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Masking Tape Drawing

곽선경 개인展   2005_0519 ▶︎ 2005_0605 / 월요일 휴관

곽선경_Black Masking Tape Drawing_검은 마스킹 테잎, 설치_가변크기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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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519_목요일_06:00pm

후원_문예진흥원_101 디자인_나이스 페이퍼

브레인 팩토리 서울 종로구 통의동 1-6번지 Tel. 02_725_9520 www.brainfactory.org

검정 라인의 시각적 카타르시스- 곽선경의 검정 마스킹 테잎 드로잉 ● 내일 뉴욕에서 떠난다는 이메일이 작가로부터 왔다. 메일엔 전시 설치를 위해 필요한 장비들이 갤러리 내에 모두 갖추어져 있느냐는 질문의 내용이 같이 실려 있었다. 설치에 필요한 장비는 사다리, 망치, 줄자, 수평자, 벤찌, 가위, 칼 등이었다. 순간 검정 마스킹 테잎만이 가득 들은 가방을 들고 입국하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졌다. 지난 2년 반 동안 약 서른명의 작가들이 브레인 팩토리의 공간에서 전시를 했지만, 각자 공간을 읽어내는 방법도 또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도 다양했었다. 작가는 멀리 뉴욕에서 브레인 팩토리의 공간을 도면과 사진만을 참고삼아 1년 넘게 전시를 준비했었다. 나는 브레인 팩토리의 공간을 실제로 보고 작가가 어떻게 이 공간을 소화해 낼 것인가 하는 기대에 이미 맘이 설레고 있었다. ● 회색도시 뉴욕에서 살며 활동 하는 곽선경은 검정 마스킹 테잎을 마치 손끝에서 나오는 잉크와도 같이 자유자재로 만질 줄 안다. 그는 마스킹 테입이 비로소 재료에 대한 자유로움을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그의 완성된 이미지들을 보고 있자면 비로소 검정 마스킹 테잎이 마음것 자유를 누리는 듯 하다. 그가 찢어 붙인 테잎은 리드미컬하고 자유롭게 선회하고, 뻗어나가 마치 춤을 추듯 그 자태가 아름답다. ● 2004년 가을에 부르클린에서 있었던 그의 개인전 때였다. 당시 새로운 공간을 얻어 이사를 한 치 갤러리(CH'I Contemporary Art)는 브레인 팩토리 공간과 흡사하게 길거리에서 뻥 뚫린 유리문을 통해 갤러리 안의 광경을 시원하게 볼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갤러리 안의 벽 공사는 까다로운 뉴욕 주의 어떤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마무리 짓지를 못하고 벽안으로 들어 가야할 파이프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작가가 붙여놓은 검정 마스킹 테잎은 그 라인을 따라 시선을 유도하는 파워가 있었고, 아름다운 마루바닥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바닥의 거대한 이미지는 사무실로 들어가는 문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가 붙여놓은 리드미컬한 검정 마스킹 테잎은 공간을 완전히 흡수해버린 듯 했다.

곽선경_Black Masking Tape Drawing_검은 마스킹 테잎, 설치_가변크기_2005_정면에서

이번 브레인 팩토리에서의 설치 과정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작가에게 매우 힘겨웠으리라. 일정에 쫒기는 작가는 입국한 다음날부터 여독을 풀지 못한 채 작업에 들어가야 했고, 설치 일정은 열흘뿐이었다. 뉴욕에서 미리 작업해온 판넬 작업을 중앙에 붙여놓고 그로부터 이미지를 퍼뜨려 나가는 과정을 거쳐 작업이 완성 되었다. 작가가 몇 달 전부터 실험적으로 해오던 판넬 이미지는 그동안 해오던 '붓자국'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게 보인다. 액체를 떨어뜨려 만들어진 듯한 모티브를 본으로 음각과 양각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칼로 파내어 이미지를 만들고, 중앙에 붙인 이 이미지는 다시 전체 공간 안에 모티브가 되어 바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렸다. 중앙의 음의 이미지는 판넬을 벗어나면서 양이 되어 뿌리 아래로 스스로 자라나 시멘트 바닥에 그 줄기를 퍼트리고 자연스럽게 유리문에 부딪힌다. ● 곽선경의 마스킹 테잎은 이제 어디를 가나 공간 안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원하는 드로잉을 맘껏 해댄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듯 이제 검정 마스킹 테잎을 들고 있는 작가의 손끝으로 3차원의 공간은 거대한 공백의 종이가 되고 그가 창조하는 검정 마스킹 테잎 드로잉은 그 안에서 본래의 공간을 흡수하며, 스스로의 생명을 잉태하였다가 소멸하는 미지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 오숙진

