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노래하다

권순익 회화展   2005_0615 ▶ 2005_0622

권순익_安居-同樂3805_캔버스에 유채_97.5×145cm_2005

초대일시_2005_0615_수요일_05:00pm

서호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 1-1번지 Tel. 02_723_1864

권순익은 우화(寓話)를 우화(寓畵)로 풀어[童話를 童畵로 해석되기도 하는 방법으로의] 가볍지만 의미론이 강하게 풍기는 작품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어렵고 힘든 현실에서 다소나마 쉬어갈 수 있는 그림을 그린다. 일종의 부적과도 같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의 그림 안에는 우리 사회가 가진 모순이나 갈등은 나타나지 않는다. 편안함과 안락함보다 더욱 깊숙한 심연의 소리를 이야기 한다.

권순익_安居-同樂3804_캔버스에 유채_80.5×116.5cm_2005

동내 어귀 동수나무 그늘 아래에서 장기 두시며 마을을 바라보는 것으로 세상을 다 품고 계시던 동내어른들의 넉넉한 가슴을 그리고자 했고, 세상가까이에서 세상과 마주한 소담스런 이야기를 캔버스에 담고자 하기도 하였다. 이 모든 것들에게 그는"연년여의年年如意"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如意라는 것은 승려들이 의식 따위에서 가진 佛具이면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 또는 원하는 바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如意라고 했다. 손오공의 여의봉이 그러하다.

권순익_安居-逍遙3805_캔버스에 유채_53×72.5cm_2005

짐승이나 사람이나 사람 같은 짐승이나 짐승 같은 사람이나, 하늘이나 땅이나 다 같이 놀고 싶어 한다. 물고기가 하늘을 날고, 들짐승이 물속을 유영하면 어떠한가. 설화에 나오는 무서운 호랑이(때로는 인자한) 등을 타고 산을 넘고 바다건너 彼岸이 있는 곳이라면 왜 가보고 싶지 않겠는가. 그는 이를"同樂"이라 하였다.

권순익_安居-如意3806_캔버스에 유채_72.5×90.5cm_2005

어느 작가는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셨어도 그 다음날 아침이면 그의 아내와 함께 북한산 자락을 산책한다. 어제의 일을 말한다거나 오늘 할 일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묵묵하게 계곡에 흐르는 물 사이로 왔다 갔다 하는 작은 물고기를 구경하고, 나뭇가지 사이를 넘실거리는 바람을 즐긴다. 그윽한 기분으로 아내의 체취를 즐긴다. 이를 두고 그는 "소요逍遙"라고 하였다.

권순익_安居-如意3802_캔버스에 유채_41×41cm_2005

어느 날 하루가 무척 힘든 어느 날, 잠자리에서 그대로 잠들어 백년이나 이백년 후에 깨어났으면 하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행복한 하루였다면 그러한 생각이 전무하겠으나, 창피한 일을 당했거나 현실이 너무나 고달프거나, 애인에게 버림받았거나 어찌되었든 감정적으로 힘에 겨울 때 일상에서 일탈을 꿈꾼다. 죽음으로의 일탈이 아니라 낯선 곳 이거나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의 외로움을 이야기 한다.

권순익_安居-同樂3803_캔버스에 유채_45.5×61cm_2005

동내 어귀에서 마을을 관조하시던 할아버지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마을의 일부임을 느끼게 된 것이다. 북한산 자락을 "소요逍遙"하던 그가 어느 때부터인가 나뭇가지 사이를 넘실거리는 바람이 되었고, 계곡에서 장난하는 작은 물고기가 되었다. 2004년에 보여주던 그림들에는 물고기가 커다랗고 날짐승이 커다랗던 것이 2005년에 와서는 그 크기만큼 공간이 넓어진 것에서 이를 확인해 볼 수 있다. 하늘을 나는 물고기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木魚로 보이고 호랑이와 개가 작아지면서 大氣의 공간이 확장 되었다. 그가 그림을 변화시켰는지 그림이 자연스레 변화의 과정을 겪는지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림들이 더욱 넉넉한 감정의 생명체로 변화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 서호갤러리

Vol.20050621c | 권순익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