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o Cosmetic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리노베이션 오픈 특별기획展   2005_0818 ▶ 2005_1029 / 일요일 휴관

고낙범_2막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5_전시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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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818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고낙범_김두진_김준_김지현_박미나_손정은_안나 라우라 알라에즈_임민욱_임자혁

주최_스페이스 씨 / 후원_(주) 코리아나 화장품

스페이스 씨 서울 강남구 신사동 627-8번지 Tel. 02_547_9177 www.spacec.co.kr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레노베이션 오픈과 함께 진행되는 '코스모 코스메틱'전은 화장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담론들을 9명 작가들의 동시대적 시각을 통해 조망해 보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얼굴과 외모를 아름답게 꾸민다는 화장의 지엽적인 의미를 넘어 사회- 문화적 체계, 인간의 심리 구조, 신체 및 정체성 등 인간 삶에 연루된 복합적인 의미망들이 교차하는 하나의 장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문화사적 시각으로 화장에 접근하여 '인간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그 의미를 재해석해 보는 것이다. ● 화장이란 얼굴이나 신체에 특별한 분위기와 감성을 가함으로써 그 가치를 변화, 상승시키는 행위들로 신체 표면에 나타는 물리적인 흔적이자 지표이다. 화장(술)을 뜻하는 코스메틱cosmetic은 세계- 우주의 의미를 지닌 코스모스kosmos를 뿌리로 하는 희랍어 코스메티코스kosmeticos를 그 어원으로 한다. 즉 화장에는 세계와 우주의 질서 및 순환 체계라는 '코스모스'의 의미를 이미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우주의 질서와도 같은 조화로움을 신체에 부여하는 수단으로서의 화장에서부터 인간과 자연- 세계의 순환과 질서 내에서 기능하고 작동하는 화장의 의미작용(signification)까지 화장의 지형도를 논의해보는 것이 이번 '코스모 코스메틱' 전의 테마이다.

김두진_Farewell to Mr. ARNOLD_영상설치_3분 20초_2005
김준_Hunting world_디지털 프린트, 3D Max_110×400cm_2005
김지현_봄날은 간다_영상설치_3분 35초_2005

종교적이거나 주술적인 목적을 위해, 혹은 신분과 계급들 드러내는 수단으로서 그 기원을 추적해볼 수 있는 화장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성· 종교· 도덕· 인종· 계급 등 삶의 상징 질서 속에 연루되어 있는 일종의 문화적인 행위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능가하는 인위적인 아름다움과 기교, 외모의 꾸밈에 대한 19세기 보들레르의 찬사 이래 현재까지 화장은 보드리야르의 주장처럼 '의미심장하고 매혹적인 가상의 조작'으로서 신체의 매력과 유혹의 힘을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다. 현재에도 여전히 문화적 코드나 사회 문화적 체계로서 자아 정체성, 신체담론, 젠더 정치학 등의 상징질서에 능동적으로 관여한다. 신체가 일종의 권력의 장으로 사회 문화적 요구와 지배 감시체제가 개입된 것이라면, 신체 표면에서 물리적으로 발생하는 화장의 행위역시 이를 둘러싼 사회적 기준과 제도, 대중 소비문화의 욕망과 지속적으로 소통한다. 그렇다면 화장은 이미 사회 문화적 체계로서, 또한 코드화된 텍스트로서 존재한다. 이는 특히 여성의 성 정체성을 극대화하거나 물신화하는 방법을 통해 남녀의 성차를 재구축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도하다. 오를랑이 남성 가부장에 의해 부가된 서구의 미 개념과 고정된 여성성을 위반하고 신체를 재영토화 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신체 성형이나 아프리카나 고대 멕시코의 독특한 치장방식이라는 점은 성차를 구축하는 화장의 제도적 힘을 반증해 주는 것이다. 또한 화장은 원래의 모습을 은폐- 위장하며 정체성을 변화시키기도 한다는 점에서 가면의 속성(masquerade)을 지닌다. 위장과 변형, 가면으로서의 화장의 속성은 마르셀 뒤샹이나 신디 셔먼 등 현대 미술가들이 정체성의 유동적 변화를 유도할 때 필요로 하였던 가장 첫 번째 조건이었다. 화장은 정체성을 변화시키고, 남성과 여성, 정신과 육체, 주체와 대상 등 단일한 기표와 고정된 이원론을 위반하고 경계를 넘나들게 한다.

