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기록

서울시립미술관 기획展 ①   2005_0601 ▶︎ 2005_0828

김주호_기념촬영_나무에 채색_76×54.5×13.5cm_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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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601_수요일_04:00pm

참여작가 강형구_권순철_김주호_강운_이승택_고경호 박영대_심영철_채미현_박병춘_김승연_최호철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서울 관악구 남현동 1059-13번지 Tel. 02_598_6247 www.seoulmoa.org

삶, 자연을 기록하다 ... ● 미술이란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현재까지도 '자연'이란 주제는 항상 미술가들의 관심의 대상이었고, 탐구의 대상이다. 현대미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대부분이 평면의 회화나 조각으로서 자연(사물)을 묘사해 왔지만, 20세기 이후부터는 미술이라는 명분아래 다루어질 수 있는 모든 매체를 통해 그 표정들을 담아내고 있다. ● 「자연의 기록」展은 '자연'이라는 사물이 가지는 내면의 표정과 그 하나하나의 개체들이 담고 있는 특징을 기록, 시각화하는 것으로, 참여 작가 12명이 자신의 시각으로 자연의 표정들을 담아낸다. 참여 작가들은 각각 독립된 전시공간에서 회화, 조각, 판화,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담아내고 있는 작품들이 각 작가의 특징들을 한 눈에 보여준다. 얼굴이나 사물의 표정, 물질적, 비물질적 자연의 속성들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은 인지하지 못했던 자연의 새로운 이미지들을 시각화시키며 서정적 풍경으로서의 자연이 아닌, 사물의 감성과 표정들을 기록하는 형식으로 자연을 묘사한다.

강형구_자화상
권순철_얼굴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1990

강형구, 권순철, 김주호가 담아내는 이미지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다. 이들에게 얼굴은 하나의 자연이다. 얼굴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들이며 자신의 감정이며,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담는 자연의 이치이다. ● 거대한 화면에 극사실적으로 그려진 강형구의 얼굴들은 마주 대하는 관객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시각을 압도한다. 300~500호의 화면에 사진으로 담은 듯한 인물들에는 세월의 흐름과 순간순간 변화하는 인물들의 표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 권순철이 두터운 마티에르의 느낌으로 보여주고 있는 얼굴들은 전혀 아름답지도 이상적이지도 않은 얼굴들이다. 그러나 그 표정 안에 담겨진 한국인의 정서와 인간 삶의 모습을 두터운 마띠에르를 통해 보여주는 작품들은 인물들의 내적 아름다움과 정신을 보여주며, 작가의 내면까지 담아낸다. ● 나무를 깍거나 흙을 빗어 인물들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는 김주호의 인물들은 형태에서부터 균형이나 표정 등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 조각들 속에 보여지는 인간 삶의 표정, 따뜻함, 해학적 분위기는 어느 것 하나 작위적인 것이 없고 삶을 미화시켜 뽐내려 하지도 않는, 우리네 삶의 표정을 솔직하고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강운_순수형태-생동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이승택_바람_생목에 헝겊_가변크기 현장설치_1970
고경호_반

강 운, 이승택, 고경호, 그리고 박영대는 결코 화려하지도 드러나지도 않는, 그다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사소한 자연의 표정들을 클로즈업시켜 보여준다. 자연 순환의 법칙 속에서 나타나는 형상과 현상 속에서 끄집어낸 이미지들 속에서 작가 강운은 순수형태에 대한 감상과 감동을 전하고 있다. 순수형태로 명명되어지는 구름들이 가지고 있는 표정은 다양하다. 그것은 자연의 변화되는 표정들을 읽어내는 작가의 감성이 접목되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 낸다. ● 이승택의 「자연의 기록들」은 작가가 6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보여주고 있는 행위나 설치 등을 기록적 사진들로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전시에서 보여주고 있는 기록사진 50장에는 작가가 그동안 소재로 삼았던 물, 불, 연기, 구름, 대지 등 자연의 사물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작가는 사람들이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물질적, 비물질적 사물들의 표정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 슬라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주는 고경호의 작품은 작은 연못과 벽면에 투사된 그림자이다. 사물의 그림자를 연못에 투사하고, 연못을 거쳐 벽면에 투사되는 「Reflection」은 현대적 매체를 통해 사물이 움직이는 순간순간의 모습을 담아 벽면에 기록하고, 작가는 작품을 통해 명상을 통한 자기 반영을 보여주고 있으며, 자연에 대한 관조의 방법으로 소박한 테크놀로지 기법을 택하고 있다.

