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세계

왕샹밍 회화展   2005_0615 ▶ 2005_0629

왕샹밍_새_캔버스에 유채_60×60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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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615_수요일_05:00pm

선화랑 · 선 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 184번지 Tel. 02_734_0458 www.sungallery.co.kr

선화랑에서는 2005. 6. 15 - 6. 29 까지 중국작가 왕샹밍(王向明, Wang Xiangming)의 유화작품전을 마련하였습니다. 왕샹밍은 1956년 중국 상해 출신으로서, 현재는 상해사범대학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화가입니다. 그는 중국회화의 전통적인 관습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이례적인 표현방식을 모색하여 중국 현대회화사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1980년대 '평화를 염원하며 (Longing for Peace)' 라는 작품을 통해 명성을 얻은 이래로 현재까지 중국 내 상해 등지를 비롯하여, 일본, 미국, 캐나다, 독일, 홍콩 등 전 세계로 활동영역을 넓히며 왕성하게 창작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유명한 '홍등'시리즈를 비롯하여 '새'로 대표되는 작품세계는 소박한 대상을 관조하여 창조한 특유의 단순화된 형태와 구성, 화사한 색채로 폭넓은 애호가 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 미국의 미술관 곳곳에 소장되어 높은 작품성을 검증받았습니다. 이번에 선화랑에서 기획한 왕샹밍 개인전은 국내에서는 최초의 본격적인 소개라는데 큰 의의가 있으며, 그의 대표적인 '중국의 홍등(紅燈)'시리즈 (Chinese Custom Series)와 '새(鳥)'시리즈 (Birds Series) 등 1998년부터 2005년 최근까지의 작품 30여 점이 전시됩니다. 그의 작품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소재인 새는 중국 화조화(花鳥畵)의 전통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으나, 그는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새롭게 그 만의 '새'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생기 넘치게 살아있는 실재하는 새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방법 대신 그는 우화적 문맥을 실어, 현대사회에서 대량 인쇄되고 있는 생물도감이나 백과사전의 원색도판, 아동화, 삽화로 실려 있음직한 '새' 이미지들을 그려냈습니다. 북경 중앙미술학원 교수이자 중국 회화분야의 저명한 평론가인 이잉(易英, Yi Ying)은 이러한 왕샹밍의 회화가 전통회화의 조형언어를 철저히 배제하고 기계 인쇄매체에 의해 생산된 도안 이미지에 근거한 표현을 채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적인 개념을 반영한다고 평하였습니다. 왕샹밍은 자연을 상징하는 새를 서술하면서, 회화의 방식으로 도안을 복제하고 그 복제는 기계인쇄로 복제된 도안을 의미하며 결국 수공적인 도화가 사라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자체를 초월하고 자연과 멀어지는 사회를 상징하게 됩니다. 여기에 그는 '새'를 등장시켜 현대문명으로 인해 불안해진 생태계 속 존재의 위기 나아가 동시대 존재의 위기와 불안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새' 이미지는 그의 '새'시리즈 뿐 아니라 '홍등', '한가로움'시리즈 등에도 지속적으로 삽입되어 등장하고 있어 그의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하나의 맥락이 되고 있습니다. 그의 유명한 '홍등'시리즈에서는 중국적 소재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 있어 중국 특유의 미의식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전통복식의 인물들이 홍등을 들고서 새들과 나무 등 자연적인 소재들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춘절의 세속풍경을 연상케 하며 정취와 감흥을 고조시킵니다. 동시에 왕샹밍의 개성적인 화면구성과 색채감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는데, 고유의 사실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다분히 기하학적으로 단순화시킨 대상들을 평면적으로 배치하여 거리감을 없애고, 대신 시적인 리듬감이 흐르는 독특한 화면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강렬한 원색 대비와 섬세한 색조 변화를 적절히 사용하여 화사하고 조화로운 색채의 향연을 선사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적인 '홍등' '새'시리즈가 주로 전시되며, 또 다른 그의 회화적 언어와 표현양식이 돋보이는 '한가로움'시리즈 등도 함께 선보이게 됩니다. 개성적인 표현력, 진지한 작가정신으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쳐온 그만의 작품세계를 감상해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왕샹밍 특유의 단순화된 형태와 청량한 색채가 조화를 이루고 평면성이 두드러진 화면구성에 내재되어 있는 율동감에서 그의 독보적인 화풍의 진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중국 특유의 미의식과 예술성으로 동시대인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간애'에 대한 메시지를 그만의 회화적 형식으로 승화시키는 왕샹밍의 이번 개인전은 중국미술의 또 하나의 단면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그의 '홍등'시리즈 속에 묘사된 자연처럼 초목이 무성해져가는 이 여름에 색다른 정서의 참신함을 만끽하며, 한국미술과의 비교 감상을 통하여 우리의 정체성을 되새기고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한·중 문화교류의 발전을 위한 관계를 모색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 선화랑

