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으로...

김재정 인터액티브 영상展   2005_0520 ▶︎ 2005_0529

김재정_스며들다_인터액티브 영상설치_2005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대안공간 반디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5_0520_금요일_06:00pm

대안공간 반디 부산 수영구 광안동 134-26번지 Tel. 051_756_3313 www.spacebandee.com

1. 안개 속에 녹아들다. ● 짙은 안개 속의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담백한 화면의 구성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세상 모든 구성물들이 부드러운 먹 선의 번짐처럼 뿌연 안개 속으로 번져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이미지들은 적당히 생략되고 얼버무려져 결국 아무것도 갖지 않은 하얀 배경만이 존재하게 되며, 간혹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정체불명의 대상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그 이미지들은 뚜렷하지 않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까이 접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본질을 파악하기 어려운 미지의 공간으로 인식되어지기도 한다. 일순간 회색도시로 변화되어 신비감마저 들게 하는 이러한 풍경들은 내면의 치열한 삶이나 해맑은 미소, 뚜렷한 주장들은 어느새 뿌연 안개 속에 희석되어 새하얀 여백으로 녹아들게 된다.

김재정_스며들다_인터액티브 영상설치_2005
김재정_스며들다_인터액티브 영상설치_2005
김재정_스며들다_인터액티브 영상설치_2005
김재정_스며들다_인터액티브 영상설치_2005

2. 매체의 발전이 인식의 형태를 변화시킨다. ● 지금 MIT(메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는 컴퓨터를 신체의 일부로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한창이라고 한다. 이른바 '웨어러벌 컴퓨터'입을 수 있는 컴퓨터이다. 기발한 '상상(imagination)'을 끊임없는 연구로 그것을 '실현(realization)'시키는 것에 세계의 수재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느 듯 우리의 생활 깊숙이 '비트'들이 침투해 들어와 있다. 생명체의 습성 하나하나 데이터베이스화하여 매트릭스 공간에 차곡차곡 저장하고 있는 것이다. 머지않아 이런 방대한 생명체의 습성을 기억하고 있는 '칩' 하나가 인간의 두뇌의 일부로 작용되지 않을까? 미술의 역사를 보면 도구의 발전이 하나의 '이즘'을 만들어내기도 했으며 그로 인한 장르의 해체 및 통합도 동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 사진의 출현으로 인한 시각예술 전반의 변화, 발전들을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다. 즉, 매체의 발전이 인식의 형태를 변화시키고 표현방법의 다양화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 변화하는 테크놀로지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테크놀로지에 대한 단순한 경외감에서가 아니라 발전된 기술을 창의적 발상의 내용들과 유의미하게 결합시켜 새로운 시·지각적 경험을 제공하고, 어떻게 조형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인가를 미술가로서 고민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재정_mist_단채널영상_4분40초_2005
김재정_mist_단채널영상_4분40초_2005
김재정_mist_단채널영상_4분40초_2005

3. 대상에 스며들다. ● 어릴 적 시골길을 걷다가 마주한 작은 돌멩이와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그것을 힘껏 발로 차보는 것이었다. 그것이 땅속에 박혀있는 것이면 더욱 기를 쓰고 힘껏 찼던 기억이 난다. 이름 모를 벌레들을 잡아다가 달리기 경주를 시키기도 하고 애꿎은 나무에 칼로 자기 이름을 새겨보고 하는 것들이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때 그것들과 나눌 수 있었던 커뮤니케이션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을의 입구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노송은 수없이 자신 위를 오르락 거렸던 우리들의 땀 냄새를 간직한 채 건재하게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이 번 작업은 나의 이런 철없는 생각에서 기인하여 관객에게 작품과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해 보기를 요구하고 있다. 관객들의 일련의 동작들이 있어야지만 완성된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관객의 움직임을 촬영하고 그 데이터는 컴퓨터의 일정한 프로그래밍을 통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이 이미지들은 안개가 짙게 깔린 풍경과 혼합되고 실시간 편집, 재구성 되어 다시 스크린위로 투사되게 된다. 움직임에 의해 형상이 나타나고 다시 안개 속에 사라지듯 자신의 형체가 녹아 없어지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는데 그것이 자신의 반영임에도 불구하고 그 형체의 일그러짐으로 인해 단순히 마주하고 있는 '미지의 대상'에 불과 한 것이 되어버린다. 관객의 이러한 능동적인 개입으로 형성된 이미지들은 작품의 일부로써 작용되고 마치 노송이 어린시절 우리의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의 행위는 작품 속에 스며들어 간직될 것이다. ■ 김재정

Vol.20050530b | 김재정 인터액티브 영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