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과 현실의 소통을 향하여

김재화 Interactive Moving展   2005_0610 ▶ 2005_0621

이재민_무제_캔버스에 유채, 나무, 인형, 혼합재료_62×72cm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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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610_금요일_06:00pm

창 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 창조빌딩 지하1층 Tel. 02_732_5556 www.changgallery.net

김재화 보고서 ; 분열하는 의식과 이미지들 ● 자신이 예술가인지 기획자인지, 관객인지, 아니면 콜렉터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이렇게 의아해하는 자신이 진실로 나 자신의 의식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어느 신이나 권능을 지닌 자의 속임수에 의한 것인지 알 수 가 없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그 거울의 질적 특징에 따라 변형되고 반사되었기 때문이다. 이 거울은 보르헤스가 일전에 이야기해준 알렙의 속성을 지닌 듯 했다. 하나이자 모든 것이 그로 수렴되는 존재. 내가 마주 한 것은 신이자 이미지였다. ● 이미지 1 ○ 중국의 오랜 설화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오래 전 거울 속 세계와 인간 세계는 서로 왕래할 수가 있었다. 사람이 거울 앞에 서면 거울 저편에는 다른 모습의 인산이 나타났고, 거울 속 인간을 바꿈으로써 거울 밖의 사람도 자신의 모습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지만 마치 형제 이웃처럼 서로의 모습에 대해 아무런 갈등 없이 조화를 이루며 살았다. 그런데 어는 이야기나 그렇듯 이 설화에도 사건이 벌어진다. 어느 날 밤 거울 속 인간들이 현실세계에 예고 없이 쳐들어와서는 혼돈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결국 자신들이 스스로 모습을 바꾸는 것과 자기가 아닌 또 다른 자신들을 만드는 것이 아주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황제는 혼돈을 경계하여 거울에서 나온 인간들에게 주문을 걸어 모두 거울 속으로 도로 몰아내고는 두 번 다시 거울 속 세계와 현실 세계가 왕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거울 속 인간들이 현실의 인간 모습만을 흉내 내는 것만을 허락했단다.

김재화_Interactive Moving_전시 설치장면_2005
김재화_Interactive Moving_전시 설치장면_2005

이미지 2 ● 유기체의 삶과 죽음의 생성을 겪는 이미지는 인간 의식의 내밀한 풍경을 이루고 그러한 이미지의 탄생과 생식을 통한 재생은 영상미술가들의 제일의 주제이다. 이미지는 일종의 변형된 형이상학과 예술철학의 주요 내러티브의 요소가 되는데, 영상미술가들이 다루는 미디어의 내러티브의 안과 밖을 조직한다. 이미지는 자가생식을 통해 자신의 역사를 만들고 드라마틱한 생을 통해 내러티브를 만들어 우리를 매료시킨다. 그것이 가상이건 실상이건 그것은 중요치 않다. 현대예술의 출발이 세속화와 탈신비화와 개인주의와 함께 탄생하였기에 현대예술의 거의 모든 주요 사건에는 이미지들의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윤리적, 예술적 문제와 논쟁을 겪었다. ● 이미지 3 ○ 오늘날 첨단미디어사회에서 현대인의 행위와 반응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 현대인의 의식과 신체가 가장 미시적인 수준까지도 정보미디어와 결합해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사소한 무의식적 행위에서 가정과 사회와 의사소통방식을 통제하고 구조하는 첨단정보사회는 보드리야르를 비롯한 후기구조주의자들의 현대문화와 그 중심에 있는 가상현실과 이미지와 실재의 관계에 관한 분명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기계복제시대의 도래가 현대인에게 미친 영향과 비전에 대한 벤야민의 고전적 분석으로부터 시작된 무한복제 되는 이미지와 미디어의 본질과 힘의 조망과 만하임의 예언적 분석을 배경으로 라이프니츠의 완전한 언어에 대한 이상적 기획에서 출발한 연산시스템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현대를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사회로 구성하는 현실을 예언하였다.

