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e Playing

강지윤 회화展   2005_0722 ▶︎ 2005_0822

강지윤_전화놀이_캔버스에 유채_91×117cm_2005

초대일시_2005_0722_금요일_05:00pm

국민아트갤러리 서울 성북구 정릉동 861-1 국민대학교 예술관 1층 Tel. 02_910_4465

역할놀이라고 풀이될 수 있는 롤플레잉은 J.L.모레노가 1920년대 초에 만들어낸 말로써 사이코드라마(psychodrama:心理劇)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연기는 각자의 자발성과 창조성에 맡겨, 대사나 줄거리는 정하지 않는다. 이것이 보통의 연극과 다른 점이다. ● 작가는 노이로제와 정신병치료에 쓰였던 롤플레잉을 보다 공상적인 유희로 정의내리며 회화로 풀어나간다. 작업에 있어 주로 본인의 꿈을 모티브로 삼는데, 꿈속에서 작가는 기차놀이하는 소녀로도 등장하고, 호스를 장난감 총 삼아 놀이에 열중인 경찰로도 등장한다. 이렇게 역할 놀이를 즐기는 주인공들은 '놀이'답게 유희적이고 축제적이다. 그것은 사물의 은유, 더 나아가서는 놀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은유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 안에서 진짜 총이나 전화기는 파란 고무 호스나 종이컵으로 대체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어렸을 적 친구들과 어울려 했던 경찰놀이나 소꿉놀이는 실제(實際)와 다르지만 공상을 더해 또 다른 실재(實在)를 불러일으킨다. 이 은유성을 통해 작가는 일상적인 듯 환상적인 이미지를 제시하며 아주 약간의 일탈로 은유된 대체물은 공상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한다.

강지윤_총싸움_캔버스에 유채_73×60cm_2005
강지윤_기차놀이_캔버스에 유채_112×145.5cm_2005

한편,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에는 대부분 같은, 그러나 크기는 다른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보인다. 가상과 현실의 이야기를 동시에 펼치고자 하는 작업의 기준에서 보자면 그 인물들은 모순되고 대치되는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그림의 내러티브처럼 유희하며 어울리고 있다. 등장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캔버스도 군데군데 군집을 이루며 뭉쳐져 있다. 각각 독립된 내러티브는 하나 이상으로 엮어져 그보다 넓은 내러티브를 생산해낸다.

강지윤_경찰놀이_캔버스에 유채_162×130cm_2005
강지윤_말타기_캔버스에 유채_91×117cm_2005

공상과 몽상의 중간쯤에서 탄생된 이미지들은 기괴하거나 괴물같은 형상을 띌 정도로 일탈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천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복장 페티쉬, 섹슈얼한 장난 등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도 같은 내러티브는 물리적 현실과 무의식적 사고의 중간쯤에서 존재하는 공상, 그리고 이 환상은 실제 현실과의 긴밀한 관련성을 바탕으로 한다. 이런 약간씩 비틀린 이미지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미지는 은유된 유희이다. 환상이나 공상이 꼭 현실과 대치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작은 호기심으로부터 시작해, 여기에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것들 -유사한 대체물이나 결핍된 요소에 대한 상상을 거쳐 롤플레잉이라고 하는 기존의 개념에 유희성을 더욱 가미한다. 은유를 바탕으로 한 놀이처럼 공상도 역시 그러하다. 현실이 머릿속에서 재배치되는 유희를 즐기며 탄생되는 작업들은 그 자체로 놀이이다. 작가는 공상을 통해, 그렇지만 현실과 상충되지 않는 이미지들을 생산해내며 그 곳에서 유희한다. ■ 강지윤

Vol.20050721b | 강지윤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