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tic Nature

이연미 회화展   2005_0801 ▶ 2005_0809

이연미_13개의 다리가 있는 구름 _캔버스에 아크릴, 유채_110×84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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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801_월요일_07:00pm

다빈치 갤러리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5-23 카사플로라 빌딩 지하 Tel. 02_6409_1701 blog.naver.com/64091701

그토록 불길한 욕망들을 향한 씻김굿 ● 이연미의 그림은 인간의 현란한 욕망들을 응시하고 있다. 보드리야르가 말했듯, 소비가 생활의 중심이 된 오늘날의 '소비자본주의' 시대에서의 욕망은 결코 만족이란 것을 모른다. '이기적 욕망'이라는 연작에 표현된 여인은 검고 커다란 머리 위에 기화요초들을 얹어 놓고 있다. 화폭의 중심에서 부풀어 오를 대로 부풀어 오른 검은 색은 그것을 짊어진 눈동자 없는 여인의 하얀 두 눈만큼이나 불길하다. 그녀의 그림 속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눈동자 없는 여인들, 혹은 눈에서 피를 흘리는 여인은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마저 소비시키는 욕망이 세계를 올곧게 인식하게 하는 인간의 눈마저 멀게 한다는 것을 환유하는 것일까? 더군다나 눈 없는 여인의 부풀어 오른 머리는 마치 하늘에 떠 있는 열기구처럼 밑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받아 공중부양 되고 있다. 그래서 여인은 까만 쓰레기 봉지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우리네들의 덧없는 아집과 욕망의 파편처럼 이리저리 도시 위로 떠돌아다니는 서글픈 형상이기도 하다.

이연미_이기적인 욕망-아슬아슬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116.8×91cm_2005

이연미의 그림 속에 표현되는 도시들도 곧잘 무지개 위에서 공중 부양되어 있다. 그렇게 찬란하지만, 이내 사라지게 될 무지개들 위로 고층 빌딩들은 우후죽순처럼 세워져 있다.

이연미_무지개와구름이 있는 거대한 도시_ 캔버스에 아크릴, 유채_180×110cm_2005

「완벽한 정원」이라는 제목의 연작에서는 인간들이 나뭇잎 사이에서 얼굴들을 내밀고 있다. 겨우 살아있는 듯 하나, 그들은 모조리 입이 잘린 채 피를 흩뿌리고 있다. 사람들의 한없는 욕망은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 하고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한다. 이연미의 작품은 그러한 희생자들의 아픔과 처연함 또한 응시하고 있다. 욕망에 지배되고 있는 세계를 악어의 이빨을 지닌 거대한 새, 피를 흘리고 있는 나무, 먹은 것을 걷잡을 수 없이 도로 토해내는 주둥이, 구름 속에서 버둥거리며 오줌을 싸는 군상들로 표현하고 있는 이연미의 그림은 그토록 불길한 욕망들을 향한 씻김굿이기도 하다. 또한 예술가들이 지니고 있는 자기 현시에 대한 욕망을 향한 씻김굿이기도 하다. 그렇게 욕망의 파편화 속에서 자신 또한 발견하고야 마는 화가의 치열한 자기모색은 윤동주의 '서시'를 시나브로 떠오르게 한다.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아, 얼마나 무서우면서도 가슴을 뛰게 하는 구절인가.

이연미_완벽한 정원되기, 왼쪽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162×108cm_2004
이연미_완벽한 정원되기, 왼쪽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162×108cm_2004_부분

그런데 이연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불길한 욕망의 상징물들은 신기하게도 현실 속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다. 그것을 화가는 상징적 상상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상징적 상상의 미덕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존재할 수 있도록 풀어내고 경험되지 않은 새로운 가능성들을 제시하는 것에 있으리라. 상징적 상상은 처음 시작하기는 힘들지만 나중에는 끝이 없을 정도로 창대하게 이어진다. 작가도 감내하기 버거운 작품의 불확정한 이질감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상징도 연이어 상징을 낳지만, 상상도 상상을 끝없이 낳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삶의 육질에 맞닿아 있는 끈을 아주 놓아 버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것은 자기 현시에 대한 욕망만큼이나 작가가 극복해야 하거나 첨예하게 의식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요컨대, 세계는 상징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이연미_완벽한 정원되기, 오른쪽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 162×97cm_2004

화가를 작업실에서 만났을 때,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욕망에 너무 치여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고개를 숙인 채 수박을 썰면서 세상이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크릴 물감 냄새 사이로 이윽고 수박 냄새가 지나갔다. 밖에서는 장맛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이연미의 그림들이 일삼아 지니고 있는 여백의 풍성한 공간들이 아득한 출렁거림으로 다가왔고, 참 좋은 시절들이 흘러간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연미의 그림들은 그렇게 아무것도 얻지 않아도 좋을 비물질적인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었다. ■ 이찬규

Vol.20050801a | 이연미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