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날 초록의 꿈을 꾸다

김도명 개인展   2005_0406 ▶︎ 2005_0419

김도명_book-붉은서랍_책,씨앗,흙_80×25×50cm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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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406_수요일_05:30pm

인사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02_736_1020

가장 평범한 곳으로 부터의 숭고함우리의 마음은 밭이다. / 그 안에는 기쁨, 사랑, 즐거움, 희망과 같은 긍정의 씨앗이 있는가 하면 미움, 절망, 좌절, 시기, 두려움 등과 같은 부정의 씨앗이 있다. / 어떤 씨앗에 물을 주어 꽃을 피울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 (틱낫한 『화』) ● 작가 김도명이 보여주는 세계는 생명과 함께 공명하는 초월적 사유의 세계이다. 흡사, 도가의 무위자연(無爲自然)사상을 입체적으로 실천하는 듯, 그의 작업방식은 자연법칙에 따라 행위하며, 인공적인 작위가 없다. 대상이 그의 손을 거쳐 새로이 의미를 얻는 것은 한 톨의 씨앗이 발아하여 새 이름을 얻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 둘은 원래 하나요, 단지 세상의 이치를 쫒아 거스름이 없이 흘러가는 것이니 그저 자연(自然)에 속해 아름다울 수 있다. 사소하고 미미한 것들이 그것의 내부로부터 나와 큰 울림으로 화하는 것은 겹겹이 층지는 사유의 결과이다. 그가 대상을 선택하고 매만져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은, 새 봄에 논과 밭을 고르며 결실을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짐작컨대 그것을 수행하는 마음도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농부에겐 땅을 일궈 타인과 생명을 나눌 이유가 있고, 작가에겐 사유를 일궈 세상과 기쁨을 나눌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작품을 탄생 시키는 인고의 마음과 그 무엇이 다를 손가.

김도명_아(芽)아(我)_책,씨앗,흙_32.5×21.5×5.5cm_2004
김도명_화합_책, 흙, 씨앗_40×60×50cm_2005
김도명_美 조정검토_신문, 흙,씨앗_60×35×27cm_2004

씨앗. 그 작은 우주로부터의 반가운 소식은 인간의 의식을 초월한 고차원적인 자연행위이자 완성적 생명행위이다. 대개의 씨앗은 작고 단단하고 메말라 있다. 그것의 외형만으로는 어떤 크기의 나무가 될 지 어떤 모양의 꽃을 피우게 될 지 어떤 열매를 맺게 될지 알 수 없다. 씨앗을 심고 가꾸려면, 그것이 반드시 생명을 안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씨앗이란, 그것이 씨앗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믿음을 갖고 있어야 하는 존재이며, 그 이유만으로 이미 희망을 갖고 있어야 하는 존재이다. 작가 김도명의 도가(道家)적 이상주의와 현대의 현실주의적 세계관은 서로 충돌하는 이미지이다. 하지만 두 세계의 상충하는 이미지는 초월적 가치관인 '예술'의 장(場)에서 서로 이해 될 수 있다. 예술이란 어찌 보면 어느 종류의 씨앗도 그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에게 생명으로 답하기 때문이다.

김도명_초록의 꿈을 꾸다_흙 ,철가루, 씨앗, oil_180×100cm_2005
김도명_붉은서랍II_책, 흙, 씨앗_50×50×50cm_2005
김도명_Book-왈(曰)_책, 씨앗, 흙_32.5×21.5×5.5cm_2005

책이나 신문과 같은 매스미디어와 사전, 고전(古典)과 같은 인간 사유의 기록들의 공통점은, 객관적 기록으로 남아 한 시대와 지역에 일어난 사건들의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러한 현실의 지표들로부터 그 역사를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주인이 바로 우리들이라는 진리를 이끌어낸다. 그의 작품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생명의 끊임없는 순환, 자연법칙의 이상적 완성이라 할 수 있다. 약동하는 생명은 어둠을 걷고 그 연약한 머리로 땅을 밀어 올려 시작 될 때 가장 아름다우며, 또한 그 것은 우리들의 숨결에 이미 우리와 같이 숨 쉬는 또 다른 것들(타자)의 숨소리 역시 섞여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우리는 망각과 감탄을 계속한다. 감사 없는 마음에 어떤 싹이 터 오고, 잊고 있던 일상의 숭고함을 비로써 깨달을 때, 생명을 움트게 하는 자연의 위대한 목소리를 다시 들을 때, 인간 또한 그들 스스로의 마음에 이미 생명이 있었음을 알리라. 진리라는 것은 편재하나 소리가 없어 우리의 시선을 오래 붙잡아 둘 수 없다. 그래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다. 보이지 않으나 어디에나 진리가 있는 것처럼 깨닫지 못해도 생명은 늘 가까이에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 살아 있기 때문이다. ■ 안현숙

Vol.20050406c | 김도명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