곽선경_Black Masking Tape Drawing_검은 마스킹 테잎, 설치_가변크기_2005_아래에서

곽선경: 검정 마스킹 테잎 드로잉(Sun K. Kwak: Black Masking Tape Drawing) ● 곽선경은 검정 마스킹 테잎으로 드로잉을 한다. 1997년 NYU 대학원을 졸업한 후 줄 곧 뉴욕에서 활동해온 곽선경은 검정 마스킹 테잎만을 이용한 공간 위의 드로잉을 고집해온 작가이다. 곽선경에게 마스킹 테잎의 새로운 발견은 처음으로 재료에 대한 자유로움과 그린다는 행위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가져다주었고, 마치 손끝에서 물감이 나와 자신의 몸짓으로 직접그림을 그리는 것 같은 작품과의 일치감을 만들어 주었다. 불규칙적으로 찢어지고 뜯기어지며, 때로는 두껍게, 때로는 얇게 무작위 하게 층을 이루며 마치 검은 물결의 흐름이나 바람을 연상시키는 곽선경의 선은 단순히 그려지는 행위의 단계를 뛰어넘어 그 정신세계가 압축되어 표현되는 동양의 선으로 자주 풍수지리와 동양적 기의 흐름이라는 자연스러운 수식어와 함께 뉴욕의 미술계에 소개되어 왔다. ● 일련의 작품에서 곽선경은 붓과 캔버스를 벗어난 단순한 재료의 확장이나 개념의 확장을 넘어서 공간과의 새로운 교감을 직접적이고 대담하게 접근하고 시도하였다. 그는 무미건조하고 기능적인 구조와 목적으로 이루어진 건축물 안의 벽이나 천장, 바닥에 단순히 시각적인 이미지만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생명력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감상자들은 시각적 감각기능에만 의존하는 소극적인 자세로 작품을 바라보면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으로 들어가 작품을 완성시키는 또 하나의 요소로 동화되어지는 것이다. 마치 희망의 마법사 메리 포핀스의 손에 이끌려 우연히 뛰어들어간 인도 위에 색분필로 그려진 작은 풍경화 속에서 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추던 것처럼, 감상자는 작가가 공간 위에 창조한 작품 안에서 직접적이고 특별한 교감으로 그 작품을 완성시키게 된다.

