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발하다

태백.생명展   2005_0725 ▶︎ 2005_0815

고원자생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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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725_월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혜련_박지나_배석빈_서용선_윤정례 이영주_이혜인_채우승_추인엽_허윤희

고원자생식물원 전시관 강원 태백 황연동 Tel. 033_552_7245 www.guwow.co.kr

'만발하다-태백 생명'展에 부쳐 ● 이 전시는 신화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꾸는 작은 꿈이다. 그것은 어떤 계산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나직한 기원 같은 꿈이다. 그러나 이 기원의 밑바닥에는 탄생신화가 되고자 하는 단호한 의지가 있다. 그 신화의 여정을 따라가 보자. 2001년부터 폐광촌 철암에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어느 날 꽃씨로 낯선 곳에 날아 들어와 싹을 틔우고 해마다 더 많은 자손들을 번성시키는 들꽃처럼 이 작가들은 철암과 태백의 삶으로 날아들었다. 매주 세 번째 토요일에 1박 2일의 여정 기간으로 그들은 이곳에 와서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렸다. 마을 주민들은 거리를 배회하며 작업을 하는 이 작가들에 익숙해졌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21세기의 생활과 문화에서 잊혀진 이 곳에서 크고 작은 전시회를 가졌다. 하여서 한때 번잡했으나 이제는 인적이 드문 역사가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가 되기도 하였다.

김혜련_노란산_캔버스에 유채_125×145cm_2004
박지나_one_디지털 프린트에 혼합재료_2005
배석빈_아득하다_캔버스에 유채_162×131.3cm_2005

이런 작가들의 태도는 낯선 곳의 이국적인 풍경에 열광하여 색다른 리포트를 하고 이내 떠나고 마는 관광주의자의 그것, 혹은 회고주의자들의 의미 없는 과거의 집착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자신들이 뿌린 작은 씨앗이 움터 이 지역이 새로운 삶의 모습이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양길로 접어든 석탄 산업 시설은 아무 효용가치가 없는 쓰레기 더미, 보존은커녕 폐기 비용조차 지불하기 아까운 골치 덩어리 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버러진 선탄장과 낡은 광산의 건물, 인적이 뜸해진 역사, 버려진 사택지들과 오래된 거리와 낡은 담벼락의 가치를 알아본 것은 바로 이 할아텍(halartec)의 작가들이었다. ● 그들이 본 가치는 당장의 효용성만을 추구하는 근시안적이고 편협한 경제적 관점에서는 절대 포착되지 않는 미학적, 역사적, 사회적 가치였다. 이런 가치들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장기적으로는 결국 경제적인 효용 가치를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예를 독일의 옛 탄전 지역인 루르 지방의 변모에서 이미 보아왔다. 폐광촌 철암-태백 지역은 우리 경제 발전의 동력이 되었던 석탄 산업의 핵심지역이었고 시대에 변모에 따라 쇠락해 갔다. 그러나 이 지역 자체가 치열했던 한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거대한 박물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작가들은 예리한 감수성과 실천력으로 먼저 알아차린 것이다.

서용선_만발하다_하이아크릴, 색채시트지_약 200× 300cm, 가변크기_2005
이영주_물감 밭_물감튜브, 철사_800×200cm_2005
채우승_구름-구름_스테인리스_84×200×Φ40cm_2005

이들은 재력 있는 기업가도 영향력 있는 정치가들도 아니다. 단지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는 작가들일 뿐이다. 그러나 작가들이 거리의 낡은 벽에 벽화 작업을 시도하는 하는 것은 그 벽의 가치를 옹호하는 일이며, 환경조형물을 설치하는 일은 그 장소가 갖는 고유한 의미들 도드라지게 하는 일이다. 이곳과 관련된 기록 영화를 만들고 전시를 하는 일은 그저 단순히 영화를 만들고 작품을 선보이는 일이 아니다. 이 모든 행위는 전체로서 철암-태백 지역이 갖는 독특한 '장소성'의 가치를 옹호하고 그것을 설득해나가는 일이 될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작가들은 이 지역의 삶의 모습을 기록하고 그것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만들어 왔으며 5번의 철암-태백 지역의 전시와 1회의 서울 전시를 가졌다. 지금까지의 기록은 서울의 사디 갤러리에서 있었던 전시의 제목처럼 '애가(哀歌)'와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추인엽_순환계(循環界)-만파(滿波)_면천에 콘테_50×50cm_2004
이혜인_연탄재-강,산_연탄재_컬러시트_380×90×5cm_2005
윤정례_원류를 찾아서_한지 및 혼합재료_74×110cm_2005
허윤희_날들의 피부_공책에 아크릴 채색_24×18cm_2004

그러나 2005년 태백의 구와우(九臥牛)에서 그들은 새로운 탄생을 꿈꾸는 모체가 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 4년간 할아텍의 작업에 함께 참여했던 작가들중 11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참여 작가 중의 한 사람인 서용선의 말대로 이 작가들은 황폐해진 폐광촌 지역에서 오히려 "근원적인 생명력에로의 복귀, 생활을 통해서 힘을 얻고자 하는 근본적인 욕구(2002년 오픈 아트와 인터뷰 중에서)"의 강렬함을 발견하였다. 그 강렬함은 작가들이 창작을 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그 힘을 이제는 다시 철암-태백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데 쏟고자 한다. 전시가 이루어지는 구와우는 아홉 마리의 소가 누워있는 모습처럼 느린 흐름의 능선이 유려한 곳으로 태백지역에서 가장 자연이 잘 보존된 지역에 해당한다. 해바라기가 만발하는 7월 말에 가건물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 전시는 구와우가 가진 아름다운 자연의 치유력을 작품으로 옮겨와 급속한 산업화 속에서 소진되고 잊혀진 유린된 땅에 생명이 만발하는 꿈을 심고 관객과 함께 나누어 희망을 꽃씨처럼 퍼뜨리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이것은 분명 이 지역의 새로운 탄생 신화를 꿈꾸는 다소간 무모하고도 강렬한 호소력을 가진 행위가 될 것이다. ■ 이진숙

Vol.20050722a | 만발하다-태백.생명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