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모든 것 안에 있다

음현정 회화展   2005_0622 ▶ 2005_0705

음현정_肉地ⅵ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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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622_수요일_05:00pm

창 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 창조빌딩 지하1층 Tel. 02_732_5556 www.changgallery.net

있는 것은 있는 것 그대로인가. 보이는 것은 보이는 것 그대로인가 ● 이런 의문과 함께 '있는 것'과 '보이는 것' 그대로의 존재성에 딴지를 걸기 위해 시작된 나의 작업들은 어느새 썩 낯설면서 때로는 오히려 낯선 가운데 익숙해져 보이는 풍경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적어도 한동안 작품에 녹아 들어간 나의 눈에는 살의 이미지와 그 위에 돋아나는 식물의 존재가 낯선 듯 익숙한 듯 비춰지고 있다. 풀이나 이끼 같은 식물은 알게 모르게 우리와 무척 가까운 존재들 이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꽃송이에만 머물던 눈길이 언제부턴가 흔해빠진 풀이나 잡초, 이끼에게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그들은 번식력도 강하고, 너무 흔해서 외면당하기 일쑤이나 가만 들여다보면 그 생생하고도 유연한 생명력과 몸짓을 자랑스레 갖추고 있다. 어지러이 자라난 한 포기의 풀과, 갖은 색들의 회합처럼 보이는 이끼, 그들의 익명성은 오히려 뭇 생명력의 대변자로서 손색이 없다고 여겨질 정도이다.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음현정_肉地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100cm_2002

나의 작업은 주변에서 보여지는 대상을 부정하고 바꾸어 봄으로 인해 각각의 존재성을 새롭게 느껴보고자 하는 희망이라고 정의내려 봄직하다. 현실의 무엇이 그리도 맘에 들지 않아서 자꾸만 의심하고 부정하게끔 하는지 모르지만, 어떠한 대상을 새롭게 바꾸어 버림으로써 존재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살살 흔들어보며,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증식되어온 각 대상들에의 관념의 군살들을 벗겨낸 순수한 액면 그대로의 존재성을 인식하고 싶다. 만일 그럴만한 능력은 없다 하더라도 조금이나마 존재에 얹혀진 관념의 무게를 털어내고 싶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과도한 무게와 중요성의 관념으로 나를 엄습하지 못하도록 그냥 조금은 선선하고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기를 바라며 괜스레 소득없이 동분서주하며 호들갑을 떨었던 감각을 차분히 가라앉혀 두고자 한다. 그래서 그런 자못 무겁고 심각해 보이는 것들에게 가벼운 농(弄)을 던져보는지 모르겠다.

음현정_肉地ⅵ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02

『독립해서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우주만물(宇宙萬物)은 실제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 하나의 유기적(有機的) 무늬(organic pattern)의 일부이며, 그 모형의 어느 부분도 전체에서, 또는 상호간에 분리될 수없다.』● 『일부 생물학자들은 한 개의 '식물세포(植物細胞)'는 그 안에 모든 식물을 재생시킬 수 있는 능력을 담고 있다고 믿는다.』_춤추는 물리

음현정_呪文_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3~4

작업의 처음에는 '실루엣'과 '구름이미지'로 말을 걸다가 요즘과 같이 '식물이미지'가 나타나게 되었다. 식물(植物)은 그 이미지를 그릴 때조차 그들의 순함과 평화로움을 유지하는 듯 여겨진다. 풀 한가닥을 정성스레 그리다보면 나의 마음도 조금은 풀의 마음을 닮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 더러는 작업의 진행방향이 나의 생각을 이끌어 주는 때가 있기도 하다. 작업의 시작은 '모호한 역설'과 '은유적 풍경'을 유도해내어 보여지는 각각의 존재성을 의심해 보기 위함이었지만, 그렇게 낯설어진 풍경에는 마치 처음부터 함께 자리했던 것처럼 '육(肉)'과 '식물(植物)'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으며, 언젠가 미끄러지듯 귓속에 들어온 구절인 "모든 것은 모든 것 안에 있다" 라는 정리되고 완결되는 의미를 작품 스스로 갖추려 하는 듯 하다. ● 작품이 나의 생각을 도와주었다고 해도 맞을 듯싶다. 어찌 보면 의심의 눈초리와 딴지걸기의 마음에서 좀 더 누그러진 자연스러움의 발견과 순환의 긍정으로의 전환이라고 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존재의 유기적이며 순환적인 생각을 내재화하게 된 느낌이다. ● 리얼리티(Reality, 實在)란 말은 'thing(res: 사물)'과 'think(revi: 생각하다)'라는 어원에서 나왔으며 따라서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인간의 인식과 밀접한 관계 위에서 실재의 존재성이 결정된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실재의 존재성을 의심하며 만들어 낸 낯선 결합과 풍경들은 그 자체로서 또 다른 존재성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음현정

Vol.20050629d | 음현정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