왕샹밍_중국의 홍등_캔버스에 유채_60×70cm_2005

비단결 같은 화폭에 수놓은 휴머니즘 ● 왕샹밍(王向明)의 그림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적은 없지만, 그의 화명은 국제 미술계에서도 상당히 알려진 중국작가이다. 화사함과 부드러움, 조용한 우수와 감미로운 선율, 그래픽과도 같은 산뜻하고도 간결 담백한 개성적 화풍으로 독보적인 회화 세계를 일구고 있다는 점에서 널리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들이 이제야 한국에 소개된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의미와 의의를 가진다. 개성적인 면과 또 중국인 특유의 미의식, 그리고 현대를 공유하고 있는 동시대인으로서 작가의 다양한 면모들이 우리에게 참신하고 청량한 미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동시대 세계의 모습들을 자신의 예술적 형식으로 승화하여 전달하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공감과 보편적 인간애를 느끼게 할 것이다. 그의 그림들은 접하면 접할수록 우리의 정감을 흡입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왕성한 창작 에너지와 번득이는 예술적 영감이 화폭에서는 잘 절제되고 조율된 형식으로 일구어져 독자들에게 그 에너지와 영감을 은밀하게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새', '홍등'(紅燈), '한가로움' 등의 시리즈로 대표되는 작가의 그림들은 공통적으로 소박한 대상과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 아동화나 삽화 같은 소박하고 우화적인 그림의 내용들이 모든 세대에 걸쳐 친근감을 주고 있다. 거대한 서사(敍事)에 익숙해 있던, 그러면서도 그런 서사들의 중압감에 주눅 들어 있던 독자들에겐 쉽고도 편안한 화면들이 무엇보다 반갑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작가만의 세련된 감수성과 표현력에 의해 비단결 같이 부드럽고도 화사하며, 단아하고도 상큼한 형상의 세계를 일구게 된 것이다. 물론 작가가 지극히 가볍고 작은 이야기에만 탐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새' 시리즈의 경우 일견 중국 전통 화조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소재 면에서는 전통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새의 단아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우수가 담긴 모습을 통해 종래의 전통화에서는 볼 수 없는 우화적 문맥을 내장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은 곧 새를 등장시켜 동시대 존재의 위기와 불안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문명의 편린으로 보이는 곧은(예리하기까지 한) 직선의 형태들, 이 낯선 정체불명의 사물들로 말미암아 새들은 불안의 그림자들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집이나 기차 등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들이 아무리 파스텔 톤의 온화한 색감을 띠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래도 낯설고 정붙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왕샹밍_새_캔버스에 유채_50×50cm_2005

작가의 '홍등' 시리즈는 중국적 소재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춘절의 세속풍경에서 보듯 홍등이 온 하늘을 덮고 있는 모습들이 그대로 담겨 있어 감흥과 정취가 고조된다. 새 연작들보다는 훨씬 강렬한 원색들이 많고, 또한 평면성이 더욱 두드러져 화면상의 거리감은 거의 없다. 홍등과 나무, 인물 등의 이미지들이 서로 얽혀 고유의 형태는 점점 사라져 가고 그림은 어떤 선율 같은 것들로 환원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화면의 질서는 그것이 단순한 풍경에 대한 서술이 아니라 어떤 감정의 묘사 같은 것들이 읽혀지게 된다. 공리가 주연한 영화 '홍등'에 대한 잔상 때문일까, 사랑의 속삭임들이 들려오는 것으로도 느껴진다. 화면을 가만히 살펴보면 이 연작들에서도 예의 새들이 숨은 그림처럼 삽입되어 있다. 작가가 의도하는 의미가 있겠지만, 그것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도 좋을 듯하다. 확실히 작가는 소박한 대상에서 많은 형상의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탁월한 재능의 소유자이다. 우리 미술이 현대화의 격랑 속에서 소박한 소재들의 소중함을 외면했고, 또 그 결과 어딘지 모르게 경직되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작가의 그림들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교훈들을 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평범하고 소박한 대상들을 통해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여줄 수 있다면, 그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술의 변치 않는 본질일 것이다. 그야말로 작가의 그림은 풍부한 상상력과 예민한 감수성, 자신만의 양식으로 담아내는 표현력, 무엇보다 진지한 작가정신 등......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결정체이다. 이러한 진지한 작가정신 앞에서는 구상이니 추상이니 하는 구분이라는 것도 부질없는 개념의 낭비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 이재언