박영대_2004년 1월 9일 안성_한지에 수묵_150×210cm_2004
심영철_아담과 이브_홀로그램, 스테인레스 스틸, 자갈_2005
채미현_지구의 몸짓_레이저, 지진계, 캔버스, 보면대_300×800×900cm_1998

박영대가 보여주는 수묵의 풍경은 일상적인 자연의 풍경이라기보다는 자연이 가지고 있는 표정들이다. 공간에 따라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표정을 담은 박영대의 작품은 같은 장소라도 시간에 따라 보여지는 표정들이 다르고, 마주 대하는 사람이 갖게 되는 감정에 따라 변화하는 표정들을 담아낸다. ● 심영철과 채미현은 현대적 매체가 만들어내는 빛과 자연이 교감하는 지점에서 사물의 표정들을 만들어 낸다. 심영철이 그동안 꾸준히 보여온 작업들은 자연의 이미지에 다양한 현대적 매체가 갖는 특성을 이용, 빛과 현대적 재료들이 만들어내는 작품들이다. 작가는 작품에 범우주적 차원의 인간과 자연의 교감, 순환과정, 그리고 우주적 공간을 향한 역동적 에너지까지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모뉴멘탈 가든(Monumental Garden)' 또한 자연과 인간의 역동적인 순환과정을 거치며 우주를 향해 끊임없이 확장되어가는 운동과 성장의 에너지를 담아내고 있다. ● 채미현의 작품 「레이저 반딧불이」는 잊혀져 가는 자연의 사물을 레이저라는 첨단 장비를 이용해 재현해내고 있다. 이것은 매체와 자연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예술로서, 과학이라는 현대적 매체와 자연적 사물의 교감을 통해 인간의 감성에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인간에 의해, 그리고 물리적 환경에 의해 반응하는 자연의 모습은 과학이 만들어내는 현대 사회 속에서 현대 문명과 자연의 교감을 통한 또 다른 자연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박병춘_검은 풍경_한지에 먹_140×140cm_2004
김승연_night landscape9806_동판화_50×70cm_1998
최호철_와우산_종이에 혼합재료_74×105cm_1994

박병춘, 김승연, 최호철은 각자 다른 기법을 통해 특정 시간, 특정 장소의 분위기와 풍경들을 기록하고 있다. 박병춘의 '검은 풍경-담양', '검은 풍경-정선' 등의 수묵 그림들은 산과 나무, 그리고 길과 하늘이 강한 흑백의 대비를 보여준다. 전통 산수에서 흔히 보여주던 풍경들을 좀더 클로즈업시키고 보는 사람의 시각을 수평으로 맞추어 원근법이 강하게 대비된 길을 전면에 배치한다. 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마치 관람객이 서 있는 듯한, 그래서 관람객이 그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검은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한다. ● 김승연의 판화 작업은 일상적으로 흔히 보아왔던 서울 어느 공간의 풍경들을 그 구도나 명암 또한 크게 왜곡되거나 과장됨이 없이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밤이라는 시간이 주는 이미지와 밤풍경이 연출해내고 있는 빛의 효과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이는 밤거리나 전혀 드러나지 않는 주택가 작은 골목들의 존재를 살짝 드러내 놓는다. 모퉁이 어딘가에 위치해 있는 풍경들을 비추는 작은 빛은 낮과 밤의 풍경을 의도적으로 교차시켜 진부한 도시의 풍경에 생명력을 부여하며 새로운 이탈을 시도한다. ● 서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최호철의 만화와 같은 회화 작품들은 특정 지역이나 특정 시간대의 일상적인 풍경을 중심으로 보여준다. 서울의 한 산동네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풍경을 커다란 원근법으로 보여주는 「우리 사는 땅」 등의 작품은 멀리 보이는 커다란 빌딩들과 대조적으로 근경에 펼쳐진 사람들의 얼굴 표정과 골목길 풍경에는 산동네 사람들의 애환과 삶의 모습들을 담아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 서울시립미술관

Vol.20050702c | 자연의 기록展 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