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작가 2005

이종구 회화展   2005_0512 ▶︎ 2005_0714 / 월요일 휴관

이종구_오지리에서_부대종이에 아크릴 채색_200×180cm_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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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511_수요일_03:00pm

국립현대미술관 제2전시실 경기도 과천시 막계동 산 58-1번지 Tel. 02_2188_6000 www.moca.go.kr

국립현대미술관은 매년 『올해의 작가』展을 개최해 왔다. 이 전시는 한국 미술계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올린 작가를 선정하여, 그 성과를 기리고 가능성을 확인해 보는 기획전시로 1995년부터 계속되어 왔다. ● 2005년 본관에서 선정한 '올해의 작가'는 쌀부대 그림으로 잘 알려진 농민화가 이종구(李鍾九, 1954~)이다. 지난 20년 동안 그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농촌현실을 주제로 삼아 한국적 삶의 원형을 탐구해 왔으며, 그것을 예술의 영역에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종구는 농민의 모습과 농촌의 풍경을 극사실적 혹은 낭만적으로 재현하는 일반적인 구상작가가 아니다. 그는 비판적인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그들의 인생을 몸소 체험하고, 그들의 고민과 아픔을 함께 나눔으로써, 그들에게 내재된 분노와 저항 그리고 희망을 표현하는 리얼리즘 작가이다. 또한 그는 그러한 농민들의 내면을 좀더 섬세하고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쌀부대, 밥상, 농기구 등과 같은 비전통적인 재료를 작품에 과감히 도입하여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추구한다. ● 이번 전시는 작가가 처음으로 농민을 그리기 시작한 1984년 초기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대표작들을 총망라하고 있으며, 작품 경향에 따라 4개의 시기로 구분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의 작품 세계도 심화되어 갔는데, 특히 작가가 우리 땅에 대해 품고 있는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이종구_연혁-아버지_부대종이에 아크릴 채색_85×110cm_1984

1984-1990년: 고향땅 오지리 ● 이 시기의 작품들은 모두 정부미 쌀부대라는 매우 독특한 재료에 그려져 있다. 이종구는 고향땅 오지리를 중심으로 농촌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표현하기 시작하며, 서서히 희망을 잃어가는 농민들의 깊은 시름을 작업에 반영하기 시작한다. 작가는 농부인 아버지를 작품의 주요 모티브로 삼게 되는데, 특히 아버지가 살아온 삶과 심성, 정신 등을 잘 드러내기 위해 쌀부대를 사용한다. 쌀부대는 농민의 삶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상징물이자, 당시의 시대상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물인 것이다. 이종구는 아버지라는 한 개인에 대한 관심을 점차 가족과 이웃으로 넓혀 나가 오지리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다. 더 나아가 작가는 오지리라는 한 지역을 넘어서 한국의 농촌을 조망하는 연작을 그리게 된다.

이종구_아버지의 낫_장지에 아크릴 채색_188×96cm_1992
이종구_수몰지의 늦가을_장지에 아크릴 채색_188×192cm_1992

1991-1994년 : 고개 숙인 농민의 분노 ● 1990년대에 들어 이종구의 작품에는, 그림의 형식적인 측면에서 좀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려는 '서술적 경향'과 좀더 많은 것을 내포하려는 '은유적 경향'이 동시에 일어난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과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농민의 삶은 끝없이 추락한다. 작가는 이러한 농민의 삶을 좀더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쌀부대 사용을 지양하고, 점차 장지, 한지 등 전통재료를 채택하여 내러티브를 최대한 부각시키고 있다. 피폐한 농촌현실에 격분한 농민의 고뇌와 좌절, 분노와 항거가 작품 전반에 나타난다. 또한 낫, 삽, 호미 등의 농기구와 소가 단독소재로 격상되어 나타나는데, 이는 농민의 울분과 분노를 비유적으로 암시하는 것이다.

이종구_대지-모내기_한지에 먹_210×150cm_1997
이종구_대지-봄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130×518cm_1998

1995-2000년 : 희망의 씨앗을 뿌리며 ● 이 시기에 이종구는 지난 10년 동안 그려온 인물화를 중지하고, 그릇, 신발, 씨앗, 수저 등 사물에 초점을 맞춘다. 그림의 배경도 농촌 모습이라는 원경에서 흙과 땅이라는 근경으로 바뀐다. 이러한 변화는 결과적으로, 작품에 내재되어 있던 이야기 구조를 눈에 띠게 약화시키는 반면, 은유적인 측면을 두드러지게 강화시켰다. 지난 시기에 작가는 주로 농민들이 겪었던 수난과 절망을 표현했다. 그런데 1990년대 중후반부터 이종구는 흙과 땅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다. 대지가 가지는 생명력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푸른 희망의 싹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씨앗, 볍씨, 새싹은 모두 미래에 대한 기대를 의미한다.

이종구_영토-압록강에서 두만강까지_캔버스에 유채_227×362cm_2002

2001-2005년 : 우리 땅, 우리 겨레 ● 2000년대에 들어 그의 작업 경향은 내용적인 측면과 형식적인 측면 모두에서, 보다 자유롭고 유연해지는 특징을 보여 준다. 물론 이종구가 지속적으로 다루었던 농촌 문제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작가는 좀더 넓은 시각에서 우리의 국토와 겨레를 바라보게 된다. 우리 나라 산하를 그린 '백두대간' 시리즈와 전염병으로 잔인하게 생매장되는 가축을 위로하는 '진혼' 작업이 등장한다. 또한 한지, 석고, 인쇄물, 부대종이 등 다양한 재료를 폭넓게 활용하며, 작품의 규모도 커진다. 작가는 최근 입체·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이종구_진혼가_석고, 종이꽃, 자동차 적재함_가변크기_2005

우리의 농촌은 산업화, 도시화, 세계화라는 거친 풍랑을 겪으며 참혹하게 붕괴되고 있다. 특히 쌀수매값 폭락, 소값 파동, 우루과이 라운드, 농산물 수입개방, 구제역, 광우병 등으로 농촌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예술가 이종구는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여건 속에서도 항상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말하고자 한다. 예술가로서 자신이 처한 시대적 상황을 능동적으로 읽어내며,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려는 작가적 의지일 것이다. 앞으로도 이종구는 우리의 땅과 그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동행할 것이다. 그에게 부여된 예술가적 소명을 자처하며 평생 그 길을 걸어갈 것이다. ■ 국립현대미술관

Vol.20050512a | 올해의 작가 2005-이종구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