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 α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기획展   2005_0628 ▶︎ 2005_0702

초대일시_2005_0628_화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도명_김민애_김연희_이종건_최수앙_박정화 박진경_유은희_유영운_이환권_전가영_정고은 정동선_정재욱_지용호_흑표범_케이코

책임기획 김남인_김신애_서정민_원영주_원필지 이가림_이경미_제정신_채현숙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마포구 상수동 72-1 문헌관 4층 Tel. 02_320_1322

오늘날의 조각이란 무엇이며 왜 감각을 이야기 하는가? ● Ⅰ.'오늘날에 있어서 조각이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이번 전시는 여전히 적지 않은 난감함을 주고 있다. 왜냐하면 차라리 '과연 오늘날 조각은 존재하는가?' 라는 물음이 더 확실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늘날 예술에서 '조각'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사라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모더니즘의 대표적인 비평가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는 회화가 지니고자 하는 효과로써 일루젼적인 3차원의 조각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회화의 평면성을 지향했다. 그는 예술에 있어서 매체의 특성에 따라 각 영역을 명백히 나누는 것이 회화의 존재(그리고 조각의 존재 역시도)를 확고히 하는 방법임을 제시한 것이나,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면 그의 노력이 실패로 끝났음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로 수직으로 세워진 침대 위에 붓질을 마구 하였던 야스퍼 존스(Jasper Johns) 의 작품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그것은 예술의 영역간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질 것임을 예시하는 것 같다. ●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조각의 종말을 이야기 해야만 할까?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포스트모더니즘에서 그린버그식의 회화는 죽었으나 새로운 의미의 회화가 살아남은 것처럼, 그리고 오히려 그 영역이 더욱 넓어져 예술의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회화가 존재하는 것처럼, 현대조각 역시도 이제는 더욱 큰 범주 내에서 분명히 존재하며 오늘의 예술에서 생생하게 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러한 오늘날의 조각의 또 다른 이름을 우리는 '탈장르·탈개념 미술, 설치미술' 등 확장된 공간예술이라 불러도 좋으리라.

김도명_new book_책, 흙, 씨앗
김민애_Hi !_골판지, 종이상자_2005
김연희_하늘을 가진 손_닥종이_2004
박정화_What is it?_혼합재료_60×100×70cm_2004 박정화_The chair_혼합재료_45×45×100cm_2005
박진경_臭(취)_흑백인화, 신발_2004
유영운_미디어맨_종이 잡지_2005

Ⅱ. 오브제 아트·대지미술·키네틱 아트·비디오 아트·행위미술 등 현 예술계를 풍미하고 있는 공간예술은 조각이 본유적으로 지닌 문제들을 고민하면서 이를 다른 방식으로 적용하여 새로운 조각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이들은 모두 조각이 기본적으로 지닌 공간감과 연관되는데, 전통 조각 은 단단하고 고정된 볼륨덩어리(입체물)로써 3차원의 공간 안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였다면 현대조각은 입체적인 형체가 유동적이거나 움직이며 혹은 물질성이 결여된 무형(無形)의 비시각적인 개념으로 공간 안에서 존재한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점은 현대조각이 공간과의 관계성에 있어 비독립적인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다. 즉, 고전적인 조각과 구별하여 본 현대조각의 개념은 바로 시간성의 표현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움직일 수 있고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순간의 포착일 경우에조차 주변과 관계를 갖는다. 이러한 현대조각에서의 '시간' 개념은 미니멀리즘(Minimalism) 이후의 모든 예술에서 부각되는 특성으로서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E. Krauss)가 『현대조각의 흐름(Passages in Modern Sculpture)』에서 잘 밝히고 있다. 즉, 그는 현대조각을 '구체적인 체험들로 이루어진 시간의 흐름을 향해 열려진 예술'로 재정의하면서, '개념적 시간(conceptual time)'을 가진 전통조각은 단숨에 모든 것을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반면 현대조각은 이를 거부한다고 설명한다. 그들은 작품의 의미를 관람자와 작품이 만나는 이른바 '공적인 공간(public space)'에 머무르게 함으로써 경험의 지속이라는 시간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측면은 결국 작품 감상에 있어서 작품 자체보다는 작품과 관람자 관계, 작품과 공간과의 관계에 집중하게 됨을 뜻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성은 '탈장르·탈개념적 작품 혹은 설치작품'들에서 잘 보여지는 요소이기도 하기에, 이번 전시의 설치작품들이 현대조각으로 불리 울 수 있는 이유는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이종건_maze_철사_60×60×60cm_2005
이환권_노숙자
전가영_Color Concert_2004
정고은_redcarpet_발지압기, 혼합재료_200×1000×100cm_2004

