체관측자 티코브라헤, 갈리레오 갈리레이 등 무수한 과학자들, 천문학자들은 마침내 그 당대의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였고 장님이 되기도 하였다. 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시력을 상실한다. 인간생활에 가장 유용한 눈을 희생해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태양의 신이다. 아니 신화 속 이야기처럼 목숨마저 내어놓아야 가능한 만남. 그리하여 지혜로운 인간은 자신의 눈 대신 카메라를 만들어 태양의 희생제의를 시도한다. 왜 작가는 이 만남을 시도하는가? 이 만남 이후에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가?

이장원_untitled_ cd-rom drives, LINUX system, touch sensor, ccd-camera, monitor_2005
이장원_untitled_monitor, dvd player, servo motor, 제어 장치_2004
이장원_untitled_monitor, dvd player, servo motor, 촛불, 제어 장치_2005
이장원_untitled_monitor, PC, 움직임 장치, 제어 장치_2005

작가가 말하는 프로토콜은 마치 반신 영웅이 해를 삼킨 용을 잠재우기 위해 쏘아올린 황금화살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인간이 최초로 맞이한 이 낯선 우주의 자연사물과 사건들에 이리저리 쫓기며 도망치기 바쁠 때, 한 인간이 용감하게 나서서 자연사물과 사건을 이해하려고 시도했을 때, 인류의 신화가 시작되었다. 새로운 능력을 부여받은 컴퓨터와 전자기기들, 3개월마다 업그레이드되는 통신기기, 3개월 마다 동시대를 살면서도 그를 타인과 혹은 세상과 매개하는 미디어에 따라서 세대차이가 벌어지는 환경. 좁혀 생각해보면 현대인이 새롭게 맞이하는 디지털 사이버 환경을 이해하고 상호 의사소통하기 위해서는 프로토콜이 마법의 묘약이기 때문이다. ● 이장원의 작업은 과학 혹은 기술공학과 예술의 만남을 현상적으로 가능케 하는 것은 이러한 아주 오래된 인류의 도전과 경험이 무의식의 층위에 서사적 바탕을 이루기에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오래된 열망이며 그 열망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입문하는 것을 은유한다. 이장원의 해를 쫓아가는 여행은 무용하면서도 무모한 실험이지만 그에게는 해의 실체를 가리고 있는 어둠 혹은 관념의 장막을 젖힐 황금의 화살이 준비되어 있는 듯하다. ■ 김노암

Vol.20050315a | 이장원 뉴미디어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