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방

조소희 설치展   2005_0816 ▶ 2005_0828 / 월요일 휴관

조소희_두 개의 방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5_전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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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816_화요일_06:00pm

브레인 팩토리 서울 종로구 통의동 1-6번지 Tel. 02_725_9520 www.brainfactory.org

맞닿은 두 개의 방 ● 일상의 소소한 오브제들 속에 숨겨진 무의식적인 감각의 층위를 발견하는 조소희의 시선이 이번에는 자신의 개인적인 삶의 체험으로 한층 가까이 다가갔다. 이번 전시에서 조소희는 살짝 층이 지고, 부분적으로 분리된 브레인팩토리의 전시 공간을 서로 맞닿은 두 개의 방으로 해석했다. 각각 상반된 요소들을 내포하지만 서로 긴밀하게 밀착되어 있는 '두 개의 방'에 그는 자신의 삶의 궤적이 담겨 있는 오브제들을 늘어놓고, 그 방 안에서 뜨개질하고, 바느질하고, 타자기를 두드린다. 칼, 가위, 면도날, 망치, 바늘, 송곳, 주사기 등 조소희 특유의 오브제들은 여전히 등장하지만, 그 양이 대폭 줄어든 반면 개개의 오브제들이 발산하는 초현실적인 힘은 더욱 강렬해졌다. 발견된 오브제들을 상자에 담는 방식 역시 여전하지만, 투명한 상자와 필름 대신 이번에는 검은색과 다갈색으로 채색한 불투명한 상자들을 사용했다. 폐쇄와 개방성을 동시에 암시하던 투명상자 대신 불투명한 금속상자의 뚜껑을 직접 열어 보이는 방식으로 바꿨다.

조소희_두 개의 방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5_전시장면
조소희_두 개의 방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5_전시장면
조소희_두 개의 방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5_전시장면

무엇보다 편집증적이라 할 만한 오브제의 수집과 집적의 방식이 이번에는 자신의 개인사적인 일화와 기억이 담긴 몇몇의 오브제들로 압축된 것이 두드러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대상 자체의 의미가 한결 완화된 반면 그것을 통한 작가의 내면적인 심상이 더욱 구체적으로 반영되었으며,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은 오브제들을 둘러싼 주변공간을 아우르는 설치작업으로 확대되었다. 여기에 칠하고, 열고, 두드리고, 짜고, 바느질하는 작가의 반복적인 행위가 펼쳐진다. 조소희가 즐겨 사용하는 상자의 의미는 두 개의 방이라는 전시 공간으로 확대되었다. 열린 듯 닫혀있고, 닫혀있으나 곧 열릴 것을 예고하는 공간이다. 맞닿은 두 개의 공간은 서로 상반된 의미를 내포하지만, 다른 한쪽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한 공간 속에 검은 레이스 란제리에서 시작된 그물망, 거즈로 만든 신발과 옷이 놓여졌다. 향을 피우고 타자기 소리가 울려 퍼지는 공감각적인 공간 속에 물리적으로 펼쳐지고, 정서적으로 환기되는 조소희의 반복적인 행위는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작가로서, 여성으로서 조소희의 삶의 체험을 망령처럼 불러내고, 제물처럼 펼쳐진 일상의 오브제들을 통해 위령의 제의를 베푼다.

조소희_두 개의 방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5_전시장면
조소희_두 개의 방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5_전시장면
조소희_두 개의 방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5_전시장면

한쪽 방에는 작가가 임신기간 중에 신었던 것으로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는 신발이 놓여지고, 다른 방에는 그것을 복제한 거즈로 만든 신발이 놓여졌다. 거즈로 만든 신발과 옷은 지나간 세월처럼 희미하고 빈 껍질처럼 여리지만, 아이의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여성으로서의 강렬한 체험과 기억을 선명하게 구현하고 있다. 단단한 표지 대신 거즈가 씌워진 성경의 구절들은 변기 속에서 풀려 사라질 두루마리 화장지 위에 금속성 활자의 타공으로 각인된다. 검은 레이스 그물은 제대로 추스를 수도 없이 허약하지만 거미줄처럼 공간 전체에 드리워진다. 여기서 바느질하고, 짜고, 타이핑하는 작가의 행위는 주문을 되뇌는 무녀의 주술적 의식과 닮았고, 그러한 행위를 통해 희미해진 삶의 기쁨은 선연하게 되살아나고, 지나간 기억의 잔해와 허물은 부드럽지만 예리하게 위로받는다. ● 브레인팩토리의 맞닿은 두 개의 방은 조소희의 심적 물리적 삶의 궤적이 각인되고 추념되는 행위의 공간이 되었다. 그간의 작업이 발견된 오브제의 극사실적인 포착과 압도적인 집적의 형태로 이루어졌다면, 이번 작업에서 조소희는 오히려 열어 놓고, 풀어놓고, 놓아주고, 지워내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을 기념하고 있다. 허물처럼 걸려있는 거즈 옷과 그림자처럼 무상한 그물, 하찮은 일회용 휴지 등 그가 만든 오브제들은 섬세하고 여리지만 그런 만큼 선명하게 지나간 삶의 흔적을 반추하는 대상이 된다. 그가 짠 그물은 희미하게 공간으로 확산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모든 것을 덮고 있기도 하다. 삶에 대한 애착과 열정으로 무수한 오브제들을 굳게 움켜쥐고 있던 조소희의 손이 부드럽게 열리면서 투명한 빈 공간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고 있는 모습으로 바뀐 것 같다. 이번 작업을 통해 조소희는 투명하게 지워내고, 느슨하게 놓아주는 만큼 자유로워지는 법을 말하고 있다. ■ 권영진

Vol.20050809b | 조소희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