Ⅲ. 다시 본래 조각이 지닌 특성으로 돌아와보면, 조각은 그 부피감으로 인해 시각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감각적인 요소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입체적 덩어리가 주는 부피감이 시각적인 것을 넘어서서 (다른 종류의 예술에 비해) 우리의 몸으로 느끼는 부분에 더욱 호소한다고 했을 때, 조각은 상대적으로 좀 더 우리의 다양한 감각으로 감상하는 예술의 영역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작품에서 이러한 감상방식 즉, 시각과 더불어 다른 감각을 사용한 감상은 꼭 조각에서뿐 만 아니라 현대예술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특징으로서 설명될 수 있다. 후기 구조주의 시대의 우리는 이성의 권위에서 벗어나 우리의 몸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감각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 구조주의의 시조 격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인간의 진화와 연결시키면서 시각의 중요성을 이성과 관련하여 설파 했으며 이는 모더니즘 시대에 시각중심주의(ocularcenrtism)와 맞닿아있다. 이러한 모더니즘적 시각중심주의에 대해 비판한 대표적 인물로 푸코(Jean Bernard L on Foucault)가 있는데,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적 관점에서 "파놉티콘적인 시선(Panoptical gaze)" 개념을 사용하여 시각이란 결코 순수하지 않으며 권력을 휘두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비판한다. 푸코를 비롯한 많은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들에 의한 공격으로 서구전통철학에서 비롯된 시각을 중시하는 절대적인 주체로서의 합리적 이성은 점차 약화되었고, 오늘날은 이성적 시각을 넘어서서 다시 육체의 감각으로 다시 되돌아 오는 추세를 따르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예술의 이러한 경향과 더불어 오늘날의 조각을 육체가 지닌 오감을 더욱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예술의 영역으로서 바라보는 것은 무척이나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동선_작업실_나무합판_2005
정재욱_fragile object_석고, 비닐, 풍선_2004
지용호_거미_타이어_2004

Ⅳ. 위에서 살펴본 새로운 공간개념과 감각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현대조각의 한 경향을 살펴볼 의도로 기획된 이번 전시의 제목은 「오감+α」이다. '오감'은 시각 이외의 촉각, 청각, 후각 및 미각까지도 사용하여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의미하며, 'α'는 우리의 이러한 시도가 단지 감각 자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뭔가를 담아내는 작품을 전시한다는 뜻이다. 즉 작품감상에 있어 그 의미를 한정 짓기보다는 열어둠으로써 관람자가 능동적으로 남겨진 몫을 채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본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총 17명으로 그들의 작품은 주로 여러 '감각'에 호소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공간과의 새로운 조우를 꿈꾸는 오브제 혹은 설치미술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사물에 생명을 담아내어 공간과 호흡하고자 시도하는 김도명, 버려진 상품 케이스에 삶의 흔적을 담아 그 속에서 진실을 다양하게 해석하는 김민애, 무의식 속 순수하고 투명했던 어린 시절과의 접촉을 위해 자연의 소재와 정서를 이용하는 김연희, 사물의 재질과 색채, 형태를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관람자에게 신선한 상상력을 제공하고 있는 박정화,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체취'라는 개념을 통하여 형상화하는 박진경, 인간의 감성과 이성 사이의 끊임없이 모색과정에서 인간내면의 참된 이미지를 찾고자 하는 유영운, 유사한 재료를 사용하여 우주의 전체와 부분에 대해 고민하는 유은희,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공존하는 기준의 애매모호한 경계를 표현하는 이종건, 좌우 혹은 상하로 늘어난 변형된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재현하여 일상을 재조명하는 이환권, 눈과 귀, 색과 음, 음악과 미술, 그리고 관람자와의 만남을 통한 다채널의 소통으로 리듬과 멜로디가 흐르는 공간예술을 보여주는 전가영, 오브제에 관한 재조명으로 예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정고은, 잃어버린 공간을 완성하고자 하는 정동선, 부서지는 조각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을 바라보는 정재욱, 폐타이어라는 촉각적인 재료로 변종을 형상화하여 강한 임펙트를 창출하는 지용호, 섬세한 손맛으로 미시적 세계를 탐구하는 최수앙,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관객과 함께 작품을 완성하고자 하는 Blackjaguar 흑표범, 마지막으로 Keiko는 자신을 형상화한 인형을 통해서 행복한 자아의 모습을 만들어 나간다.

최수앙_서쪽숲_설치_2005
흑표범_WANT YOU_영상설치_2004
케이코

Ⅴ. 오늘날, 작품을 보는 것에서 읽는 것으로, 다시 감각을 살리는 체험으로써 감상의 방식이 변하고 있다. 전시기획팀 일동은 위의 17명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이번 전시「오감+ α」가 조금이나마 오늘날 조각의 방향성을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경미

Vol.20050701d | 오감+ α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