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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322_화요일_06: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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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본(見本)에 대하여 ● 김정민의 작업은 일견 대상의 재현에 있어 보인다. 지난 2002년의 광주 비엔날레에서 보여준 그의 설치 작업은 골판지의 질감을 이용하여 방을 재현한 것이었다. 조각과 설치의 묘한 중간지점에서 조각적 의미의 무게와 가벼움, 그리고 재료의 유연성을 동시에 지닌 보기 드문 수작으로 기억하고 있다. 또한 그는 정교한 수공성과 재료를 다루는 능숙함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그가 현재 천작하고 있는 작업은 대단히 중층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현대 사회의 물신화에 대한 작가 나름의 숙고가 묻어난다.
그렇다면 그는 왜 대상의 재현에 관심이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작가는 '견본(見本)'이란 단어를 말하고 있다. 이때 작가가 말하는 견본이란 '본질을 보는' 의미에서의 견본이다. 한글과 한자의 유희적 결합에 의하여 이 의미는 그의 이번 작품이 보여주는 오리지널 (식물)에 대한 재현을 통하여 제시된 견본 혹은 견본품의 의미와 그의 작업이 재현하고 있는 대상, 그리고 나아가 그 대상의 본질과 본질을 둘러싼 우리의 다양한 해석과 이것들이 뒤죽박죽 얽혀있는 사회에 대한 근원적인 바라봄(見本)을 촉구하는데 있다. 그래서 이 '견본'이란 단어의 다중적 의미는 그의 작업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내는 유용한 도구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가 보여주는 대상은 식물이다. 다양한 재료로 재현된 식물들은 정교한 그의 손을 통하여 놀랍게도 살아있는 오리지널의 모습을 띄고 있다. 하지만 그 생생한 재현력은 눈에 띄게 드러나는 재료의 성질로 인하여 이 대상물들이 형태만을 그럴 듯 하게 재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 즉 살아 있는 생명의 어설픈 복제에 있음을 수줍게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이 복제는 영화 매트릭스로 대표되는 시뮬레이션 세계에서의 복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필요에 의해서 재단되고 길러지며 선택되고 꾸며지며 제시되는 견본품으로서의 지금의 현실에 대한 작가 김정민의 단상이라 짐작해 본다.
그의 이번 작업에서 줄기 하나 잎사귀 하나하나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만져지고 다듬어져 이루어진 형태들은 매우 섬세해서 시적인 감흥과 더불어 조각적으로도 가벼움과 무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시각적 쾌감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 신현중
Vol.20050324b | 김정민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