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5_0323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강미선_김병종_김용철_문봉선_여운_이두식_황주리
모인화랑 서울 종로구 관훈동 30-9번지 청아빌딩 2층 Tel. 02_739_9292
이 전시는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먼저, 화가에게 하지 않던 일을 하게 한 것. 뛰어난 화가가 할 수 있을 법한 남다른 면모를 보이고자 했다. 찬란한 색채의 향연을 펼쳐 미국과 특히 중국에서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는 유화가 이두식에게 닭을 그리게 했다. 예전, 인체의 부분을 극사실로 그린 위에 내면세계를 암시하는 선과 색을 가하여 규정하기 힘든 심리세계를 보여 한국미술에 드물던 내면탐구의 면모를 보여주었던 그가 실로 10년 이상 만에 보이는 세계, 닭에서 연상할 수 있는 삶과 시간과 문화가 묻어나는 그림이 그려지리라. 그 결과는 성공이라 여겨진다.
다음, 새로운 얼굴, 소중하나 밀쳐두었던 화가를 선보인 점. 화가 여운은 지난 70년대에 추상 일변도로, 탈현실과 탈역사의 껍데기미술문화가 판쳤을 때, 현실 미술판의 흐름을 존중하되 역사와 현실을 회복하고자 하는 화면으로 그를 아는 시인과 극소수 미술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이미 시인이나 소설가들을 비롯한 문인들을 시작으로 뜨겁게 타올랐던 반독재운동의 강한 흐름이 그를 어느 미술집단에도 속하지 못하게 강요했다. 그는 10여년 이상을 각종 단체의 둥지를 마련하는 일, 예술가와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는 세력을 연결시키는 일에 분주하였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 그는 역사에 다대한 기여를 했다고 그를 아는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한창 타올라야 할, 자신의 예술에 몰두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잃었다. 요 몇 년 사이 그는 백지 앞에 서는 일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그의 남다른 감수성을 기대했고, 그런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여운 역시 반드시 남다른 세계를 펼쳐보이리라 확신한다. 그리고 그런 징후는 벌써 보인다. (풍경을 그려도 남다른 풍경을 그리고, 어린이 책의 그림에서 발군의 역량을 발휘하여 세계의 인정을 받기 시작한 여운의 동료, 후배 미술가들처럼.)
김용철, 황주리는 옛그림의 주제를 현대적 방법으로 모색하였고 닭 그림을 그려 행운을 기원한다. 김병종과 강미선, 문봉선의 한국화가들을 한 자리에 모은 일 또한 남다른 의도를 나타낸다. 이 시대를 호흡하는 우리 그림의 세계를 제대로 선보이리라 하는. 모인화랑은 앞으로도 이런 행보를 보이리라 한다. 모여서 새로운 세계를 보이고자 한다고. ■ 최석태
Vol.20050329a | 어쩌누 닭을 그리다가 닭이 되었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