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신세대의 힘

新·東展   2005_0323 ▶︎ 2005_0329

초대일시_2005_0323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고경희_고승희_고영미_곽수연_구인성_김귀은_김남호 김미지_김보민_김선태_김성희_김윤정_김정향_김지호_김창미 김초혜_김태연_김현경_김혜리_문정화_민병권_박경민_박경환 박세정_박소연_박수현_박지영_안인경_육인혜_윤지원_이애란 이재숙_이주미_이지운_임태규_정혜진_진현미_최종운 한정희_허지은_현민우_홍선미_홍주희_홍화선

세미나 공청회_2005_0328_월요일 주제_새로운 동양화(新ㆍ東) 논의의 동시대적 가능성 사회_정진용_화가ㆍ홍익대 미술학 02:00pm_이건수_월간미술 편집장 03:00pm_김준기_사비나 미술관 학예실장

공평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공평동 5-1번지 Tel. 02_733_9512

만성적 증후의 천성적 도발 - 畵病에 대하여은주의 자살_얼마 전 한 연예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울증 이랜다. 혹자가 말한다. "걔는 뭔가 우울한 것처럼 보였어." 마치 그녀의 죽음을 예견했다는 듯한 태도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녀의 은근한 팬이었다. 죽지 않았다면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었을까? 심각한 죽음앞에서 다만 아쉬움이 남는다. ● 까페 빈센트_그녀의 개인사를 짐작하고 싶지는 않다. 재능 있는 연기자였으므로 그것에 관련하여 생각하고만 싶다. 연기의 한계를 느껴서 였을까? 나는 한 화가의 죽음에 관해서도 이 경우와 유사한 생각을 품은 적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오로지 담배를 필 장소로 선택되었던 구석지의 싸구려 까페에서 '스타리 스타리 나잇 어쩌고...'하는 멜로디를 들었을 때의 묘한 감정을 잊지 못한다. 십여 년을 훌쩍 넘긴 나중에 생각한 거지만, 까페의 하얀 벽에 조그맣게 덕지덕지 붙어있던 되게 못 그린 것 같아 보였던 그림들이, 지금도 나를 x파일의 멀더처럼 자꾸 자살의 이유을 추궁하게 하는 그 사람의 흔적이었음을 알 즈음에, 숨어 피는 담배연기에 취하는 와중에도 어쩌면 그렇게도 스타리..스타리의 멜로디와 너무도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었는지...

고경희_고승희 고영미_곽수연

죽음에 이르는 병 ● 언젠가 강의시간에 그 사람의 옛 죽음에 대해 나름에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나 역시 화가로서, 그가 빚어낸 형상과 생의 궤적을 반추해 보던 중, 미스테리한 그의 자살에 대하여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의 육체가 정신의 포화를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하게 만든 것은 아니었을 까. 인간의 육체가 가진 한계, 그것이 고질적 병이다. 그가 더 오래 살았다면 어떤 작품을 남겼을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적어도 그는 인간의 몸으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죽은 것 같기 때문에... 그러므로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그를 죽인 것은 정신병과 가난이 아니라 육체적 한계에 대한 스스로의 절망이다. ● 그는 절망을 죽음으로 맞섰지만 절망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했던 누구는 병도 죽음도 절망도 다 두려웠나 보다. 이상하게도 그가 아직 지구저편의 어딘가에 살아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몸의 한계점에 이르러 죽었다'

구인성_김귀은 김남호_김미지

새로운 환자들 ● 이 전시는 순수하게 이 시대의 미술가로서 가지는 자의적인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시대의 우울, 강박증, 내 외적 콤플렉스, 밥벌이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병폐, 개인적 증세등 인간의 삶의 속성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가 새로운 심미기준으로 작용한다면, 새로운 세대의 예술심리는 분명 여하한 차이를 생산하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 이들의 이미지가 표출하는 병적 증후는 모두 현실적 삶과 연관되어 있다. 동시에 이들은 삶의 모습과 정체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예컨대, 사랑은 어떤 이에겐 서정적 모티브만은 아닐 수 있다. 어느 작가의 실패한 사랑에 대한 당당함은 더 이상 애증과 회한이 뒤섞인 독백조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현재 이들의 정서심미가 과거선배들과는 한참 다름을 인정해야만 한다. 이것은 인간의 삶 속에서 自와 他의 관계가 자기존재의 필연적 계기에 기인하는 한, 예술적 삶의 기준은 현재의 시점을 떠나서는 결코 드러내어 질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 새로운 세대의 화가들에게 병의 원인은 개인이자 개인이 속한 사회이고 현실이다. 이 병은 천성적이고 능동적이며 개인을 고립시키고 폐인으로 만드는 가하면 어떤 때는 창작의 원천적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김보민_김선태 김성희_김윤정

