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ion in Fashion_환영의 공간, 마음의 색

사진의 현주소를 읽는 4인의 기획전 ② / 책임기획_신수진   2005_0409 ▶︎ 2005_0507

박경일_THE FIRST_디지털 프린트_200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50305a '사진의 현주소를 읽는 4인의 기획전 ①'로 갑니다.

세미나 / 2005_0430_토요일_02:00pm

참여작가 / 박경일_변순철

한미사진미술관 서울 송파구 방이동 45번지 한미타워 20층 Tel. 02_418_1315

Ⅰ. 사진은 허구적 현실이다. 사진은 사진가에 의한 선택이며, 삼차원의 대상을 이차원으로 전환시키는 광학적 기록이고, 화학 또는 디지털 프로세스의 결과물이고, 매체에 맞추어 기능적으로 조율된 도구라는 측면에서 허구적이며,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대상을 카메라 앞에 두는 것에서 출발하는 만큼 현실이다. 하지만 현실로서의 사진에 대한 기대는 현대에 이르러 거의 사라진 상태이다. 디지털 장비의 보급으로 일반인들도 쉽게 사진 이미지를 조작할 수 있게 되었고, 한 장의 사진을 만들어 내는 카메라와 대상의 관계는 일대일로 대응되는 상호 배타성을 보장받지 못한다. 따라서 오늘날의 사진은 대중들에게 조차 '재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창조'의 도구로 자리 잡아 가는 것으로 보인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모든 사진 이미지가 '상상'의 소산이 될 수 있는 관용도가 생겨난 것이다. ● 상상과 허구는 언제나 어깨를 나란히 한다. 사진이 사실에 집착하는 한 상상이 사진 속으로 파고들 여지는 없고, 상상에 기반한 이미지는 우리를 허구의 세계로 인도 한다. 허구의 세계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조작된 사실을 담은 이미지를 통해서 정보를 구하기보다는 그 이상의 표현이나 창조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들은 소설이나 영화가 그러하듯 새로운 이야기 거리를 제공하거나 독특한 감성을 유포함으로써 생명력을 확보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 패션 사진은 이러한 사진의 허구적 속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르라 할 수 있다. 의상이나 스타일링이라는 구체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패션사진이 전달하는 것은 유행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제안이다. 물론 이러한 가능성은 사진가가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목표하는 감성을 전달하고자 하는 경우에만 시작된다. 패션 사진가들이 만들어내는 잡지용 에디토리얼 사진과 광고에 사용되는 사진들, 그리고 개인적인 관심사를 담은 사진들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감성 면에서 비교적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지며,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사진에 담긴 내용이 허구임을 암묵적으로 드러내거나 혹은 허구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감성반응을 시험하기 위한 의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패션 사진이 유포하는 허구의 핵심적 구성 요소가 되는 감성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사진가와 그 이미지를 소비하는 동시대인들의 열망의 조합인 것이다.

박경일_WITH_디지털 프린트_2004
박경일_WITH_디지털 프린트_2004

Ⅱ. 1990년 이후 세계적인 패션 사진의 경향은 예술 사진에서의 다양한 표현 양식들이 마케팅의 장면에 적용되어 온 것이다. 기존의 사진들이 의류를 주된 피사체로 하여 경직된 아름다움을 담아왔다면, 새로운 패션 사진들은 라이프스타일(lifestyle)에 대한 자연스러운 묘사를 통해 일종의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예술 사진가들이 자신의 예술적 감수성과 현재의 소비문화를 혼합하여 패션 사진에 적용시킴으로써 가능하게 되었다. 패션 사진이 유포하는 감성은 궁극적으로 사진가가 대상 또는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통해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따라서 작가 혹은 예술가로서의 패션 사진가가 가진 작품 세계는 감성과 표현 양식을 통해 규명될 수 있다. ● 패션 사진에서 형태적인 요소를 결정하는 프레이밍에서의 공통된 특징은 대체로 중앙부에 주된 피사체를 배치시킨다는 점이다. 모델 혹은 모델을 대체하는 주피사체의 크기가 동일할 때, 화면의 주변부보다 중앙부에 위치할수록 강한 인상을 주게 된다. 즉 중앙 중점의 프레이밍은 주피사체의 화면 장악력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지니는 것이다. 인쇄 매체의 편집 특성 상 사진의 가로 세로 비율이 변경되어 주변부가 잘려질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도 이러한 형태의 프레이밍이 일반적으로 선택되는 또 다른 이유이다. 결과적으로 형태적 요소의 변화는 촬영거리나 카메라의 앵글을 달리하는 수준에서 비교적 소극적으로 이루어진다. 움직임의 표현 역시 지극히 제한적으로 활용된다. 제품으로서의 의류에 대한 고려 때문에 모델의 움직임에 비해 셔터 스피드가 길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고, 대부분 인공조명을 활용하여 충분한 광량을 확보함으로써 동작을 고정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움직임이나 형태적 요소의 변화 폭이 그리 크지 않은 것에 비해, 깊이감을 변화시켜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과 색의 자의적 표현성을 활용하는 것은 패션 사진이 구사하는 두드러진 어법으로 판단된다. ● 표현 양식을 기준으로 패션 이미지를 살펴보면, 이야기 구조를 가정하는 사진과 모델 위주의 사진으로 나뉘어 진다. 전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주피사체의 크기가 작고, 배경에서 전경의 모델을 설명하는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사진이 주는 전체적인 인상은 전경과 배경의 관계, 즉 공간의 구성 방식에 의해 크게 영향 받는다. 화면 내에 둘 이상의 착시점, 즉 시선 유도점들이 배치되어 찬찬히 들여다보며 내러티브를 음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에 비해 흔히 뷰티 사진이라 불리는 인물 위주의 후자는 단순한 배경을 선택하여 화면에서 주피사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화면 내에 인물 즉 모델의 비중이 증가하는 경우, 사진가가 이미지의 전체적인 감성을 조절하기 위해 채택하는 방법은 주로 스킨 톤을 조절하는 것에 집중된다. 촬영 시에 조명이나 필터를 이용하거나 디지털 후반 작업을 적용하여 색 위주의 묘사 방식을 구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의 색은 즉각적이며 심미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켜서 감상자의 감성에 직접적으로 소구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박경일_VOGUE_디지털 프린트_2002
박경일_VOGUE_디지털 프린트_2002