곽선경_Black Masking Tape Drawing_검은 마스킹 테잎, 설치_가변크기_2005_뒤에서

2001년 "시간과 공간 III: 거대한 파도 (Time And Space III: Tidal Wave)"는 갤러리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벗어나 카페와 구내상점,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활동하며 일상생활을 해 나가는 사무실 건물인 불로바 빌딩 (QMA at Bulova Corporation Center)의 1층 전관을 모두 이용해 선보였다. 이 작품은 현대인들의 건조하고 반복적인 생활이 매일매일 전개되고, 대중과의 다양한 인터랙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평범한 생활 속의 공간을 생명력이 넘치는 새로운 공간으로 완전히 변화시켰다. 건물로비의 중앙에 자리서은 인공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와 물이 떨어지는 소리에서 받았던 즉흥적인 감흥에서 선택된 '물'이라는 모티브는 각각의 고유기능으로 사용되는 장소들이 가져오는 이질감과 물리적인 거리감을 없애고, 빌딩의 입구, 로비, 복도를 하나로 연결시키며, 이 700평 넓이의 일상적인 공간을 하나의 미술작품으로 재창조하였다. 입구로부터 밀려온 거대한 물줄기가 건물의 바닥과 천장, 기둥을 휩쓸고 치닫는 모양새인 "시간과 공간 III: 거대한 파도"는 흡사 검은 파도가 빌딩 속을 거세게 휘감아 치고 나가는 역동적인 형태로 고요한 일상의 적막감을 단숨에 걷어 내어갔다. ● 2003년 작 "모세의 선택(Moses' Choice)"은 뉴욕 퀸즈 미술관 (Queens Museum of Art in New York) 중앙의 트라이앵글 갤러리로 불리어지는, 서로 마주보는 두 개의 벽이 점점 중앙으로 모아지며 거대한 삼각형 모양을 이루는 특이한 벽면구조에서 제작되었다. 바닥의 가장 넓은 부분에서 두 벽이 모아지는 중심으로 향한 시선은 공간감과 원근감을 배가시키고, 양쪽으로 넓게 퍼지면서 끝없이 이어진 듯한 벽면이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이 공간에 곽선경은 성경 속의 인물인 모세와 갈라진 홍해를 연상하며 시간과 공간의 이동을 시도했다. "모세의 선택"은 두 벽면이 삼각형의 꼭지를 이루며 만나진 중앙에서 거세게 쏟아져 나온 검은 물줄기가 갈라진 양쪽의 벽으로 모든 것을 쓸어가 버릴 듯한 격렬함으로 빠져나가는 형상으로, 각 벽면이 가로 240미터와 300미터, 세로 75미터인 거대한 스케일로 창조되었다. 한사람의 힘으로, 그것도 검정 마스킹 테잎으로만 제작되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은 이 작품 앞에서 감상자들은 눈앞에 드러난 격정적인 검은 물줄기의 에너지와 끝이 보이지 않는 스케일에 압도당하면서, 한편의 장엄하게 펼쳐진 동양화 앞에 서있는 듯한 착각을 한다. ● 2004년 치 갤러리 (CH'I Contemporary Fine Art)의 개인전 "백 한시간의 대화 (One Hundred One Hours of Conversation)" 는 곽선경의 작업에 작은 변화를 가져온다. 그의 이전의 작품들이 공간에 대한 격렬한 도전이었다면 이 "백 한시간의 대화"는 마치 큰일을 무사히 마치고 난 후의 조용한 휴식처럼 잔잔한 평화로움이 읽혀진다. 갤러리 나무바닥 그대로의 색과 무늬를 살리면서 둥근 띠 모양으로 원을 만들며 반복되어져 벽으로 이어지는 드로잉은 나무의 색과 재질이 마스킹 테잎의 그것과 자연스럽게 어울러지며 갤러리를 명상적인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선의 중심이 갤러리의 중앙바닥에 모였다가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 이미지는 나무의 나이테 같기도 하고, 물결의 차분한 파장 같기도 하면서 전체공간을 호수 안에 조용히 잠기게 만든다. 이 작품에서 감상자들은 웅장함과 에너지가 넘치는 공간으로서의 그것이 아니라 잔잔하고 정적인 감흥에 서서히 흡수된다. 그들은 갤러리에 들어서서 마치 모든 상념을 비워내기 위한 준비처럼 무의식적으로 선을 따라 걸어가며 자신들만의 고요한 명상의 세계로 빠져들고,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동화가 되어 가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된다.

곽선경_Black Masking Tape Drawing_검은 마스킹 테잎, 설치_가변크기_2005_오른쪽 아래에서

테잎을 찢고 붙이고, 문지르고, 떼어내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반복과 엄청난 양의 노동의 결과로 이루어지는 곽선경의 작품은 폭발적인 에너지와 고요한 긴장감이 함께 공존하는 이미지로 표현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미지를 표현해 나가는 동양적인 사유 안에서 유동적이며 무형인 흐름과 같은 보이지 않는 존재는 언어화 될 수 없는 감성을 시각적, 공간적으로 이미지화 시키는 곽선경의 작품세계와 자연스럽게 닮아있으며, 작품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작가의 모습은 뉴욕 미술계의 높은 벽을 허물고 당당히 자리잡은 작가로서의 역량을 느끼게 한다. ■ 안미희

Vol.20050527c | 곽선경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