왕샹밍_중국의 홍등_캔버스에 유채_39×49cm_2005

왕샹밍이 창조한 새들의 세계 ● 왕샹밍(王向明, Wang Xiangming)의 작품은 회화적 언어나 내용 면에서 스스로의 특유한 표현법을 드러내고 있는 매우 독특한 것이다. 그는 상하이를 근거로 활동하는 작가들 중에서 대단히 특이하게도 새로운 양식을 추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화가들은 새로운 개념과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지만 주제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신들만의 표현법을 모색함이 없이 전통적인 관습과 형식에 매달린다. 왕샹밍은 1980년대 '평화를 염원하며'('Longing for Peace')라는 작품을 통해 명성을 얻었다. 당시 중국의 화단에는 전통적인(academic) 회화양식이 널리 유행하고 있었다. 모더니즘회화의 초창기인 1980년대 왕샹밍은 자신의 회화에 꼴라쥬(collage)와 앗상블라쥬(assemblage)를 채용하였으며 기존의 오브제(ready-mades)를 이용하여 작품의 주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였다. 당시의 중국회화에서 이러한 표현방식은 이례적인 것으로 왕샹밍은 이를 통하여 중국 현대회화사의 일부를 차지하게 된다.

왕샹밍_중국의 홍등_캔버스에 유채_48×38cm_2005

중국 현대회화에서 새(birds) 그림은 흔하게 다루어지는 소재이다. 예를 들면, 중국의 화가들은 전통문화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중국의 전통회화, 특히 화조화(花鳥畵)의 양식을 모방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새를 표현하였다. 새 그림은 유화나 판화, 그리고 생태나 환경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이들 작품들이 사용하고 있는 회화적 언어는 다소 전통적이며 표현적인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왕샹밍은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을 단순히 회화적인 관점, 혹은 심지어 현대회화의 범주 내에서 관찰하거나 해석할 때 오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왕샹밍의 회화는 특이한 개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대단히 사실적으로 표현되고 있지만, 그의 예술의 배후에 추상적인 요소가 감추어져 있는지, 혹은 일종의 구조적 관계를 암시하기 위해 구체적인 이미지를 배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게 된다. 일부는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는 중국 전통회화의 이미지나 상징을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어떠한 종류의 전통적, 혹은 현대적 회화기법을 채용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그의 회화에서 이용하고 있는 이미지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는 생물도감이나 백과사전과 같은 인쇄물에 실린 원색도판이나 그림들을 다수 이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화가들은 이런 그림들을 기껏해야 자연풍경이나 동식물을 묘사하는데 참고자료로 활용할 뿐,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그림에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확히 이러한 점 때문에 왕샹밍의 작품이 의미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단순히 회화적인 관점에서 그의 작품을 바라보면 그의 그림이 회화적인 특성을 결여한 일종의 비회화적 작품이라 판단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의 그림이 묘사하고 있는 새나 초목에는 화필의 흔적이나 색조(tone)의 현격한 차이, 명암, 공간감, 양감 등이 드러나 있지 않다. 실제로 유화적인 회화기법의 전통적인 요소들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아 그의 그림은 마치 생물학 교습을 위한 괘도(掛圖)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왕샹밍_중국의 홍등_캔버스에 유채_120×110cm_2005