Ⅲ. 박경일은 삼차원적 재현에 충실한 허구의 공간을 만든다. 그의 사진이 보여주는 비현실감은 단순히 중력에 반하여 모델을 공중에 부양시키는 시각적 효과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그는 전경과 배경의 관계를 통해 모호한 현실감을 창조한다. 만약 그의 사진에서 전경과 배경을 분리시켜 독립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면, 그 각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공간감을 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미묘한 엇갈림이 생겨남으로써 독특한 인상이 전해진다. 치밀하게 계산된 라이팅과 완벽에 가까운 후반 작업을 통해 그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천연덕스럽게 하나의 공간으로 합일시킨다. ● Seventeen(2003년 9월호)에 개재된 사진은 꽃과 의자, 그리고 전등과 시계가 놓여 진 거실을 숲과 잔디의 배경에 차려 놓음으로써 실내와 실외가 공존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모델은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좌측 주변부에 작게 배치되었고, 자칫 밋밋해 질 수 있는 화면의 중앙부에는 날아오르는 비둘기들을 전면에 삽입하였다. 비둘기의 움직임은 느린 셔터로 흐려져 있어 모델로 향하는 눈길을 크게 방해하지는 않으나, 전체적인 화면의 역동감과 공간의 비현실성을 드러내는 데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 Vogue(2002년 10월호)를 위한 사진에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의상을 입은 모델들은 바위, 하늘과 같은 단순하고도 웅장한 배경 앞에서 정면을 응시하며 화면의 중앙부를 차지하고 있다. 단순한 구성 요소들의 나열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진들이 전하는 인상은 기묘하다. 묘사된 공간의 한 가운데에 떠있는 듯한 모델의 모습에서 한눈에 합성된 사진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다가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그림자의 방향과 모양새 때문에 이내 혼돈스러워지고 만다. 보는 이들은 이러한 탐색의 과정을 통해 그의 사진이 전하는 모호함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박경일_FARBE_디지털 프린트_2002

박경일의 사진에서는 흔히 중력에 도전하는 모델들을 만날 수 있다. With(2004년 11월호)와 Madam Figaro(2002년 11월호)에서 볼 수 있는 그들은 모습은 기류를 타고 떠오르는 새처럼 자유롭다. 이처럼 극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사진가가 그들은 바라보는 시선은 그저 평이한 눈높이에서 담담하기 짝이 없다. 이 또한 다중적인 인상을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는 모델을 무중력의 우주 공간으로 몰고 가기도 하였다. Ceci(2004년 12월호)에서 보여준 공간은 색의 요소로 인해 더 강한 인상을 만들어낸 사례이다. 실제로 이질적인 장면의 합성을 위해 라이팅의 효과를 조절하는 것은 그림자의 방향이나 형태, 크기 뿐 아니라 전체적인 색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작업 과정에서 컬러 톤의 보정은 필수적인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진들에서 색은 보다 적극적으로 미지의 공간을 드러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태양광선의 영향력을 벗어난 어느 별의 낯선 공간이 투명하고 검붉은 빛의 색으로 표현된 것이다. ● 인물 위주의 사진에서 박경일의 색은 본격적으로 성적 표현의 도구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거의 모든 패션 이미지는 성적 호기심이나 매력을 기본 메시지로 삼지만, 현실적으로 모델의 자세나 의상에 따른 노출 수위 등은 쉽게 검열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 그는 적절한 수준의 성적 코드를 포함하는 피사체에 대한 미묘한 환상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이미지의 색을 바꾼다. The First(2002년 4월호)에 부분적으로 게재된 바 있는 Renee의 초상들은 레드가 상징하는 성적 기호로 충만하다. 이 시리즈의 일부가 매체에 실리지 못한 표면적인 이유는 비록 자세의 선정성이었지만, 그보다 더 강력하게 보는 이의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일어나는 욕망을 담보하는 것은 다름 아닌 붉은 살갗이 전해주는 생경함인 것이다.

