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째 소조각회展   2005_0323 ▶︎ 2005_0329

오상욱_스킨스쿠바 다이버_알미늄판에 배관재료_240×120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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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323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배진호_오상욱_이영진_김석_장현숙_이수천 김병철_김성복_이병희_전덕제_강영대_권치규 이원석_최현승_안경문_오세문_박장근_설총식 양형규_권민정_배정준_추은영_조훈_김해남_조윤환

모란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28번지 백상빌딩 B1 Tel. 02_737_0057 www.moranmuseum.org/gallery.html

예술적 표현으로서의 자기성찰 ● 소조각회는 해마다 특정 주제를 정해서 회원 작가들 나름의 개성대로 그 주제를 소화해 내는 방식으로 연례전을 치러왔다.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그것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하는 일. 2005년 소조각회 기획전의 주제이다. 예술가는 자신의 사상, 의식, 감정 등을 표현함으로써 예술가로서 존재한다. 그 표현을 추동하는 여러 가지 욕망 가운데서 가장 근본적인 요소를 꼽으라면 그것은 작가로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자하는 욕망일 것이다. 이러한 욕망의 표현은 내면적인 자아성찰로부터 출발한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다져 보자는 것이 이번 전시를 여는 소조각회 구성원들의 생각이다. ● 예술가로서의 나를 표현 하고자 하는 이번 전시에서 25인 참여작가들은 각자의 방법대로 주제에 접근하고 있다. 매체 중심의 창작 소모임이 주제를 중심으로 전시를 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평소의 작업 모아서 평치는 모듬전 여는게 훨씬 간단한 일인데도, 이들은 주제전을 고집해왔다. 이 글은 동시대 한국현대미술에 있어서 소조각회가 가지는 특정 매체 중심의 창작소모임으로서의 각별한 의미를 살펴보고, 출품작에서 나타난 이들의 방법적 특성을 중심으로 전시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영진_자소상_20×15×25cm_2005
배진호_두상 2005_합성수지_40×30×50cm_2004
김석_어느 휴머니스트의 은밀한 눈물_마블두상, 동력장치, 돌, 오브제_150×150×110cm_2004
장현숙_旅_동판_39×31×8cm_2004

1. 소조각회라는 이름은 '조소작업의 양대 축을 이루는 소조와 조각의 기본적인 요소를 공히 중요시 한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동시에 '소처럼 우직하게 작업에 매진하는 작가들의 모임을 의미한다'는 중의적인 작명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들어왔다. 후자의 경우 우리 미술계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소조각회 작가들의 경륜과 작업 성향을 대변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그 함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면, 정통적인 의미의 입체 조형작업의 정체를 확인하게 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다시 말하면 흔히 '조각'이라고 줄여서 부르는 '입체 조형작업'의 일단은 소조와 조각이 합쳐진 '조소(彫塑, SCULPTURE)'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더 타당한 것임을 '소조각'이라는 이름을 통해서 강렬하게 환기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언어의 화용론적 특성상 시각 예술을 그냥 미술이라고 부르듯이 조소를 그냥 조각이라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져있을 뿐, 기실 입체 조형작업의 전모를 대변하는 언어는 조소임을 '소조각회'라는 이름을 통해서 분명히 짚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창립 이래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사적인 의표를 전달하고 있다. 깎고 다듬는 '조각'과 붙이며 어루만지는 '소조'는 입체적인 형상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정반대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조각과 소조의 양대 축을 섬세하게 헤아려보는 것은 소조각회와 같은 정통적인 입체 조형작업 작가집단으로써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소조각회 회원들은 한국 조소 예술계에서 독특한 입지를 다져온 입체작업의 파수꾼들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조소예술의 여러 가지 매체를 다루는 솜씨들이 뛰어나며, 고집스럽게 형상 작업의 한길을 걷고 있다. 예술가로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주요 덕목인 '신체의 매개'라는 항목에 있어 소조각회 작가들은 그 누구보다도 근본적인 저력을 가지고 있다. 딱딱한 돌을 깨는 일, 나무를 깎는 일, 흙을 만지는 일, 폴리코트며 브론즈를 다루는 일, 금속을 이어붙이는 용접 등 지난한 노동의 과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동시에 고귀한 것인지를 이들은 삶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탈 현대적 예술지형의 변모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의 신체를 매개로 하는 조소 예술 고유의 특성을 지키는 이들의 작업은 형상성에 있어서도 그 빛을 발한다. 소조각회는 조형성을 바탕으로 형상 시각예술의 가치에 대한 존중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이다. 이것은 이들의 저력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실현하는 든든한 뒷심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소조각회의 정체성 가운데 하나이다.

