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소리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2005 기획초대 고승현 개인展   2005_0502 ▶︎ 2005_0617

고승현_백년의 소리 1_오동나무, 가야금줄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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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507_토요일_03:30pm

작가와의 만남_2005_0507_토요일_03:30pm 사회_전원길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경기 안성시 미양면 계륵리 232-8번지 Tel. 031_673_0904 www.sonahmoo.com

자연미술가 고승현의 작품은 주로 자연물로 이루어져 대부분 자연 현장에 있었다. 이른바 자연미술이라는 영역을 일구어낸 중요 멤버들의 중심에 서 있던 그는 자연 속에서 생각하고 자연과 더불어 작품을 진행해 온 작가로서 인상 깊은 작업을 많이 남겼다. ● 이번 대안미술공간 소나무에서의 고승현의 작업들은 실내 전시장에 놓여지게 된다. 그의 선행된 많은 작업들이 자연성이 생생하게 작용하고 있는 숲속이나 들판 때로는 바닷가에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백년의 소리'를 담은 이번 작품들은 실내에 놓여진다. 대지예술 등 서구의 야외작업의 양상들 대부분이 자연 속에서 자연물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미술행위의 영역을 확장하는데 비중을 두었다면 '야투'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자연미술은 자연의 다양한 현상을 통해 작품을 이루어나가는 특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연현장이 아닌 자리에 작품을 놓는다는 것은 자연미술가로서 간단치 않은 태도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 고승현이 그의 작품을 실내에 들여다 놓은 것은 아마도 그의 단순한 의지에서 비롯 되었다기 보다는 작업 내용 그 자체의 필연적 귀결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고승현_백년의 소리 2_오동나무, 가야금줄_2005

그의 전시제목에서도 말해주듯이 이번 전시의 주요 컨셉은 소리에 관한 것이다. 그는 지난 2004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작업과 관련하여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는 갖가지 소리로 가득 차 있다. 태초 이후 지금까지 이곳 장군봉 숲속에 살던 곤충들과 동물들의 울음소리,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 그리고 오래전 집을 짓던 목수들의 끌과 망치소리 등 지나간 과거의 소리가 지금은 우리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 미세한 소리의 입자들은 시.공간 속에 엄연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소리들은 또한 내가 만든 가야금 소리와 함께 하나의 화음으로 조화를 이루고 미래의 소리들과 만나 영원히 퍼져 나갈 것이다." 라고 적었었다. 우리나라 전통 악기중의 하나인 가야금과 유사 구조를 취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시각적으로 확고한 형태를 지니고 있긴 하지만 누군가의 '소리내기'를 통한 개입이 일어나기 전에는 작품으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가 말했듯이 몸체에 매어진 줄을 손끝으로 튕겨내는 순간 울려 나오는 소리가 그 나무의 나이테 속에 배어든 갖가지 시,공간 속의 소리를 불러내어 함께 어우러지는 관념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 작용이 일어나는 순간에 비로소 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작품이 작품이 되게 하는 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한 장소는 어디가 적절한가? 고승현은 필자와의 대화를 통하여 자연미술이 실내에서 더욱 생생하게 빛을 발하리라는 생각을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는데 그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평상시 본인의 생각을 적절하게 실현하고 있음을 본다.

고승현_백년의 소리3_오동나무, 가야금줄_2005

그의 작품과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을 하나의 층으로 이해한다면 그의 작업은 공간과 물질이 교대로 쌓여진 다층적 구조를 갖게 됨을 알 수 있다. 소리를 증폭시키기 위한 내부의 공간/ 그것을 형성시키고 있는 자연물인 나무/ 그리고 다시 그 소리체를 둘러싸고 그 울림을 확산시키는 실내공간/ 그리고 그 공간을 한정시키고 있는 인공물(전시장 건물구조)/그리고 그 건물을 감싸고 있는 무한대의 자연공간/ 마지막으로 그것들과는 거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작품을 인식하는 인간의 심리적 공간을 상정할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고 있는 작품의 몸체가 자연공간 속에 존재 할 때 보다는 인공물로 쌓여진 실내공간에서 그 존재적 대비가 발생하고 이러한 대응은 서로를 강화하면서 풍부한 상상력이 작용하게 한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작업의 소재로 시각적 현상을 다루기보다는 '소리'라는 재료를 이용하고 있음은 그와 함께 작업하고 있는 다른 자연미술가들과의 차별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이해된다. 물론 그는 전통적 음악 소리와는 완연히 구별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소리'는 한 작가의 작품세계로의 초대를 의미함과 동시에 작품을 만나기 위한 열쇄이다. 그것은 과거의 시간과 소리를 불러내어 현실 속에서 만나게 해주며 미래의 누군가의 손에 재생되기 위하여 다시 그 작품의 몸체와 공간에 담겨지는 것이다.

고승현_백년의 소리 -시간속의 볍씨_소나무, 황토, 볍씨_2005

더불어 전시되고 있는 볍씨를 이용한 작품들은 시간의 궤적이라 할 수 있는 나이테 틈바구니에서 싹을 틔우는 작업이다. 위에서 언급한 소리작업이 비록 자연물을 이용했으나 인공적 손질의 흔적이 강하여 일견 편안치 않은 느낌을 주는데 반하여 볍씨를 이용한 작업은 나무에 최소한의 흙과 씨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온전히 자연물로만 이루어진 작업으로서 훨씬 부드럽게 우리의 시선을 받아들이고 있다. 시간과 환경의 흔적인 나이테와 씨에서 씨로 이어져 미래로 흘러가는 씨앗의 만남은 무심이 흘러가는 세월의 흐름 속에 잠시 담겨지는 인생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도 그 아름다운 나무의 무늬와 그 속에서 솟아나는 여린 싹이 이루는 조화로움 앞에서 우리는 고단한 일상으로부터 잠시 떠날 수 있다.

고승현_감씨-05_종이위에 황토, 감씨_2005

이제 자연미술가 고승현은 자연 속에서의 자연미술작업을 역으로 확장시켜 실내공간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그의 소리통이 우리의 잠자는 정신을 울리며 파고들기 전 까지는 우리들을 실망시킬지도 모른다. 그것은 잘 조율된 장인의 가야금에 비하면 엉터리 악기에 불과 할 것이고 전통적인 조각 작품에 익숙한 어떤 이들 에게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쓸모없는 물건으로 여겨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소나무에서의 고승현의 작품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이러한 제한적 인식의 틀을 허물고 시,공간을 초월한 자연 속의 다양하고 수많은 생명의 소리를 경험함으로서 온갖 소음으로 짓눌린 인간의 자연성 회복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2005년 기획초대 두 번째 전을 준비하여준 작가 고승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 전원길

Vol.20050520b | 고승현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