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ABOUT M

아트그룹제로 3인展   2005_0618 ▶ 2005_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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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618_토요일_03:30pm

참여작가_김용정_김지연_안일순

작가와의 만남_2005_0618_토요일_03:30pm 음악이 있는 야외 바비큐 파티_2005_0618_토요일_04:30pm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경기 안성시 미양면 계륵리 232-8번지 Tel. 031_673_0904 www.sonahmoo.com

일상이 만든 예술가 ● 예술가는 어떤 사람일까? 그들은 왜 예술가가 되었을까? 예술가의 조건은 또 무엇일까? 한때 의학도였던 볼프강 라이프는 의학의 한계를 예술로 극복하기 위해 예술가의 길을 택했고 유도 코치로 이름을 날렸던 이브 클랭은 정신의 자유를 위해 예술가의 길을 선택했다. 미식축구 선수이자 예일대 의대생이었던 매튜 바니는 치밀하고 복잡미묘한 영상물인 『크래마스터』 시리즈를 통해 남근주의적 사회를 비판하고자 했고, 캠브리지 대학에서 역사와 미술사를 전공했던 마크 퀸은 자신의 혈액을 수혈하여 만든 『셀프』라는 자소상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20세기 현대미술사를 논함에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그들은 하나같이 예술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나름대로의 이유와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20세기 미술의 대가 요셉 보이스가 남겼던 '우리 모두는 다 예술가'라는 말은 곧 미술계의 예언이 되었고 지금 지구상 곳곳에는 비정규 코스로 혹은 독학으로 성공한 예술가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윤석남, 김아타와 같은 국제급 작가들이 이들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내가 만난 안일순, 김용정, 김지연 역시 한 번도 정규 미술수업을 받지 않은 비주류 대안 작가들이다. 그 동안 소설가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혹은 사진작가로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해왔던 이들은 지난 겨울 한 스튜디오에 모여 아카데미즘에 반대하는 대안 미술인 모임인 아트그룹제로 결성식을 가졌다. 그동안 주류, 비주류 혹은 프로, 아마추어 작가로 구분되어 왔던 미술계의 높은 벽과 경계를 제로 상태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이들 그룹활동의 결실이자 첫 출발점이 될 이번 전시는 'Story about M'이란 제목을 달고 있다. 알파벳 M은 거꾸로 하면 여성을 뜻하는 우먼의 첫 글자 W가 된다. 한 가정의 며느리, 엄마, 아내, 여성 전문인으로써 1인 4역의 삶을 살아왔던 그들이 지금까지의 일상을 뒤집고 온전한 예술가로써의 변신 혹은 반란을 꾀하는 첫 시도가 될 이번 전시는 미대를 졸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상 비주류 작가로 분류될 수 밖에 없었던 마이너리티 작가들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전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다양한 그들의 이력만큼이나 저마다 개성 있고 독특하지만 자신의 일상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안일순_M&M 02_투명필름에 혼합재료_28×20cm_2005
안일순_M&M 05_투명필름에 혼합재료_28×20cm_2005
안일순_STORY ABOUT M_대안미술공간 소나무_2005

『뺏벌』『과천미인』 등의 소설가로 알려진 안일순은 에너지가 넘치는 행동하는 예술가다. 전직 국어교사이기도 한 그녀는 그동안 시나리오 작가, 퍼포먼스 예술가, 행동주의자, 페미니스트, 연출가, 화가 등 다양한 수식어를 달고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해왔다. 일상 속에서 예술의 소재를 찾기보다 직접 발로 뛰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는 현장을 자신의 일상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안일순은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중시해 왔던 작가이다. 그녀는 이번 전시를 위해 필리핀의 전 미군기지인 캡콤과 마답답 마을을 직접 방문하고 그곳에서 만난 미군기지의 피해 여성과 기형으로 태어난 어린아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녀는 여러 장의 투명한 플라스틱 필름 위에 사진을 복제한 후 그 위에 글을 쓰고 해체하고 또 쓰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여 투명한 문자 회화를 만들어 냈다. 분해되고 해체되어 모호한 이미지로만 남아 있는 그녀의 작업은 더 이상 이미지도 문자도 아닌 동시에 둘 다를 수반한다. 그런 작업을 그녀는 언화도 혹은 언화설계도라 명명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글쓰기에 매달려 왔던 그녀는 문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미지를 차용하기 시작했고 이미지를 통해 문자를 파괴하고 해체시켜 언어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을 드러내고 언어와 이미지의 경계를 허무는 일에서부터 다시 출발하고 싶다고 말한다. 문자와 이미지 사이에서 애매모호하게 경계하고 있는 그녀의 언화도는 그런 점에서 다분히 성공적이며 완성을 위한 예술이 아닌 언제나 현재진행형인 프로세스적 작업인 것이다.