박미나_2005 코리아나 아이새도우_종이 위에 아이새도우_163×458cm_2005
손정은_사랑 2005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5
아나 라우라 알라에즈_Superficiality_단채널 비디오_6분_2003

이번 『코스모 코스메틱』展은 화장이라는 코드를 정점에 내세움으로써 그것이 신체, 성, 정체성, 사회적 제도, 소비 욕망 등 현대인들의 삶의 그물망 얽혀 의미를 생산하는 지점을 논하는 것이며 화장 이면에 내재된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심층적 의미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화장'에서 연상되는 익숙한 이미지들에서 탈피하여 화장의 다양한 의미작용 및 해석들을 작품으로 제시하고 21세기 현재 화장이 우리 삶의 질서-코스모스-에 관여하는 방식들을 은유한다. 참여 작가들은 무대와 공연으로서의 분장, 위장과 은폐, 생존전략으로서의 화장, 정체성 표현 및 유혹과 권력 획득 수단으로서의 화장, 사회적 문신, 코드화 된 텍스트로서의 화장 등 코스메틱에 관련된 여러 지층들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다층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한다.

임민욱_Public Peeling_라텍스 및 혼합재료_가변크기_2005
임자혁_36 이상한 사례_색지 위에 펜_125×610cm_2005_오른쪽

임자혁_미스터 오롯이_벽 위에 아크릴 채색_2005_왼쪽

고낙범_은 회화와 오브제, 비디오 영상 등을 통해 무대 공연을 위한 장식과 분장을 화장개념과 연결시킨다. 작가가 분장시킨 여가수의 독특한 화장과 헤어스타일이 초상화와 사진으로 포착되고, 그녀가 공연 당시 입었던 의상과 공연실황이 오브제와 영상작품으로 첨가됨으로써 이전의 무대 공연은 미술작품이라는 새로운 컨텍스트로 재구성된다. 15미터 전시장 전체를 가로지르는 스트라이프 벽화와 투명한 막, 그리고 미러 볼(mirror ball)등의 오브제는 무대를 '화장'시키는 요소들로 당시 공연 상황을 전치시킨다. ● 김두진_은 남성 군인의 위장술에서 생존 수단으로서의 화장 개념을 수용하고 영상설치작품으로 형상화한다. 남성들이 전쟁에서 자신의 모습을 적으로부터 은폐시키기 위한 생존 수단으로 화장(위장)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들은 가부장 사회에서 자신의 모습을 부각시켜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화장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전쟁 영화에서 남성 군인들이 어둠 속에서 행하는 위장의 장면을 인용하고 이를 화려한 색채의 화장 장면으로 전치시키는 차용과 재문맥화의 전략을 사용한다. ● 김준_은 마력의 징표, 하위문화와 저항의 상징 등 문화적 체계의 일부로서 인간의 신체 표면을 장식해 온 문신을 디지털 문신이라는 새로운 기법으로 대체한다. 신체의 상흔으로서의 문신에는 취향과 욕망이 내재되어 있는 것처럼, 김준의 디지털 문신에는 사회적 컨텍스트나 상품사회의 논리가 각인되어 있다. 문신과 옷의 합성어를 뜻하는 '타투레스(Tatooress)'의 연장으로서 신체에 상품 고유의 재질감을 새겨 넣은 김준의 작품은 신체 깊숙이 내재된 현대인들의 소비욕망을 신체의 가장 표층에서 드러낸다. ● 김지현_은 붉은 톤으로 치장한 자신의 신체를 작품 속에 개입시키고 존재와 부재라는 양가적 놀이를 통해 표피적 아름다움의 허상과 무상함을 영상으로 풀어낸다. 작가는 노래를 부르며 다섯 대의 TV 속을 넘나들며 나타났다 사라짐을 반복하는데,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신체의 일부를 잔영으로 남기며 사라진다. 