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heel addicted episode   Six and the city

주효진 설치展   2005_0429 ▶︎ 2005_0519

주효진_shoe no.7_사진 콜라주, 디지털 프린트_180×150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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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429_금요일_06:00pm

송은갤러리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02_527_6282 www.songeun.or.kr

오늘도 여전히 맨하탄 브로드웨이를 활보하는 '그녀'들의 도발적인 각선미는 뇌쇄적인 페로몬향을 온 도시에 분사하며 스치는 핸섬 가이들은 물론, 잭키 스타일 선글라스 밑으로 분주히 곁눈질하는 업타운 걸들의 혼을 쏘옥 빼놓고, 이 몸 역시 채널고정 요가자세로 40여분 얄미울 만치 변덕스런 그녀들의 화려한 등장을 놓칠세라 온몸 저리는 줄 모르고 차마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으니, 그중에서도 단연 날 매료시킨 '그녀'는 바로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가 섹스보다 집착하는 하이힐 Manolo Blahnik. ● Shoe... 왜 열광하는가? 내 처음 감히 '그녀'들을 이 몸뚱이의 일부로 받아들인 것은 중3 이후 성장판이 쓸모없었음을 뒤늦게 깨닫던 처절한 인생의 봄 열여덟. 타고난 열성 유전자를 탓하며 이 패션중독공화국에서 단신으로 살아야할 현실을 인지한 이 후, 스스로 버젓이 여섯 번째 발가락 이라 친히 칭하여 오늘날까지 내 인생에 증오와 동시에 집착의 대상으로 자리매김, 현재까지 작업의 주 동기가 되어왔다.

주효진_episode 5_디지털 프린트_180×150cm_2005

Sale... 내게 돌을 던져라! 그 얄팍한 상술에 휘둘리는 힘없는 일등 소비자가 바로 나다! 그래도 백화점 세일은 안 놓친다!!! 정신없는 미로같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구석구석 치밀하게 계획된 심리 마케팅의 산물인 백화점. 벽시계도 창문도 없이 화려한 형광등 아래서 시간을 망각하고 쇼핑할 수 있는 곳, 거울만은 차고 넘쳐 건너편 물건조차 한번에 구경케 하는 백화점. 늘 그렇듯 엘리베이터는 좁은데다 구석에 위치해 있어 상술이 짜 놓은 루트대로 중앙 에스컬레이터로 구두매장으로 올라가는 길, 각종 세일품목에 관한 전단지에 정신을 살짝 팔다 보면 어느새 '그녀'들이 현란한 디스플레이로 날 반긴다. 거대한 패턴의 Ferragamo에서 유난히 눈길을 끄는 Dior의 새로운 메탈로고는 뜨끈한 신상임을 과시하듯 눈을 뗄 수없게 한다. 역시 만만치 않은 가격대를 실감, 낙담하며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 왼켠엔 여지없이 Fendi 썬글라스가 파격 세일중이다. 소비자를 위로하는 정도의 이런 센스! ● Shape... '그녀'들의 섬세한 곡선에서 종종 글래머러스한 여성의 몸매를 떠올리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흘깃이라도 그녈 보았다면 외면할 수 없으리-앙큼한 Dior의 애나멜 샌들, 그 섹시한 자태를 보라. 뾰족한 앞볼에서 얇디얇은 밑창, 아찔하게 쭉 빠진 12cm힐에 풍만한 곡선으로 이어지는 후면라인까지 그야말로 자알 빠진 여인의 둔부를 연상케 하지 않은가. 비록 발끝에 피가 쏠리고, 새끼발가락 꾸역꾸역 접히고, 대못하나로 서 있는 게 뭐 그리 대수겠는가. 매끈한 종아리라면 다리 근육도 잘라내는 세상 아니던가. 섹시하다하신다면!

주효진_episode 6_디지털 프린트_150×195cm_2005

Single... 든든한 연봉에 알콩달콩 안정된 가정을 꾸리진 못했어도 나름대로 신나라하는 일과 원대한 목표가 있는 난 자칭 화려한 싱글이다. 늘상 지하 작업실에서 밤새고, 전시준비 할 때면 언제나 처럼 돈이 궁하지만, 아직 내 이름 석자 누가 대단히 알아주지 않지만, 나이 서른에 단단한 체력 하나 믿고 부딪쳐 보고픈 험한 산 하나는 제대로 찾았지 않은가. 왜 시집이나 가서 편하게 살지 사서 고생하며 외로운 길을 택하느냐 혀 내두르는 그대들. 가죽Gucci 하이힐 한 켤레면 당당하게 허리 펴고 서있어 보일 수 있는 자신감을 감히 사치스런 보상심리라 하겠는가? ● Success... 내게 '그녀'는 일종의 자존심이다. 올려다 보지 않겠다는 남성과의 눈높이를 맞추고자 했던 것인지. 이 나라 이 시대에 싱글 여성으로 당당히 살아남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극복해야할 또 하나의 존재. 남성은 이미 더 이상 절대 성이 아니다. 이 시대에 남성과 맞서기 위해서 여성성을 미련 없이 버리고 대적해야 한다는 불타는 열등감의 여성동지들을 그간 많이도 보아왔다. 하이힐 벗어던져 운동화 신고 붙어본들 어찌 뜀박질해서 이기겠는가? 내게 유리한 게임만 하면 되지 않을까. 그네들의 성은 생태적 사회적 의미에서도 그야말로 공존해야할 존재이지 경쟁의 대상은 아니다. 필요이상의 열등감은 하이힐과 함께한 수년동안 겪어야했던 육체적 정신적 고통만큼이나 스스로 장애를 만들고 결국 내 발목 잡게 마련인 듯. ● and She... 최근 나의 작업 역시 그러한 불공평 불합리한 사회모순을 고발하기 보다는 스스로 자각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내용에 담고자 한다. 본인이 에피소드들을 통해 언급한 두서없는 넋두리와 같이 지금까지 뻔한 상술에, 왜곡된 미적 편견에 농락당하는 소비자일 뿐이었지만 이제는'그녀'를 벗어 던지기보다 스스로 '그녀를 위한'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할 때가 온 것이다. ● 과연 그 무엇이 여성을 보다 강하고 아름답게 하는 악세서리가 될 것인가. ■ 주효진

Vol.20050430b | 주효진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