이수천_바라보다_혼합재료_75×11×41cm_2005
김병철_메아리_대추나무_64×15×15cm_2005
김성복_금나와라 뚝딱_화강석_2004
이병희_ETUDE_혼합재료_25×50×40cm_2005

2.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은 차분하게 내면을 들어다보는 자아 성찰, 타자의 관점에서 자기를 바라보는 자기 응시, 자신의 물질적 형상 또는 비물질적 특성을 재현의 대상으로 삼는 자기 재현 등 몇 가지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는 전시를 앞둔 '그룹전 미리보기'의 성격상 작품 하나 하나의 의미 해석보다는 작가들의 표현 방법을 중심으로 그 특성을 간추려보기로 한다. 소조각회 회원 25인의 자기성찰 작업은 각각 다른 몇 가지 부류의 매체와 표현 방법을 보여주고 있는데, '재현의 변주와 변용, 구상의 추상의 경계, 우화적이며 의인화한 자아 표현' 등의 세가지 개념으로 읽어 보고자 한다. ● 우선 '재현의 변주와 변용'이라는 개념으로 읽어낼 수 있는 작업을 선보인 작가들은 이병희, 양현규, 조윤환, 강영대, 박장근 등이다. 비슷한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두 인체 전신상을 통해서 양면적이고 이중적인 정체성을 표현한 이병희, 섬처럼 떠있는 고독하게 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양현규, 사실적인 인체 누드 묘사로 자신을 표현한 조윤환, 원 안에 가두어진 인체로 규범 속에 갇힌 자신의 삶의 틀을 담아낸 강영대, 태아의 형상으로 웅크리고 있는 인체를 통해서 대지의 자양분을 받으며 존재하는 삶의 진행형을 형상화 한 박장근 등의 작업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전형적인 인체구상 작업의 경향성을 가지면서도 그것을 변주와 변용의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는 데 있다. 이들은 구상 인체작업의 사실적인 인체 묘사로부터 출발해서 형상의 부분적인 생략이나 반복을 통해서 재현과 재현의 변용, 나아가 재현의 변주에 이르는 작업 과정을 잘 보여준다.

전덕제_밥 그릇 지키기_대리석_15×15×40cm_2005
강영대_나 안의 나
권치규_일탈_합성수지_70×25×46cm_2004
이원석_두통(頭痛)_목조_1000×300×1100cm_2005

언어의 화용론적 특성상 시각 예술을 그냥 미술이라고 부르듯이 조소를 그냥 조각이라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져있을 뿐, 기실 입체 조형작업의 전모를 대변하는 언어는 조소임을 '소조각회'라는 이름을 통해서 분명히 짚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창립 이래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사적인 의표를 전달하고 있다. 깎고 다듬는 '조각'과 붙이며 어루만지는 '소조'는 입체적인 형상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정반대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조각과 소조의 양대 축을 섬세하게 헤아려보는 것은 소조각회와 같은 정통적인 입체 조형작업 작가집단으로써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이영진, 이원석, 김해남, 조 훈 등과 같이 형상작업의 변형을 더욱 적극적으로 가하는 경우도 있다. 구상 가운데서 안면을 강조하기 위해 후두부를 생략해서 파편적인 자신의 모습을 담은 이영진, 합판을 접합하고 나무 뿌리 오브제를 이용해서 복잡 다단한 세상사의 고단함을 보여주고 있는 이원석, 선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철 용접 작업으로 파편화된 인간의 고뇌를 담고 있는 김해남, 비정형의 오브제에 흐릿하게 인체를 새겨 넣은 조 훈 등이 그러한 경우이다. 이들은 형상의 변주를 거의 일러스트적인 상상력에 가깝도록 진행하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도 재현의 문제는 여전히 인체 형상작업이 그 실마리를 제공하는 모태로 작동하고 있다.

최현승_정해진 선택_동_70×60×15cm_2005
안경문_길없는 길_동_200×100×250cm_2005
오세문_Run_스테인리스 스틸_330×140×220cm_2004
박장근_...ing_합성수지_30×30×125cm_2005

