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어서_Cross over the Line

권두현 사진展   2005_0615 ▶ 2005_0628

권두현_선을 넘어서_디지털 프린트_110×80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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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615_수요일_06:00pm

갤러리 룩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 3층 Tel. 02_720_8488 www.gallerylux.net

선을 넘어서 cross over the Line ● 선, 경계의 표시, 기준... / 그 외에 무수히 많은 의미 / 자유와 구속, 삶 / 모든 것을 정하는 / 우리가 만들어 놓은 가치 기준들 / 그 선은 흘러가고 / 나는 그 위를 항해하는 많은 이들을 본다. ■ 권두현

권두현_선을 넘어서_디지털 프린트_80×110cm_2005

사람들의 약속으로 만들어진 좁은 직사각형. 돌진하는 차량행렬 속에서 이른 바 보행자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작은 영역. 안절부절 발을 동동 구르며 시계와 신호등을 번갈아 바라보는 사람, 차량 신호등이 빨간불로 변하는 즉시 길을 가로질러 뛰는 사람, 신호대기시간이 길어지면 고장이 난 것이라 지레 판단하고 차량 사이를 비집고 건너는 사람 등등... 그들 아니 우리가 횡단보도 안에서 만들어가는 삶의 한 풍경들이다. 또한 횡단보도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연인들의 만남과 이별의 장면에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영화 '클로저(Closer)' 에서 여주인공 앨리스(나탈리 포트만)가 달려오던 택시에 치여 쓰러지고 댄(주드 로)이 얼떨결에 그녀의 보호자가 된 이후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 횡단보도가 아니었던가. ● 그러나 현실 속 횡단보도는 전쟁터같은 일상의 축소판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바쁘게 바쁘게만 지나치는 공간이다. 기다린 수고에 비해 돌아온 댓가는 너무도 인색하기만 한 그 곳. 짧기만 한 시간... 그러한 공간에서 작가는 삶의 한 컷들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건져 올렸다. 경쾌하게 뛰어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검은 정장 스커트(유니폼일지 모르는)에 하이힐의 여성, 군중들 속에 섞여 길을 건너는 무심한 표정의 중년 남성. 예민한 관찰력의 작가가 인파 속 개인의 움직임을 흥미로운 눈으로 엿봄으로써, 횡단보도는 그 어느 곳보다 발랄하고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삶의 속내를 살짝살짝 내비치고 있다.

권두현_선을 넘어서_디지털 프린트_80×110cm_2005

첫 눈에 그의 사진은 고정된 대상이나 장면의 충실한 재현보다는 감각적이고 깊은 색채, 과감하고 세련된 면의 분할 등이 부각된다. 치솟는 빌딩과 인파들로 북적일 것이 자명한 도시의 모습. 그러나 권두현의 사진 속에서는 그것들이 명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진 공간을 과감히 가르며 힘차게 걷고 있는 인물의 몸체는, 이 작품이 단순히 정지된 풍경이 아닌 사진 속 인물들로부터 또 다른 의미를 부여받으며 재구성되는 것임을 드러낸다. 또한 우리가 마주한 그의 사진. 이 사진이 우리를 잠시나마 당혹스럽게 했다면 그것은 눈으로는 도저히 포착할 수 없는 그야말로 '찰나'이기 때문이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장면이어서라고 할 수 는 없을 것이다. ● 꽤 많은 일상 혹은 일상성에 관한 작업들이 선보여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권두현의 작업은 메트로폴리스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 인파에 묻혀 지나가는 한 사람, 근원적인 고독을 삭여가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는 이들을 주인공 삼아 회색빛 대도시에 새롭게 온기를 불어 넣어주는 따뜻함이 돋보인다. 시간의 흐름을 사진 속에 담아내는 작가 권두현. 세상을 보는 평범치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의 감성에 강렬한 울림을 만들어내는 시적인 작업을 지속해 온 그에게 일상은 이러한 의외의 발견들로 충만한 것일 듯 하다. 그의 이번 전시를 감상한다는 것은 바쁜 하루하루 속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간 만큼 짧게만 느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들은 때로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다. 사진 속 인물이 우리의 가족일지도, 사진 속 분주한 다리가 나의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횡단보도 앞. 그 선의 끝을 살짝 밟은 채, 곧 떨어질 신호를 기다리며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는가? ■ 갤러리 룩스

Vol.20050616b | 권두현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