병세의 징후들 ● 세상은 화가에게 미치라고 항상 권고하지만 이 세상에 더 이상 미칠자리가 있겠는가. 정신병적 증후를 유발시키는 사회의 조건들은 주변에 산재해 있다. 이들의 작가노트의 부분을 그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 현실 도피, 性 콤플렉스, 페르조나(Persona), 인간관계 콤플렉스, 언제까지나 아이로 남고 싶어. 요나 콤플렉스 (Jonah complex), 미라클 콤플렉스, , 외모콤플렉스, 화장대와 화장품에 집착, 벗어날 수 없는 우울증. 러브 콤플렉스, 사랑에 대한 기억을 병처럼 앓고 가는, 주변인과 광기, '화'는 참아내고자 하는 강박관념, 반복과 중독되어진다, Natural Complex, 성욕, 관음증... ● 정치인들의 위선과 재벌의 탐욕과 대박에 미친 서민들, 인터넷 중독, 불륜, 실패한 사랑, 이들은 이러한 정서심미의 요인들을 콤플렉스로 인식하였는데 이는 이들 스스로가 선천적이건 후천적이건 自性에 매립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현대문명을 지탱하고 있는 합리적 실증주의가 대답해 주지 못하는 존재의 문제를, 자신의 병리로 환원시켜 모색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들에게 자아의 병적 증후를 드러낸다는 것은 결국 자성의 제시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들 모두는 창작을 위해 나름의 병을 지고 산다. 암과 같이 증식하는 불치병. 예술가는 그것을 품은 가슴에서 쏟아내며 산다. 어떤 때는 그 병이 효력을 발휘하는 진짜 핏덩이로, 어떤 때는 손가락 넣어 억지로 끌어내는 오바이트로 나올 수도 있다.

김정향_김지호 김창미_김초혜
김태연_김현경 김혜리_문정화

만성적 증후의 천성적 도발 ● 이들의 병적 증후에 대한 해석은 대부분 감성적, 내면적, 심리적 내상들에 관한 사유의 결과들이다. 이미지로부터 강렬한 트라우마(trauma)로 현시되는 외적인 상흔(scar)의 사실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이라든가 엽기적이고 그로테스크한 해석을 찾기 힘든 것은 동양화를 전공한 이들의 감성적 특질인 것처럼 여겨지게 만든다.. ● 자신의 삶과 사회에 대한 '앓음'으로부터 유발되는 다채로운 문제의식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침투하고 도약하여 풀어내기 보다는 자신의 내부로 끌어들여 소화시키려는 것은 이들의 한계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어쩌면 냉소적이고 수동적인 속성은 이들이 벗어나지 못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간직하려 하는 후천적 병리의 증후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세대의 시도인 만큼 직관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용기가 아쉽다. ● 예술, 비예술, 도덕, 부도덕을 경계짓는 인식틀조차 의미없음으로 치부하는 자유로운 세상에서 이들은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화가는 제 알아서 놀고, 살고 싶은 대로 산다. 이들은 이것을 확실하게 절감하고 실행하였다. 정신의 병리는 화가의 가장 현실적인 모티브이다. 자신의 처지를 주어진 양식이나 상황에 맞추어 경계하지 않고 천성적 기질과 창조적 욕망에 좀더 솔직하게 접근하는 것, 그것이 이들의 본능이자 타고난 병이 아니겠는가? 화가라면 누구나 그림에 미친 '환자' 소리를 듣기를 한번쯤은 원하고 있지 않은가?