김용정_My Map 463_캔버스에 혼합재료_approximately 200×380cm_2005
김용정_My Map 463-13_캔버스에 혼합재료_37×37cm_2005
김용정_My Map 463-04,05,06__캔버스에 혼합재료_37×37cm×3_2005

김용정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천상 여자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다양한 패턴의 천과 비즈, 단추, 레이스, 냅킨 등 지극히 여성적인 일상용품들을 가위로 자르고 오리고 붙여 만들어낸 그녀의 지도 그림은 일단 그 섬세함과 화려한 색상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프리랜서 편집 디자인을 하는 그녀는 자신의 일상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신의 집에서 작업의 모티브를 찾았다. 자신과 가족의 보금자리인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부터 자신의 이동 경로를 따라 분당 지역의 지도를 작은 캔버스에 옮겨 그린 그녀의 지도를 보고 있으면 수공예품 신 네비게이션으로 분당 지역을 들여다 보는 듯하다. 이제 10년이 조금 넘은 신도시 분당은 그동안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시였다. 하루도 빠짐없이 부동산 관련 기사가 탑 뉴스가 되는 한국 사회에서 분당은 항상 삶의 터전이 아닌 투기의 대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땅을 둘러싼 끊임없는 분쟁과 소송과 비리와 투기의 도시 분당은 과거 개발독재시대의 후유증을 그대로 안고 있는 도시다. 90년대 초부터 분당에서 살아왔던 김용정은 이 도시를 둘러싼 모든 사건들을 지켜봤던 증인이자 수혜자였고 또한 피해자이기도 했다. 그녀는 작업노트에서 '나의 작업 속에는 전쟁이 있고, 인간의 욕심이 있고, 사람이 있고, 타협이 있고, 억울함이 있고, 평화가 있고, 삶의 터전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산, 호수, 공원, 아파트, 자동차 길, 슈퍼마켓, 병원, 반찬가게, 음식점 등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버려진 일상의 오브제로 섬세하고 꼼꼼하게 재현한 그녀의 지도는 그저 단순한 지정학적 지도가 아니라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이웃의 삶과 역사와 애환이 담긴 생동하는 삶의 지도인 것이다.

김지연_Invisible Object 01_디지털 프린트_40×60cm_2005
김지연_Invisible Object 05_디지털 프린트_40×60cm_2005
김지연_Visible Object 03-04_라이트 박스에 디지털 프린트_40×55cm_2005

김지연은 자신의 일상에서 작업의 모티브를 얻기 보다 남편이 일상을 보내는 장소를 자신의 일상으로 끌어들인다. 남편의 직장인 병원을 자신의 작업실로 애용(?)하는 김지연은 누구에게나 기피대상이자 공포의 대상인 치과를 남편 따라 매일 출퇴근 하면서 사진 작업을 해왔다. 고통과 고문의 현장을 기록하고 싶어서 병원이라는 장소를 택했지만 그곳에서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색을 발견했다고 말하는 그녀의 사진들 속에서 병원의 이미지나 고통의 이미지를 발견하긴 힘들다. 이름 모를 낯선 치과 기구들이나 남편이 의학용도로 찍어 놓은 엑스레이 사진들을 핀트를 흐리게 재 촬영한 그녀의 사진들은 모호한 매력을 발산하는 한 폭의 회화를 연상시킨다. 의료용 매스로 인해 피 범벅이 된 한 환자의 잇몸은 강렬한 붉은색의 추상회화가 되고 낯선 의료기구들은 어느새 기하학적인 패턴의 추상회화로 변신한다. 의도적으로 핀트를 흐리게 촬영한 그녀의 사진들은 회화 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 현실의 포착과 재현이라는 사진 본래의 속성과 기능을 철저히 왜곡시켜버린다. 카메라를 통해 실재하는 오브제를 보이지 않게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오브제를 눈에 보이게 만들 줄 아는 그녀는 사진을 잘 찍는 사진작가라기보다 카메라로 주술을 부릴 줄 아는 마술사에 가깝다.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면서도 절대 컴퓨터를 이용한 보정이나 수정작업을 하지 않는 그녀의 사진 속에서 구체적인 형상을 띤 병원 기구들은 추상적인 형태로 변형되고 치아를 찍은 엑스레이 사진 속에선 엉뚱하게도 날고 있는 새의 형상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마치 매직처럼. ● 아이들의 엄마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임무를 다했던 그들은 이미 불혹을 넘기고서야 비로소 자신이 가장 원했던 예술가의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에게 예술은 치열한 번뇌의 대상도 현실을 등진 고독한 수행의 대상도 아니다. 그저 일상의 대상이자 그들이 살고 있는 일상 그 자체인 것이다. 늦은 나이에 신진작가의 대열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민 그들에게서 한국 현대미술의 대안을 기대해본다. ■ 이은화

Vol.20050629a | STORY ABOUT M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