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원정숙 회화展   2005_0323 ▶︎ 2005_0405

원정숙_부엉이와 같은 너는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100×80cm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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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323_수요일_05:00pm

대안공간 풀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21번지 Tel. 02_735_4805

휴식 ● 나는 느려진 오후의 시골 마당에 서 있다. 닭들은 나무 그늘 아래서 꾸벅거리며 졸고 있고, 철없는 오리는 연신 물질이다. 토끼는 뒤뜰 수풀에 앉아 귀만 쫑긋거린다. 밤새 개구리 소리로 나는 취한 듯 몽롱하다. 바람을 따라 어디선가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른 봄에 심은 옥수수 잎을 비비는 노랫소리이다.

원정숙_작은 반딧불이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90×116cm_2003
원정숙_'노래를 불러주지'라고 옥수수가?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116×90cm_2003
원정숙_휴식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72×61cm_2003
원정숙_휴식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72×61cm_2003
원정숙_행복한 바보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100×80cm_2004
원정숙_여우 목도리 체조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91×73cm_2004
원정숙_리듬을 타고 가고 싶어요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91×73cm_2003
원정숙_무지개, 무지개 새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91×73cm_2003
원정숙_겨울속의 겨울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38×45cm_2004

소리는 리듬으로 잠을 불러 맑은 눈으로 바라보았던 어릴 적 시간으로 빠져들게 한다. 투명하던 빛, 작은 반딧불이 꽃불과 부엉이 울음 넘실거리던 숲... 즐거운 상상과 순한 동물들의 움직임이 나의 우울했던 기억과 상처들을 치유한다. 웅크려 누워도, 무엇에 눌려 있어도 편안하다. 나는 지금 나만이 느낄 수 있는 휴식으로 있기 때문이다.

원정숙_겨울속의 겨울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32×41cm_2004
원정숙_겨울속의 겨울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41×32cm_2004
원정숙_달카페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90×116cm_2004
원정숙_그 옛날 떠돌이 화가에 대한 감사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91×73cm_2004

겨울 속의 겨울 ● 또 감기다. 지난밤 몇 번의 고열로 한숨도 못잔 상태다. 토끼는 구석에서 졸고만 있다. 신은 토끼에게 어떤 목소리도 주지 않았다. 나는 반항적인 춤을 가르친다. 소용없다. 몇 달째 단순한 동작 하나 학습되지 않고 있다. 토끼랑 눈밭에서 가르치지 못한 춤을 출 수 있다면…. 바람은 이 겨울 중에 가장 매섭게 분다. 혹독한 추위로 웅크려든 닭과 오리를 부엌방으로 데리고 왔다. 몸은 차고 열은 다시 끝도 없이 오른다. 누운 몸이 공중으로 솟아오르다 땅속으로 나는 깊이 떨어지고 말았다. 멀리서 가느다란 한줄기 소리가 들린다. 날카로운 연장이 뼛속으로 서서히 들어가는, 그런 아픈 소리이다. 소리는 점점 커지며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가을날 뿌려졌던 씨와 겨울나기 식물들이 얼어붙는 소리이다. 늦은 가을 뒷산에서 보았던 눈이 까만 다람쥐 한 쌍의 비명이다. 그들은 긴 겨울 동안 얼었다가 녹는 고통을 몇 번이나 반복할 것이다. 그리고 오직 심장만이 생명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 원정숙

Vol.20050324a | 원정숙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