변순철_VOGUE_컬러인화_2004
변순철_Marie Claire_컬러인화_2003

Ⅳ. 변순철은 일상의 공간을 상상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그가 피사체로서의 모델에게 기대하고 유도하는 모습은 사전에 구성한 세트 속에서 각본에 따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과 사진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기표현을 해내는 것이다. 그의 모델들은 허구의 세계가 아닌 일상의 장면에 속한 것처럼 행동한다. 화려하고 극적인 요소들을 걷어낸 자리에 평범하고 밋밋한 듯 가장한 허구가 잦아든다. 패션 사진이 도저히 이룰 수 없을 것 같았던 욕망의 부재 - 그는 허를 찌르듯 패션에 현실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 변순철의 사진에서 모델은 어쩌면 공간의 일부처럼 그 자리를 지켜주는 역할을 담당하며, 종종 그 자리는 전문 모델을 대체하는 다른 피사체가 차지하기도 한다. Seventeen(2004년 2월호)에 게재된 첫 번째 사진에서 실내를 지배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석고상이다. 역광을 받으며 방안 깊숙이 버티고 선 자세로 카메라를 향한 맨몸의 석고상은 살아있는 인물을 대신하는 존재이다. 일반인들을 모델로 삼은 일련의 작업도 수행되었다(Vogue Girl, 2002년 8월호). 그들이 취하는 자세나 옷차림은 마치 패션 잡지에 나온 멋진 모델의 이미지를 그대로 모방한 것처럼 어색하며 동시에 솔직하다. 특별할 것 없는 배경과 전체적으로 어둡게 조절된 톤이 만들어낸 침침한 공간은 사진 속의 인물이 마치 우연히 마주쳐버린 거울 속의 내 모습인 양 느끼게 한다.

변순철_HAPERS BAZAAR_흑백인화_2002
변순철_HAPERS BAZAAR_흑백인화_2002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시선은 대개 주고받는 것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것이다. 결코 완전하지 않은 허술한 움직임이 계속되는 가운데, 준비되지 않은 한 순간 누군가는 나를 쳐다보고 나는 또 다른 누군가로부터 시선을 거둔다. 일반적으로 패션 사진의 모델이 카메라를 응시하지 않고 허공에 시선을 두는 경우는 보는 사람의 욕망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스스로 주체적인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것이기 쉽다. 그러나 변순철의 사진에서는 좀 다르다. 그들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느 곳도 보고 있지 않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Vogue, 2004년 11월호 와 Marie Claire, 2003년 4월호) 또는 있는 그대로 멍하니 눈을 뜨고 있지도 하고(The Style, 2003년 8월호 와 First Lady, 2004년 1월호), 심지어는 Vogue(2003년 11월호)에서처럼 완전히 우리로부터 등을 돌리고 서있다. 숙여진 머리와 기울어진 어깨는 아무런 소통도 시도하지 않고 버려진 길에 올라 있을 뿐이다. 그가 감지하는 일상적 시선의 모습인 것이다. ● 그의 사진의 패션의 기호들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성과의 부딪힘을 유지하는 것은 작가가 일관되게 추구하는 톤과 색의 문제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낮은 채도와 낮은 대비, 그리고 비교적 어두운 톤의 재현으로 공간을 모호하게 압축시키는 양식적 특징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Harpers Bazaar(2003년 8월호)에 선보인 시리즈는 매끈한 회색조의 피부가 의상이나 배경과 거의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납작해서 마치 카툰처럼 벽면에 눌려진 듯한 인상을 준다. 특히 그 두 번째 사진에서 보여 지는 인물의 패션모델답지 않은 파안대소는 이러한 비현실적 공간감과 맞물려 기묘한 부조화의 느낌을 전하는 것이다. Marie Claire(2004년 8월호)에서의 붉은 조명이 비추인 얼굴도 자칫 평범함으로만 치우칠 수 있는 감성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변순철_VOGUE GIRL_컬러인화_2002
변순철_Marie Claire_컬러인화_2004