둘째의 경우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선 작가들의 경향을 살펴 볼 수 있다. 장현숙, 이수천, 김병철, 권치규, 최현승, 안경문, 오세문 등이 그들이다. 형상과 비형상, 구상과 추상 정형과 비정형의 경계는 현대미술에 있어서 각 영역간의 상호 침투 작용으로 인해서 점점 구분이 혼미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의 작업도 구상과 반추상, 나아가서 형상과 추상의 혼용이 뚜렷해 보인다. 타출기법의 동판 부조작업으로 사각 프레임에 얼굴을 새겨 넣은 장현숙, 프레임의 바깥과 안쪽의 인물 실루엣 사이에 자신의 모습을 너머 자아 응시 과정을 암시한 이수천, 특유의 목조각으로 현대인의 공포와 공허를 동시에 담아내고 있는 김병철, 비정형의 물질 덩어리로부터 도출된 자신만의 인체 아이콘으로 비정형과 정형, 혼돈과 질서 등 양가적 가치체계를 가진 자신을 암시한 권치규, 눈썹, 안경, 코, 수염 등 네 가지 요소만 가지고 현대인의 서로 유사한 정체성들 가운데 한 요소로 존재하는 대중사회 속의 자아를 은유하고 있는 최현승, 사막의 낙타처럼 '길 없는 길'을 걸어가는 작가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는 안경문, 형상을 단순화하고 압축하며 나아가서는 정서적 동인을 원통이라는 극단적인 조형 요소로 표현한 오세문 등의 작업이 소조각회의 이른바 '형상조각'의 전형성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설총식_자리만들기_합성수지위에 아크릴채색_70×115×80cm_2004
양형규_섬_합성수지_20×30×60cm_2005
권민정_나, 그리고 또 나._테라코타_10×10×11.5cm_2005
배정준_어머니의 배를 베고_150×50×50cm_2005

셋째는'우화적이며 의인화한 자아 표현'의 수준에서 형상작업 또는 오브제작업의 경향을 보이는 작업들이다. 김성복, 전덕제, 설총식, 권민정 등은 정통 조소작업을 하는 작가들로서 첫 번째 분류에서 살펴본 형상의 변형과 변주를 가하는 일러스트적 요소를 보여줄뿐더러 인체형상 작업의 단계를 우화나 의인화 단계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점을 가지고 있다. 여러 가지 화강석으로 도깨비 방망이를 만들어 동화 속 소재를 가지고 욕망과 상상력의 산실인 작가 정체를 풀어낸 김성복, 밥그릇을 앞에 둔 개를 만든 우화적 대리석 조각으로 '밥그릇 지키기'라는 간명한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전덕제, 폴리코트 위에 아크릴로 채색을 한 실업자 고릴라로 현대의 경쟁 사회에 노출된 작가를 표현한 설총식, 닮은 듯 다른 우화적 정체의 자신을 테라코타로 만든 권민정 등이 그들이다. 추은영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김 석과 배정준은 조형작업과 오브제를 병행하는 작업으로 독특한 소조각회표 형상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의 문어 캐릭터로 자신을 표현한 추은영, 대리석 두상과 동력장치와 오브제를 이용해서 부유하는 자아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가하고 있는 김 석, 첼로 위에 오브제를 얹어 모성에 기댄 자신을 암시한 배정준 등의 작업은 형상조형작업과 개념 미술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작업들이다. 이들은 소조와 조각의 정체성에 대한 강력한 구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또 다른 유형의 탐색을 시도하는 작가들이다. '정통파 소조각가' 다시 말해서 실력 있는 조소 예술가들의 탄탄한 조형성을 바탕으로 개념 미술이나 오브제 작업으로 표현의 지평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성과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추은영_나-그 중에 하나_가변크기_영상, 컴퓨터, 프로젝터_2005
조훈_고민할 시간은 충분하건만_나무_155×30×25cm_2005
김해남_음영 (陰影)_철_50×40×180cm_2005
조윤환_가고 싶지만..._혼합재료_50×45×177cm_2004

이상에서 읽어본 세 가지 이야기들은 서로 완벽하게 분리된 별개의 것이 아니라 상호 습합작용을 일으키는 과정에 있으므로 이번 전시의 출품작을 가지고 그 작가의 모든 것을 논하려는 것이 아님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다만 이러한 세 가지 경향의 차이가 의미하는 바를 통해서 소조각회가 가지는 창작소모임으로서의 정체성을 돌아보기 위함이었음을 부언한다. 경륜을 쌓아가는 창작소모임 소조각회가 2005년 정기전을 통해 다시 한번 예술가로 살아가는 자신들의 정체를 세상에 던진다. 혼미한 격변의 시대에 한 생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즐겁게 권한다. 25인 소조각가들의 진중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자기 표현, 처절한 자기 고백, 섬세한 내면 성찰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삶을 돌아보는 소중한 자리이기를 만들어 보자고 말이다. 이들의 '자기 표현'이 소시민적인 자기 독백과 달리 '예술적 표현'으로서 우리에게 다가서고자하는 바를 읽어봄으로써, 지금 당장 내 앞에 던져진 삶의 파장을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축선으로 넉넉하게 펼쳐보는 여유를 가져볼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 김준기

Vol.20050330c | 18번째 소조각회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