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羽化

조미영 수묵展   2005_0612 ▶ 2005_0622

조미영_상생_한지에 먹_48×53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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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614_화요일_05:00pm

한전프라자 갤러리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55 한전아트센터 전력홍보관 1층 Tel. 02_2055_1192 www.kepco.co.kr/plaza/

알 형태의 얇은 한지 위에 기억의 단편들을 그린다. 내 시선이 머물렀던 옛 그림 속 과거의 자연과 삶, 오늘날의 계속 진행되는 나의 그림 일기들… 먹을 찍어 붓으로 선묘(線描)한다. 기억들이 모아져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는 상상을 해본다. 알을 품는 어미 새의 마음으로… 말이다.

조미영_우화I_한지에 먹, 염료_135×170cm_2004
조미영_우화II_한지에 먹, 호분, 염료_140×175cm_2004

조미영의 '우화羽化' 展은 도시 속에 자신들의 삶을 저당 잡힌 동시대인들 사이의 따스한 어루만짐이 만들어내는 상생의 공간을 구현한다. 작가는 초기작인 도시 풍경 습작에서부터 독립적인 자아만을 위한 공간의 껍질을 깨고 타자를 담을 수 있는 깊고 부드러운 공간에 대한 사유를 일관되게 조형화 하여왔다.

조미영_우화-희망…_한지에 먹, 호분, 염료_130×160cm_2005

제1회 개인전 '무정란無精卵' 시리즈에서는 모든 가능성과 희망을 내재한 듯 하나 영원히 부화할 수 없는 운명으로 자신의 최후를 아무런 저항 없이 기다리는 알판의 무정란을 통해 하나의 상품처럼 소비되고, 대체되는 동시대인의 군상을 보여주었다. 제2회 개인전 '돌·盲·인' 에서는 태아의 웅크림처럼 벌거벗은 채 자신의 상처를 홀로 감싸 안으며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동시대인의 고독을 다시 무정란으로 형상화했다. 제3회 개인전에서는 무정란과 깃털의 만남을 한지에 섬세하고 세심하게 시각적으로 조형화하여 상생을 위한 부드러운 대화를 시작하였다. ● 한 번의 부딪힘에도 힘없이 깨어져 제 속을 모두 드러내 보일 만큼 연약한 껍질일망정, 자신을 보호할 마지막 보루인양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있는 무정란과 어미의 마지막 흔적인 깃털이 들려주는 세상을 향하라는 몸짓의 속살거림.......

조미영_이는 바람_한지에 먹, 염료_30×60cm_2005

이번 제4회 개인전 '우화羽化'에서 우리는 무정란을 감싸 안았던 마지막 깃털이 보호받고 싶어하고 위안받고 싶어하는 우리들을 조심스레 '보담아안음'을 느낀다. 깃털은 세상을 향해 자신을 확인하기보다는 위로 받고 싶어하면서도 상처를 홀로 감싸 안은 채 자신만의 공간에 웅크려있던 무정란, 돌·盲·인들을 동정과 연민이 아닌, 온기와 사랑으로 일깨운다. 그리고 숨과 숨이 만들어내는 결은 자신을 감싸 안았던 날개 깃털 하나의 기억을 되살려 타인 그리고 세상을 향한 움직임의 시작이 된다.

조미영_세상 속으로…_한지에 먹, 천연염료_74×24.5cm×5_2004

조미영이 섬세하게 그려내는 깃털의 움직임은 영원한 순수를 지키려는 천사의 날개짓도, 자신들의 좌절되었던 꿈을 향해 다시 한번 날아오르려는 욕망의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흐르는 물따라, 일렁이는 바람따라 부유하는 무기력하고 현실도피적인 날개짓도 아니다. 지금 여기에서 자신과 함께하는 이들과의 작은 교감을 위한 부드러운 손내밈의 몸짓이다. 깃털과 깃털이 살포시 마주하여 "보담아안음"은 마지막 보호막인양 닫았던 무정란의 껍질을 열고, "마주쳐 울림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다시 깃털의 부드러운 마주침이 만들어내는 울림에 일렁이는 바람은 또 다른 깃털이 접어둔 꿈을 찾아 떠나는 비행을 부추긴다. 숨-결...갇힌 공간에서 벗어나 자신의 숨결을 느끼고, 각자의 숨결은 공기를 진동시켜 타인에게 울림을 전달한다. "마주쳐 울림의 공간"은 타인의 삶이 지닌 자연과 닮은 색을 일깨우고, 각자의 삶에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하는 상생의 공간이다.

조미영_천천히…_한지에 먹, 염료_31×41cm×4_2005

조미영은 우리로 하여금 깃털의 "보담아안음" 속에 상처의 웅크림을 풀고, 다시 한번 자신의 숨소리를 느끼게 한다. "마주쳐 울림의 공간"으로서 숨-결은 영원한 삶이 아닌 끝이 정해진 유한한 우리들의 운명 속에서 자신과 함께 하는 이들, 지금 여기에서 함께 하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 조성지

Vol.20050618b | 조미영 수묵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