민병권_박경민 박경환_박세정
박소연_박수현 박지영_안인경

동방불패 증후군 ● 東.方.不.敗, 10여 년 전 동양에서는 상대가 없는 최고의 무림고수가 나왔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가 운명처럼 주어진 性 정체성을 거부한 댓가는 최고의 무공이었다. 그래서 동쪽바닥에서는 절대 지지 않는다. 다소 유치하지만 몇 년 뒤 그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서 돌아왔다. 이름하여 東西方不敗. ● 이 시대의 젊은 미술가들에게 '동양화, 혹은 한국화로서의...'라 불리워져 왔던 정체성문제에 대한 고질적인 담론은 비현실적이고 모호하다. 양식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가 개인의 창작욕구보다 중요하게 설정되어왔던 과거의 코드는 이들에겐 너무 어려운 짐이고 장애다. 마치 동방불패가 되기 위해 숙명처럼 자신을 둘러싸고 옥죄는 허물을 벗어버리는 것, 무림, 아니 예림에서는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문제가 아닌가. 창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를 둘러싼 양식의 정체성 문제 이전에 자기 자신으로부터 생성되는 개인의 정체성일 것이다. ● 미술가에게 강박증은 독이된다. 강박증에 원인은 개인적인 삶의 역사에 근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미술계의 현재적 상황에 대한 적응의 강박이라든가 무엇보다도 동양, 혹은 한국적인 것이라 가정된 모호한 가치들에 대한 천성적 강박증도 한 몫 하고 있을 것이다. 전승의 위계와 전통의 권위문제는 우리가 그것에 대해 좀더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접근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이해와 해석이 달라지는 것이다. 권위는 기존의 권위에 대한 합의와 인정을 통해 재생성된다. 위대한 동양적 전통을 생생한 현재성의 실재가 아닌, 전형적 형식이 빚어내는 불변의 권위로 받아들일 때, 동양화(한국화)과 출신의 화가들은 항상 권위의 영향 하에 있는 것처럼 비춰지게 된다. 동방불패를 넘어 동서방불패의 길은 멀고 험하다.

육인혜_윤지원 이애란_이재숙
이주미_이지운 임태규_정혜진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표현 ● 이 전시와 같이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유사한 소재를 중복시킨 기획에 작가가 맞춰서 작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광박한 창작심은 분명 이들의 전시를 가능하게 하였다. 시인이 언어를 통해 세계와 대화하듯 화가는 미술형상으로 그것을 실현시킨다. ● 새로운 해석은 새로운 세대의 몫으로 轉化될 것이다. 여기 차세대 미술가들이 전형의 세계에 들이대는 항변의 몸짓은 그 자체가 병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고전의 관점에서는 이들의 표현이란 마치 바이러스와 같이 고쳐져야 할 것, 삭제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표현에 대한 압박감과 유행패턴의 추종은 주지한 전통의 권위보다 더 큰 폐단으로 자신을 '의미없음'으로 돌려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품고 있는 병리의 독소를 과감하게 풀어놓는다. 물론 이들 이전에도 미술사에서 몇 차례의 혁신적 시도가 있었다. 그 변화의 양상은 항상 전례 없는 소요로서 시작하고, 기존의 권위에 침투하여 마침내 문화적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한국화의 새로운 세대가 생산하는 미술은 전통의 굴레를 넘어 이미 독자적인 영역으로 인정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특히 '현대적'이라고 부르는 다른 유형의 미술이 만족을 주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화적인 욕구를 지속적으로 충족시키고 있다. ● 기대 못지 않게 자기로부터의 새로운 실험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육상산이 "육경은 모두 나를 위한 각주이다."(六經皆我註脚)라고 한 것이나 석도가 "나는 나의 법으로 그린다"(我自用我法).라고 한것과 같이 고전의 선구적 정신은 후대에 이르러 자기화와 현실재의 의미가치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제하고 싶은 것을 제 방식으로 하는 힘. 그것은 자신을 고립된 익명의 섬과 같은 고독한 존재로 만들거나 어쩌면 미술가의 정신과 육체를 좀먹는 병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살아가게 하는 약이 되기도 할 것이다. 영화 '취화선'에서의 한 장면이 막연히 떠오른다. ● "선생님 젤 싫어하시는 말 인줄 아는데요 그리다 버린 그림하나 있으면 주세요. 보면서 선생님 생각하게요." / "요즘 그림을 그리지 않으니 버린 그림이라도 있겠느냐." / "왜요?" / "변하고 싶어서 그래, 제 놈들 보고 싶은 것만 내 그림 안에서 보는데! 거기에 발목잡히면 영원히 버리는 거야."

진현미_최종운 한정희_허지은
현민우_홍선미 홍주희_홍화선

이 전시는 원래 신세대의 작가들이 본 사회와 개인에 관한 병리의 해석이라는 주제로 시작하였지만 이들의 작업을 굳이 병적 증상에 대한 이미지로 몰아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기획자의 의도보다 이들이 한국화의 신세대로서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비젼을 환기시키려 노력했다는 점일 것이다. 여기 동일한 주제하에 유사한 심미를 발현하여 전혀 다른 형태를 드러낸 한국화 전공의 신세대들의 용기있는 실험과 능력에 존경하는 미술계의 선배님들께서 부디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시길-^^ ■ 정진용

新·東_① 천재아이(神童)_여기서는 미적재능을 타고난 신세대. prodigy / ② 새로운 동양화_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표현. A manifesto! new expression of new generation

Vol.20050322a | 한국화 신세대의 힘 - 新·東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