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들-서울나들이

2005 세종문화회관 기획展   2005_0504 ▶ 2005_0531

김광남_야생의, 야생에 의한, 야생을 위한_혼합재료_120×97×18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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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개막_2005_0504_수요일

참여작가 김광남_김남운_노주환_류신정_배성미_배숙녀_신성호_신현중_양태근_연기백 이가람_이성실_이유미_임승오_장욱희_전신덕_정국택_차기율_최용선_최 일_최현승

세미나_2005_0504_2시_세종문화회관 4층 컨퍼런스홀_김원명_임순남 퍼포먼스_2005_0504_4시_세종문화회관 테크프라자_김광철_임순종

세종문화회관 데크프라자 서울 종로구 세종로 81-3번지 Tel. 02_399_1152 www.sejongpac.or.kr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야생동물-서울나들이-전에 부쳐- ●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니 어디로 갈까. 울창하던 숲은 하나 둘 사라지고, 어디를 가나 거미줄 망같이 깔아대는 아스팔트, 주말이면 운동을 해야 한다고 그 넓은 산야를 골프장으로 만들어 거주지는 점차 줄어들고, 몸에 좋다는 것은 가리지 않고 먹어대는 사람들의 등쌀에 하나 둘씩 그들은 이 지상을 떠나고 있다. 그들이 떠나는 것이 아쉬웠는가. 그들을 보호한다고 철조망을 쳐놓고, 법을 제정하며 야단법석을 부리고 있다.

김남운_탈출_혼합재료_150×53×123cm
노주환_야생동물들_테라코타, 스테인리스 스틸_200×120×120cm
류신정_Atom_(원자)나무, 철_가변설치
배성미_고양이의 기억_혼합오브제_170×30×35cm

마치 그들이 금방이라도 모두 떠날 것처럼. 그리고 현수막을 걸어놓고 야외에서 스피커를 통해 고성방가로 떠들면서 그들을 위한 것인지 자신들을 위한 것인지 온갖 축제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그 축제 뒤엔 쉽게 썩지도 않는 비닐봉지들이 들과 숲에 여기 저기 널브러져 있다. 그리고 주말이면 어김없이 배낭을 메고 들로, 강으로, 산으로 몰려간다. 그 넓은 고속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할 정도로. 그 긴 행렬이 품어내는 가스에 나무들은 몸살을 앓고, 새들은 그 보금자리를 하나 둘 잃어가고 있다. 산등성이 마다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 맨살이 드러나고, 사람들의 손길이 지나간 계곡 아래의 정화되지 못한 뿌연 물은 그들을 차츰 병들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깊은 골짜기로 이동해도 그곳에 행여 광물이라도 묻힌 산이라면 어느새 다 파헤쳐 지고, 이내 그들의 울타리가 될 나무와 숲은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식수와 전력을 조달한다고 댐을 쌓아 버림으로써 사람들만이 아니라 그들도 자신의 선조들이 살아온 삶의 터전을 잃고 나그네가 되어 방랑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야생동물 조사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림 내에서 서식하는 대부분의 대형 포유류는 일제시대의 남획과 현재까지 계속된 밀렵으로 인하여 멸종되었거나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맹수들이 많다는 것은 자연의 생태계가 그들의 서식을 지탱해 줄 정도로 안정되어 있으며, 먹이 동물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맹수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자연의 생태계가 불안정함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일종의 경고인 것이다.

배숙녀_지켜야할 216호의 자리_합성수지, 철봉_235×150×150cm
신성호_어디서 살아야 하나_합성수지_95×335×147cm
신현중_공화국 수비대_혼합재료_80×500×110cm
양태근_그리움_철, 오브제_500×500×70cm

