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五)·감(感)·도(島)'

충무갤러리 개관기념展   2005_0325 ▶︎ 2005_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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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325_금요일_02:00pm

초대작가 강애란_권종환_박은선_심대원_이한수

충무갤러리 서울 중구 흥인동 131번지 충무아트홀 02_2230_6629 www.cmah.or.kr

개관기념으로 기획된 '오(五)·감(感)·도(島)'전은 제목에서 보여지 듯 다섯 가지 색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사진·영상·설치분야의 작가들이 미술과 공간의 합일(合一)을 통해 구성되어, 다섯가지의 감흥을 한자리에서 느낄 수 있다. '오감도(烏瞰圖)'란 단어는, 일반적으로 이상(李箱)의 연작시를 먼저 떠오르게 한다. 이 시는 반복의 어구로 구체적 의미파악이 불가능하며, 전체적인 인상에서 얻어지는 불안감·공포감·혼란감만 막연히 전달된다. 반면 이번에 기획된 '오·감·도(五感島)'전에서는, 구체적으로 보여지는 조형적 이미지를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드러내어, 이상의 시에서 느끼는 막연함과는 표면적으로는 다르게 보여진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인터넷의 속도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익숙해진 불안감·공포감·혼란감은 어쩌면 이상의 연작시 오감도와 일치하는 정신세계 일 것이다. ● 다섯공간(島) ● 이러한 정신적 혼돈의 상황에서 현대를 사는 우리는 '공간'에서 얼마만큼 자유로울 수 있을까? 여기서의 공간은 유·무형의 공간을 의미한다. 우리는 물리적인 유형공간 안에서는 나름대로 활동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으나,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배치되어 상상의 공간을 동경하며 살게 된다. 이러한 공간의 부자연스러움이 혼돈의 근저를 이루고 있는지도 모른다. 반면 무형적 공간은 유희를 꿈꿀 수 있을 만큼 자유로운 사고의 틀을 가질 수 있다. 이와 같은 무형의 공간은 작가에게 늘 새로운 소재가 되어, 관념적 이미지를 매체와의 결합을 통해 유형의 공간 안에 구체화시킨다. 이번전시에서 공간은 '섬(島)'으로 대변된다. 뭍사람이 섬사람들 속에 포함되려면 삼대가 지난 뒤라야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다고 하는 말처럼, 일반적으로 '섬'이란 배타적 이미지로 뭍사람들은 느낄 수 없는 정신적·물리적 고립감을 내포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다. ● 현대를 사는 우리는 개개인이 고유의 섬을 만들어가며 살고 있다. 주거공간 안에서 만들어 지는 섬, 사회생활 안에서 만들어지는 섬과 같은 유형적인 섬과, 모니터 안에서 만들어 가고 있는 섬, 자유의지로 상상 속에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무형적인 섬과 같이 실재와 가상의 섬이 일상생활에 공존하고 있다. 이렇게 현대사회에 부유하는 섬들은 고정되기보다는 환경과 상호반응하며 변화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개인에 따라 외부와의 적극적인 소통공간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자아의 어두운 이면 강조되어 외부와 소통이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 다섯가지 이야기(感) ● 조형예술가들은 주어진 물리적인 공간 안에 자신의 상상의 섬을 어떤 매체로 구체화 시킬 수 있을까?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도 역시 자신의 매력을 전시장안의 다섯 공간으로 구획된 개개인의 섬 안에서 조형적으로 극대화시킨다. 사진과 영상의 혼합매체를 효과적으로 자기작업화 시키는 강애란, 솜이라는 독특한 재료의 설치작품을 보이는 권종환, 현란한 형광물체의 빛을 통해 흥미로운 작업으로 유도하는 이한수, 평면적인 작업을 무한한 공간으로 극대화시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작가 박은선, 마지막으로 심대원은 사진을 통해 어느 한 시점의 정지된 시간을 화면안의 모호해진 이미지로 보여주게 된다.

