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들. Scenes

서울시립미술관 기획展   2005_0602 ▶︎ 2005_0717

장.면.들. Scenes展_서울시립미술관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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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602_목요일_05:00pm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2층 서울 중구 서소문동 37번지 Tel. 02_2124_8947 www.seoulmoa.org

미술작품을 통한 관습적 인식 넘어서기 ● 「장.면.들. Scenes」전은 시립미술관 큐레이터들의 공동 조사와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이것은 비엔날레처럼 여러 큐레이터들이 함께 개념을 도출하고 전시의 성격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비슷한 형식이기는 하지만 각 큐레이터들의 개성이 확연하게 드러나 서로의 지형들을 각자의 개성처럼 그려간다는 점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또한 공동기획전의 형식을 띈 이 전시는 참여하는 기획자들의 의도와 각 전시의 성격이 뚜렷한 대비를 이루면서 전체 전시의 의미를 더욱 다각적으로 드러내고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흥미롭다할 수 있다. 시립미술관 큐레이터들에 의해 구성된 다섯 가지 장면들은 각기의 이야기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전시를 관통하는 공통의 의도는 미술작품을 통해 해석의 층위에서 관습적 인식을 넘어서자는 데에 있으며 방법적으로 형질이 서로 다른 작품들을 동일한 공간에 함께 구성함으로써 우리의 상식적 이해 너머에 존재하는 새로운 이해에 다가서고자 시도하였다. ● 첫 번째 장면인 「기념비적인 방문」은 '풍경'에 대한 관습적 인식을 걸고 넘어 지는 '딴지'이다. 이 '딴지'는 단순한 깐죽거림을 넘어 풍경에 대한 고정개념을 엎어 치는 것으로 나아간다. 말하자면 풍경을 고정되고 객관화된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삶에 대한 우리의 욕동이 아우성치는 하나의 '사건 현장'으로 제시함으로써 거대사건 속에서 통용되는 기념비라는 단어의 의미와 쓰임조차도 개인들의 발걸음에 적용시킬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셈이다.

김종욱_석불좌상_컬러 인화_120×240cm_2003
김태헌_두 개의 밥_혼합매체_14.5×20.5cm_2004
장.면.들. Scenes_낙골프로젝트_서울시립미술관_2005
방병상_경복궁, 모자_컬러 프린트_180×220cm_2002
장윤성_풍경-카메라 테스트_비디오 설치_2005

하나의 조화로운 어울림을 선사하는 두 번째 장면은 소리조각과 회화가 함께 구성되었다. 이 전시는 일루전을 통해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자연의 이미지를 소환하여 청각과 시각적으로 유사체험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정서를 환기시키는 것을 의도한다. 이로써 일루전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긍정적인 힘의 의미를 강하게 갖게 된다.

김기철_비-소리보기_설치_2005
이재삼_저 너머_캔버스에 목탄_291×654cm_2005_부분

세 번째 장면은 첫 번째 장면과는 다른 의미에서 풍경의 주관성을 드러낸다. 즉, 그림의 대상이 풍경이든 일상 사물이든 그것이 화폭에 옮겨졌을 때 제시되는 것은 트라우마의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시대사의 트라우마와 개인사의 트라우마 모두는 그려진 대상에 강하게 각인되어 우리의 감각기관을 긁어 대며 '풍경'이 또한 얼마나 주관적인 것인지를 인식시킨다. 이렇게 주관화된 풍경은 우리 삶의 비극을 상기시키는 트라우마의 외화이기도 하다.

김재홍_아버지-Ⅰ_캔버스에 유채_91×182cm_2004
심점환_바다에 누워Ⅱ_캔버스에 유채_162.1×259.1cm_2004

습관은 일상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마비시킨다. 또, 언제나 그래왔듯이 항상 그럴 것이라는 암시를 통해 이 익숙함 너머를 보지 못하게 한다. 여기 네 번째 장면은 우리에게 익숙한 낯선 공간을 기하학적으로 재구성된 풍경으로 다시 제시함으로써 우리 시각의 사각지대를 드러내고, 동시에 또 다른 시각의 생성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구영경_계단_M.D.F_360×700×50cm_2005
황은화_기둥 Ⅰ_보드, M.D.F, 아크릴 채색_350×180×150cm_2005

다섯 번째 장면은 실제 공간을 전복하여 새로운 실제 드러내기를 의도하였다. 살아있는 풀들이 전시장에 배치되면서 이 생명체 작품은 전시장이라는 실제 공간과 인식의 틈새를 순간 교란시키면서 이곳을 정원이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전환시킨다. 이 공간은 정원의 시뮬라크르로서 정원의 이데아를 분유(分有)한 저급한 모방물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이며 동시에 견고한 현실에서 비껴서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판에 박힌 우리일상에 '틈'을 제공하는 공간이기도 한다.

안성희_비밀의 정원_상황설치, B&J 무토잔디_2005
한기창_일필사의도(一筆寫意圖)_캔버스에 스테이플, 영상_180×640cm_2005

우리의 인식적 습관은 우리가 접하고 있는 현실을 고정시키고자 한다. 이렇게 한번 고정된 인식의 틀은 상당히 견고하여 이것을 넘어서 일어나는 현실적 변화와 그 과정을 볼 수 없도록 만든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예술가들은 통념에 도전하고 이 도전을 통해 새로운 인식을 생성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시립미술관의 「장.면.들. Scenes」전은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하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노력하였다. 그 노력의 경주는 우선 장르와 장르를 가로지르면서 서로 다른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기는 자칫 각 작가들의 작품을 하나의 개념으로 묶어내기 위해 서로를 손상시킬 수도 있는 위험을 내포하지만 그 결합이 성공적이라면 오히려 서로를 상승시키며 의미를 더욱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도전해볼 만한 과제이기도 하다. 여기서 시립미술관 큐레이터들이 전시를 통해 제안하는 바는 관람객과 작가와 함께 관습이라는 익숙한 테두리를 벗어나 그 바깥으로 나가보자는 것이다. ■ 서울시립미술관

Vol.20050706c | 장.면.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