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미술관-피라미드의 재발견

책임기획_백기영   2005_0715 ▶︎ 2006_0714

변재언_디지털 아날로그_네온, 라이트, 설치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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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715_금요일_02:00pm

참여작가 문영오_변재언_이한수_채미현_천대광_추민해_홍현숙

주최_국립현대미술관_경기도 문화의전당 주관_미술인회의

경기도 문화의전당 경기 수원 팔달구 인계동 1117 Tel. 031_230_3200 www.ggac.or.kr

피라미드의 재발견 ● 피라미드는 고대 이집트 시대에 왕의 무덤으로 영원히 이 땅을 지배하는 왕권을 상징하는 인류의 유산이다. 이 피라미드는 물론, 스핑크스와 이집트의 여러 가지 유물들 심지어는 무소불휘의 권력을 자랑했던 왕의 시체, 미이라까지 이제는 대영박물관이나 프랑스의 루브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고대 문명의 위대함을 소유하고자 했던 서구 유럽의 제국주의는 이 문물들을 송두리째 유럽으로 실어 날랐다. 1989년 많은 논란 끝에 완공된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는 이러한 고대 이집트의 유물과 그리스 신상들이 세워져 있는 루브르의 전시공간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기능하게 되었다. 이집트 가자(gaja)에 세워져 있는 피라미드가 통로를 알 수 없는 신비와 두려움의 장소라면, 중국계 미국 건축가 아이오밍 페이에 의해서 설계된 유리피라미드는 투명한 유리를 통해 가급적이면 루브르의 기존 파사드를 가리지 않고 투영해 보이면서 자신의 구조를 드러내는 방식을 선택했다. 여기서 피라미드는 이집트에 존재하는 그 피라미드가 아닌, 프랑스만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고대에 대한 열망으로 그리스의 문명을 유럽으로 옮기려고 했던 르네상스인들의 노력이나 근대 루브르의 꿈은 다르지 않았다.

채미현_공즉시색, 색즉시공_레이저, 설치_2005
추민해_mind_붉은 실, 설치_2005
문영오_기억의 습작들_설치_2005

경기도 문화의전당은 상대적으로 수평적인 건물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건물 앞에 자리 잡은 유리피라미드는 프랑스 파리의 것을 매우 닮았다. 루브르의 유리피라미드가 우리를 고대의 문명으로 안내해 준다면, 경기도 문화의전당의 유리피라미드는 주차장으로 인도하는 출입구 역할을 한다. 이 공간은 우리사회의 서구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무엇과 어떻게 만나야 할지 모르고 방황하고 있는 우리자신을 비추게 한다. 건물 앞 광장에 자동차로 가득 들어찬 광경을 피하기 위한 주차장 건축가의 재치 넘치는 선택이었다.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과 같은 건물구조를 재생산해 내고 있는 최근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전당, 혹은 문예회관 건물들은 이런 유럽의 권위주의적 문화공간을 매우 닮았다. 중앙으로 건물 양편을 가르는 가파른 계단에서 우리는 문화예술공간들이 권위적인 건축물들 예를 들면, 법원이나 국회의사당 같은 건물들의 모양을 닮았다는 것을 확인한다.

홍현숙_숲을 그리며_무당벌레, 벽면 설치, 스치로폼_2005
이한수_고은사 부처-단군상_조명, 설치_2005
천대광_십승지_나무 구조물_750×720×720cm_2005
천대광_십승지_나무 구조물_750×720×720cm_2005_야간에 조명을 켠 모습

이 유리피라미드는 중앙에 가장 큰 구조물로서, 좌우로 나누어 양편으로 조금 작은 형태의 피라미드로 나뉘어 경기도 문화의전당 건물 앞쪽에서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루브르의 유리피라미드가 루브르 박물관 안쪽 광장을 비스듬한 마름모꼴로 막아서서 관람자들의 발길을 유도하는 것과는 달리 이 건물의 수평적인 형태를 훨씬 더 위 아래로가 아닌 좌우로 나누어 펼쳐주는 역할을 한다. 이 중앙공간에서 이한수는 고은사 부처와 단군 상을 설치한다. 유리피라미드의 기둥 두 개는 변재언의 디지털 아날로그가 걸려있다. 이 두 작가는 모두 테크놀러지를 통해 과거와 미래를 횡단하려고 시도하는 작가들이다. 유리피라미드 바깥쪽에 자리 잡은 천대광의 나무구조물 「십승지」는 밤이면 중앙에 설치되어 있는 전등을 통해 빛을 발하는 빛 설치물이다. 이 「십승지」는 격암유록이라는 조선조 예언서에서 예언하고 있는 미래에 도래하게 될 이상향으로서의 조선을 지칭하는 말이다. 초록 대지의 꿈을 도시에서 발산하고 있는 홍현숙의 무당벌레들은 소공연장 벽면을 타고 기어오르고 있고, 추민해의 붉은 실들은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벽면 한쪽을 위태롭게 가로지르고 있다. 문영오의 다양한 모양의 판화작업들이 대공연장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채미현은 레이저 파장을 통해 반딧불의 목가적인 여름밤을 수놓는다. 이렇게 일곱 명의 작가들이 함께 어울려 만들어낸 작은 미술관은 경기도 문화의전당 중앙에 우뚝 솟은 유리피라미드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이며 신경망이고 꿈틀거리는 기어오름과 움직임이며 파장이요 발산함이다. ■ 백기영

Vol.20050719b | 작은 미술관-피라미드의 재발견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