이러한 현상은 비단 육지에 국한된 일만은 아니다. 무분별한 전 세계의 고래의 남획으로 인해 몇몇 종류의 고래는 멸종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고래가 사라지게 되는 진짜 이유는 포경이 아니라 인간이 바다에D처 놓은 그물, 환경, 오염, 소음, 인간이 만든 시설물들 때문이다. 이것들이 고래가 서식하는 환경 자체를 망쳐놓고 있는 것이다. 국제포경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1990년 한 해 동안 태평양과 인도양에 처 놓은 그물 때문에 죽어간 고래는 31만-1백만 마리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야생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눈에 드러나는 이러한 현상들은 우리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 어쩌면 그리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1953년 세포 속의 DNA의 구조가 밝혀지고 1970년대 이후 DNA를 자르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발전하게 된 유전 공학, 즉 유전자 조작(genetic engineering, 예를 들어 물고기의 유전자를 토마토에 삽입)은 자칫하면 먹이 연쇄 사슬 고리로 연결된 생태계에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연기백動-05` _철_152×240×240cm
이가람_Because!_철 단조_250×120×150cm
이성실_"Untitled-5 Elements"_나무상자, 오브제_90×110×65cm
이유미_우울한 희망_시멘트_가변설치

그래서 인가. 세종문화회관 앞의 야외광장에 설치한 『야생동물-서울나들이』전의 작품들은 제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하나같이 죽어가거나, 위기에 처해 있거나, 아니면 분노하거나, 동물인지 식물인지 알 수 없는 형상들을 하고 있다. 3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야생동물전은 20여명의 작가와 한국야생호랑이..표범 보호 보존 연구소장임순남씨의 시물이 함께 설치되었다. 오픈 시작 전에 야생동물의 생태계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여 작가들과 청중들이 진지한 태도로 참여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으며, 오픈을 알리는 김광철의 퍼포먼스는 전시장 바로 앞에서 축제가 열려 앰프에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가 시장판에 온 것과 같이 정신을 혼미하게 함에도 불구하고 야생동물이 처한 위기 상황을 1시간여에 걸쳐 온몸으로 열연함으로써 참여 작가들은 물론 세종문화회관을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임승오_성난 물고기_혼합재료_130×300×90cm
장욱희_먹이사슬_혼합재료_225×260×90cm
전신덕_서울구경_철, 아크릴 채색_150×520×90cm
정국택_캥커루_철, 우레탄 도장_220×70×240cm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목의 야외광장은 작품이 설치되자 사람들은 이리 저리 둘러보며 작품을 구경하면서 사진도 찍고 어린아이들은 작품을 만지고 올라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출품한 작품들은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만바라볼 수 있는 것은 아닌데. 야생동물들이 처한 절실한 심정을 전하기에는 출품한 작가들의 마음만으로는 아직도 역부족해서인가. 아니면 야생동물이 처한 상황들이 자신들의 삶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인간을 제외한 이 땅의 모든 것들이 정복의 대상이거나 그저 돈을 주고 사고파는 물건으로, 아니 그보다 가볍게 쓰고 버리는 하찮은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노도와 같이 밀려오는%'319세기 중반에 한 인디언 추장은 자신이 선조에게서 물려받은 땅을 내주며 그들에게 이렇게 전하고 있다. "...우리는 이 땅을 갓난아이가 어머니의 심 장 소리를 사랑하듯이 사랑합다.....우리는 땅이 사람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땅에 속한다는 것을 압니다.

차기율_수몰지구_철, 오브제, 물_21×250×250cm
최용선_덤벼!_나무_160×250×145cm
최일_정지된 말_합성수지_210×260×50cm
최현승_WILD PASSION_COPPER WELDING_180×130×170cm

우리는 이 세상 만물이, 우리가 핏줄에 얽혀 있듯이, 그렇게 얽혀 있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사람이 생명의 피륙을 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라고 하는 것이 그 피륙의 한 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사람이 그 피륙에 하는 것은 곧 저에게 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그대들의 운명이 우리들에게는 수수께끼입니다. 들소가 모두 살육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요? 야생마라는 야생마가 모두 길들여지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지요? 은밀한 숲의 구석이 수많은 사람 냄새에 절여지고, 언덕의 경치가 「말하는 줄」로 뒤엉킨다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지요? 수풀은 어디에 있나요?....저 발빠른 말과 사냥감에게 이제 그만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 어떠한지요? 누리는 삶의 끝은 살아남는 삶의 시작이랍니다."(조셉 캠벨, 신화의 힘) 이제는 야생동물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을 그저 하나의 구경꺼리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전언도 깊은 성찰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 조관용

Vol.20050605c | 야생동물들-서울나들이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