김재화_Interactive Moving 스케치_2005
김재화_Interactive Moving 스케치_2005

이미지 4 ● 첨단 미디어환경과 사회현실은 무한히 세분화되며 진화하는 일종의 아메바를 닮은 유기체 운동을 통해 구조되고, 우리는 각종미디어와 일체화 되어가는 체험을 일상화하고 있다. 미디어는 더 이상 대상적 사물로서의 기계나 도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구성하는 현대의 신체로 여겨진다. 소위 가상과 현실, 환영과 실재의 이분법은 유물전시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도래한 현대전자정보의 자연풍광에 사라지는 듯 하다. 투명해지고 흐릿해진 이 두 실재의 간극을 우리는 더 이상 경험하지 않는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대체되어가는 사고의 낡은 틀과 그 역사성은 다만 참조할만한 인덱스로 남을 뿐이다. 인간의 신체와 의식은 더 이상 나눠지지 않고 상호 삼투하여 전자정보처리장치로 통합된다. 그렇게 해서 현대인의 의식과 신체는 한 개인의 것에 갇혀있지 않은 채 전 지구를 아우르는 거인의 신체와 의식으로 변신하였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예술가와 그의 창작행위 그리고 그 결과를 포함한 전 과정을 아우르는 "예술"은 그 내포하는 의미와 외연의 근본적 변화를 겪게 된다. ● 이미지 5 ○ 이렇게 변해버린 현실과 예술 속에서 나는 다른 사람과 확연히 구분될 수 없기에 더욱더 나의 정체성에 몰입하게 되었다. 정체성을 확인하는 가장 첫 번째 길은 자아를 찾는 것이고 또한 그 자아의 문제에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거울의 은유에서 드러나듯 미디어 또한 자아를 비추는 거울이 되는데, 미디어의 무한한 증식은 자아의 확인을 통한 정체성의 믿음에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다. 미디어의 무한한 자기확대는 이러한 미디어를 통제할 신적 인간 신적 자아를 요구하는데, 그것은 나 자신의 집중적 적응과 변태를 또한 요구하는 것이다. ● "어느 날 나도 다른 부서로 배치되었다. 며칠 후 새로 배치된 부서에 맞게 나의 뇌에 업무에 필요한 프로그램과 전임자의 데이터를 다운 받았다. 또한 보다 정교한 시각장치와 업무조작이 가능한 신체를 주문했다."

김재화_Interactive Moving 스케치_2005
김재화_Interactive Moving 스케치_2005

이미지 6 ● 2010 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타워즈, 블레이드 러너, 비디오드롬, 론머맨,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등등 무수한 영화 이미지와 영화적 드라마가 현대인의 생을 대신하며 이렇게 시간과 공간과 존재의 문제를 가상과 현실의 이미지의 문법으로 표현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더 이상 경이로운 첨단과학과 기술의 정서와 인상도 가능하지 않으며 더 이상의 신비적 예술체험 또한 가능하지 않다. 일상의 과잉 곧 모든 과학기술, 정치, 윤리, 예술이 일상이라는 기표에 하나의 전체로 통합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위에는 작은 영웅들, 작은 신들이 넘쳐났다. ● 이미지 7 ○ 들어선 순간 미술관은 질적 변화를 거치면서 일종의 심리극이 열리는 극장으로 변했다. 잠시 후 이 극장은 허허벌판으로 변하더니 텅 빈 우주공간 속에 나를 떨궈 놓는 것이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눈 앞에는 반들반들한 거울이 나타나서는 내가 어머니의 자궁으로부터 태어나던 모습을 영사하였다. 당시의 놀라움과 아픔이 느껴졌고 몇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졌다. 다시 내가 서있던 자리는 거칠거칠한 표면의 돌덩어리들로 변한 후에는 붉은 빛이 돌며 축축하며 부드러운 대지로 변하였다. 내 의식은 어머니의 자궁을 통해 아버지의 씨앗으로부터 내가 생성되기 이전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내 앞에는 내가 한번도 본적이 없던 기이한 형태의 거울이 둥둥 떠다니며 이상한 형상과 소리를 발하는 것이다. 처음 보는 형상들이 사방으로 튀어나오는데 그 속에는 간혹 어디서 본 듯한 것들도 있었다. ■ 김노암

* Text(김재화 보고서) 에서 image 1,2,3…은 실재 image와 무관한 text 입니다.

Vol.20050615b | 김재화 Interactive Moving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