Ⅴ. 이 전시에서 소개한 두 명의 사진가는 모호함, 또는 다의성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공통된 인상을 준다. 기존의 전형적인 어법을 적절히 변형시키거나 전도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사진 세계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들이 취하는 사진적 접근 방식은 현대 예술 사진이 보여주는 세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자기 이해의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그들의 사진은 제작 과정이나 표현 양식 등의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하나의 작업 과제가 주어질 때마다 각자가 선택한 방식에 따라 일관된 해석의 틀을 유지하는 경향을 보이므로, 개성적인 시각을 읽어내기에 적합한 이미지들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그들이 환영의 공간(illusory space)을 구성하는 방식과 정서적으로 마음을 담아내는 색(mindful color)을 활용하는 방법은, 패션 사진이라고 하는 기능적 테두리 내에서 예술적 작가성을 발휘하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 현재 한국 패션 사진계 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패션 사진 전문가들인 이 두 사람의 작업은 해당 분야를 대표한다기보다는 패션이 구사할 수 있는 하나의 진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패션 사진은 패션 산업과 인쇄 매체의 발전과 함께 변모하여 왔다. 한국에서의 패션 사진은 1950년대 말에 태동하였다고는 하나, 본격적인 움직임은 1980년대 후반 이후에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국내 패션 산업의 성장과 광고 시장 규모의 확장, 각종 화보 인쇄 매체의 등장으로 1990년대 패션 사진계는 급격한 양적 팽창을 이루었다. 이 과정에서 패션 사진을 전문으로 활동하는 사진가도 상당수로 증가하였으며, 동시에 스타일링이나 메이크-업, 모델 관련 분야도 많은 전문 인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러한 양적 성장이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었음에는 분명하나 질적 완성도를 보장하기엔 역부족인 면도 없지 않았다. 에디토리알 패션 사진이나 광고 캠페인에 사용되는 이미지의 제작은 사진가의 역량과 에디터나 광고주의 성숙한 견해가 상호 상승 작용을 일으킬 때에만 성공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 국내 패션 사진의 현안 과제는 상업성과 창조성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이미지들의 생산이다. 상업성은 단기적인 안목에 비추어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한다는 면에서 창조성에 위배되는 선택을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지의 진정한 가치는 유행이라고 하는 한 순간의 신기루가 걷히고 난 후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패션에 대한, 또는 패션을 통해 표출된 욕망에 대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 비로소 작가 정신이 선명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진지한 패션 사진가가 다른 예술가들과 차별 없이 추구해야할 과제이며, 패션 사진이 현재성의 한계를 뛰어넘어 영속적 가치를 지니게 되는 길인 것이다. ■ 신수진

사진의 현주소를 읽는 4인의 기획전 소개 ● 한국의 중견사진가들을 꾸준히 소개해오던 한미사진미술관은 새봄을 맞이하여 한국사진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짚어보는 야심 찬 기획전을 선보인다. ● 각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4명의 기획자들(최봉림, 신수진, 강태성, 박영숙) 은 사진이론가와 비평가들로 직접 기획에 참여하여 사진의 현주소를 전문가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기존의 기획전 방식에서 벗어나 기획자마다 독립적인 주제를 채택하고 2~4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각 4주씩 릴레이식으로 전시를 구성한다. 이러한 독특한 기획전시방법은 각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과 기획자들의 시각을 비교해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관람객에게 끊임없는 흥미와 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 화려한 색감의 사진, 현대를 대표하는 컴퓨터 이미지, 동영상 등의 사진적 어법이 바탕이 되어 시각적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이미지의 차용과 패러디를 통해 사진의 의미와 본질을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 2005년 4인의 기획전은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국내외 젊은 사진가들의 참신한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획자들이 바라보는 사진의 현주소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사진의 비중이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더불어 각 전시마다 계획된 세미나는 기획자와 작가들이 관람객들과 직접 만나 현대의 한국사진에 대해 토론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 한미사진미술관

사진의 현주소를 읽는 4인의 기획전 일정 2005_0305 ▶︎ 2005_0402 / 1부 『상업사진의 변천사』_책임기획 최봉림 2005_0409 ▶︎ 2005_0507 / 2부 『Passion in Fashion』_책임기획 신수진 2005_0514 ▶︎ 2005_0611 / 3부 『겉과 것』_책임기획 강태성 2005_0618 ▶︎ 2005_0716 / 4부 『여성 그리고 신기루』_책임기획 박영숙

Vol.20050405a | Passion in Fashion_환영의 공간, 마음의 색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