전통회화의 조형언어나 형식언어를 철저히 배제하고 이미지에 근거한 표현방법을 채용하고 있는 관계로 왕샹밍의 회화는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개념을 반영하고 있다. 현대의 시각문화에서 이미지는 중요한 요소로 취급되고 있다. 정보, 미디어, 원거리 통신, 대중문화 등의 지배가 두드러진 후기산업 사회에서 우리의 삶과 가시공간(可視空間)은 범람하는 사진, 영화, 텔레비전, 광고, 디지털 이미지 등의 영향 하에 놓여 있다. 첨단 기술이나 기법의 도움으로 창조된 이미지는 전통적인 방식인 손으로 그려진 이미지를 완전히 대체하고 있다. 대량으로 생산되어 도처에 존재하는 대중문화의 이미지들은 우리의 시각공간을 장악하고 있으며 우리의 사고나 행동양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게 과잉 생산된 이미지들은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에 인간의 본질을 소외시키는 작용을 하며 우리의 시각경험(visual experience)을 구성하고 있다. 왕샹밍의 예술 또한 이러한 시각경험을 반영하고 있다. 전통적인 회화의 개념이나 언어, 형태, 구성의 논리를 통해 왕샹밍의 작품을 설명할 수 없다. 중국 현대회화의 주류는 여전히 전통적인 회화언어에 의존하고 있으며 소수의 작가들만이 대규모의 평면작업, 극도로 단순화된 이미지, 혹은 상표나 로고, 잘 알려진 기호 같은 이미지를 수용하여 작업하고 있다. 그러나 왕샹밍처럼 표현의 한 양식으로 인쇄된 이미지들을 직접적으로 작품에 이용하는 작가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왕샹밍의 예술은 전통적인 의미나 양식의 관점에서의 회화가 아니며 나름대로 현대문화의 한 양상을 반영하고 있다. 그의 회화의 진정한 목적은 이미지의 차용에 있지 않으며 각각의 이미지들이 담고 있는 함축적 의미는 복합적이다. 이들 이미지들은 마치 기성품(ready-mades)과 같으며 기능적으로 의미가 있는 직관할 수 있는 표상을 담고 있다. 그의 회화는 이미지에 근거한 표현방법을 채용하여 이들의 의미를 드러낸다. 그의 작품에서 새는 주요한 소재이며 이미지에 근거한 표현을 통하여 새라는 이미지가 담고 있는 심오한 함축적 의미를 드러낸다. 그의 그림에서 이미지는 대중문화의 특질을 반영하며 풍자적인 요소(irony)를 감추고 있다. 왕샹밍은 자신의 작품에서 회화적인 특징이나 전통, 인간의 본성, 그리고 자연과의 유사성과 같은 요소들을 제거하였다. 그가 차용하고 있는 기계를 이용해 대량 생산된 이미지들은 자연을 희생시키고 있는 현대문화, 기술, 문명, 그리고 진보의 상징이다. 어느 면에서 이 이미지들은 인간과 자연이 점차 멀어지고 있는 현대문명의 조건 하에서 인간 본성의 변화를 표현하고 있다.

왕샹밍_한가로움_캔버스에 유채_58×48.5cm_2005

왕샹밍은 주관적인 관점에서 새라는 형태와 주제를 선호하나 그의 회화에서 새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가 좋아하는 새는 실재하거나 생기 넘치는 살아 있는 새가 아니며 날카로운 인식력으로 자연에서 포착한 이미지가 아니다. 그의 새는 책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지만 그가 실재 경험한 새의 모습을 배제하고 있지 않으며 직관적인 관찰이나 묘사를 통해 볼 수 있는 새는 아니다. 대신 그가 과학 괘도나 백과사전에서 보아 온 새들은 그의 개인적인 경험과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기호나 상징으로서 새는 존재의 불안을 나타낸다. 새는 인류의 친구이며 인간이 몸담고 있는 생태계에서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우리의 시야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새는 자연을 상징하며 새의 멸종은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유리(遊離)되고 있으며 나아가 자연이 인간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릴 것임을 암시한다. 왕샹밍은 매우 지적인 화가이다. 그는 새의 의미를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설명하지 않으며 이미지에 근거한 의례적인 표현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도 않다. 그의 새는 이미지들(像, images)의 형태로 존재한다. 그 이미지들의 재현을 위해 회화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 재현된 것은 기계에 의해 복제된 것을 나타낸다. 점차 콘크리트 더미에 묻혀가는 우리의 환경처럼 손으로 그리는 회화는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그 이미지들은 스스로를 초월하여 존재하며 자연과 단절된 환경이나 자연으로부터 유리된 사회를 상징한다. 우리는 모든 것들이 기계에 의해 생산되는 세계, 새들과 점차 멀어지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왕샹밍이 묘사하고 있는 새들의 모습은 고요하고 평화로우나 어둡고 슬프다. 전자는 그의 작품이 갖는 아름다움에서 느껴지는 정서이며 후자는 이러한 아름다움과 차갑게 멀어짐으로써 촉발된 자각과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 이잉

Vol.20050628b | 왕샹밍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