강애란_디지털 북으로 만든 섬

'책은 유목민적 방랑의 시작이며 지속'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책 고유의 역할을 상실한 영상매체와의 결합을 통해 기계와 인간의 상호교류가 가능한 신개념의 책(Digital Book Project)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종이에 인쇄된 책을 읽는 우리의 눈은 문자에 고정되어 있지만, 머릿속에 그리는 가상의 이미지는 무한한 공간의 이곳저곳에 배치되어 조립되지 않은 구조물처럼 진공상태를 부유하듯 떠다닌다. 이렇듯 책은 공간과 시간의 개념을 갖고 있는 매력적인 대상이다. 이는 종이책과 가상공간 안의 경계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정보와 지식을 재편집하고 분류하는 디지털북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 강애란은 여러나라의 서점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영상이미지를 다양한 형태의 투영방식을 통해, 시각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감성적으로는 성질이 약화 된 디지털 북으로 보는 이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권종환_너무나 가벼운 섬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과 그 안의 사물들을 솜이라는 매체를 통해 재현하여 현실속의 꿈같은 3차원의 공간을 만든다. 여기서의 재현은 이형적인 공간과 사물이 아닌 실제의 사물 그대로를 모방하는 작업으로서의 재현이다. 이렇게 작가의 작업은 실재의 공간과 재현된 공간의 '사이'에 위치하게 하여, 우리의 기억은 한 없이 과거의 어딘가로 되돌아간다. 자전거, 오르간, 첼로, 의자, 책상 등 솜으로 만든 모든 사물은 눈으로는 얼마든지 즐길 수 있지만, 그 자체의 기능은 이미 상실한 채 공명하듯 뜬 구름처럼 우리들의 눈앞에 펼쳐진다. 전시장이라는 공간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작가가 꿈꾸는 재현의 공간을 눈앞에 펼쳐놓는다.

박은선_평면 안에 3차원의 입체로 떠도는 섬

박은선 작업의 건축적 요소들은 전시공간과 결합되면서, 우리를 한없이 작가가 평면에 만든 환영 속으로 인도하며 시각적 인식의 틀을 변화시킨다.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 본 공간은 한 화면에 배치되어, 시간을 정지시키면서 우리는 미묘한 감정의 이입과 충돌을 느끼며 이곳저곳을 둘러보게 된다. 그리고 어쩌다 화면 안에서 마주치게 인물들은 스틸사진처럼 정지해 있다. 이처럼 조형예술에 있어서 평면회화를 통해 표현할 수 없던 입체적 공간영역을 작가는 무대처럼 무한히 확장시켜 표현한다.

심대원_인간의 숲에서 흔들리는 섬

우리는 사진을 통해 기억해 두고 싶은 순간을 기록하고, 언제나 꺼내보며 기억을 더듬을 수 있는 매체이기에 애써 흔들림 없는 고정된 상을 담고자 한다. 이는 공간의 기록은 기억을 만들며 기억은 인간의 감성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심대원의 방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모든 물체가 고정되어 있기보다는 흔들린다는 것이다. 숲에서 비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인간은 도시라는 인위적인 공간에 타인에 의해 때로는 자의에 의해 이리저리 이동하며 불안전한 심리상태를 내제한 채 흔들린다. 도시의 한 공간의 상을 흔들어 버리는 작가에게 있어 도시와 숲은 동일한 존재론적 위상을 갖게 된다.

이한수_우주공간을 유영하듯 떠도는 섬

'무아춤', '나는 UFO를 믿고 싶다'등과 같은 제목과, 암실공간 안의 형광발색 조형물에 레이저를 비롯한 기술적 매체들은 보는 이들에게 정신을 집중시키기보다는 교란시킨다. 스크린에 투영된 춤추는 여인은 상하 대칭이 되어 한 몸처럼 보이고, 곰 인형과 상반신이 접합된 변종 비너스 등 이한수의 공간에서 보이는 모든 것은, 어떤 것이 진짜이고 또 어떤 것이 가짜인지 혼돈스럽다. 그리고 허구적인 현시대의 상황을 대변하듯 매혹적인 장면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작가는 '우리 시대의 꿈과 희망, 욕망이나 갈등, 모든 것이 뒤섞인 혼성문화적인 양상을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현실세계와 환상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공상 과학적이고 미래적인 상상력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문화비전을 제시하고자한다' ■ 오성희

Vol.20050331c | 오감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