작가가 부르는 노래 '봄날은 간다'의 서정과 우수는 봄날과도 같은 찰나적 아름다움의 덧없음을 표현하는 일종의 애가(哀歌)이다. ● 박미나_는 2005년도에 생산되고 유통되는 코리아나 화장품의 모든 립스틱과 아이새도우의 색과 명칭들을 수집, 이를 도큐멘트화 하여 사회적 코드로 기능하는 의사소통방식으로서의 화장 체계를 의미화 한다. 화장품 색의 모든 컬러를 수집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박미나의 작업은 색상을 분류하고 색의 명칭들과 연결시키면서 색상과 이름들이 지닌 서사들을 드러낸다. 과학자적인 치밀한 작업논리로 진행되는 박미나의 작업에는 작가주체의 개입이 최대한 배제되고 화장품의 전형화된 기호체계만이 표상된다. ● 손정은_의 설치작품은 화장품을 사랑과 유혹의 기술로 권력을 쟁취하고자 하는 인간(여성)의 심리를 가시화한 결정적인 매체로 보고 이를 개념화시킨 작업이다. 작가는 '사랑'이라는 브랜드 명을 가진 화장품을 창안한 후, 육체가 부식되지 않도록 방부액으로 조제된 물질 화장품과 행위의 기교와 유혹의 기술을 제시하는 비물질 화장품을 구별하여 제시한다. 박물관 쇼케이스 속에 안치된 비물질 화장품에는 표면적이고 기술적인 화장 행위 아래 내재된 온갖 종류의 유혹의 텍스트들이 첨가되어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코스메틱을 둘러싼 권력, 유희, 가상, 욕망의 층위들을 드러내고 이것이 허구이지만 결국은 실질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실재일 수도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 스페인 작가 아나 라우라 알라에즈_는 화장과 의상으로 외모를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정체성을 다중화하려는 현대인의 갈망을 영상작품으로 표현한다. 싱글 채널 비디오 영상작품 「외모 Superficiality」에는 각기 다른 화장을 한 수십 명 모델의 얼굴이 경쾌한 테크노 음악과 함께 번갈아 등장한다. '당신의 화장은 완전한 의미를 거부한다 Your make-up avoids all meanings'라는 음악의 가사처럼 이들의 얼굴은 고정된 의미작용을 거부하는 표피적인 이미지로 나타난다. ● 임민욱_은 화장의 개념과 방식을 공공장소로 이동시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얼굴의 표피를 벗겨내는 필링(peeling)의 기법을 도시공간의 일부에 접합 연쇄시킨 Public Peeling 작업을 선보인다. 맨홀 뚜껑이나 전봇대 표면 등 공공 시설물의 일부를 라텍스를 통해 필링 방식으로 떠낸 것이다. 도시공간을 일종의 피부면과 살덩이, 주름으로 바라보고 공공의 공간에서 화장의 개념을 재구성한 이 작품은 도시표면과 피부사이의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한다. ● 임자혁_은 시적인 상상력으로 일상의 화장에서 즉각적으로 연상되는 이미지들을 드로잉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화장의 제스쳐나 도구, 신체의 일부, 짝짓기를 위한 동물들의 장식 등의 이미지에서 출발하여 물고기의 비늘, 도마뱀과 띠의 연쇄 등 화장과 불연속적으로 접합된, 혹은 유기적으로 연계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한 화면에 이질적인 이미지가 중첩된 임자혁의 드로잉은 화장 행위라는 일상의 차원을 다차원의 공간으로 확장시킨다. ● 이번 『코스모 코스메틱』展은 왜 화장을 하며, 이러한 행위를 추진하게 하는 심리적 사회적 정치적 맥락은 무엇이고, 우리 삶과 문화의 복잡다단한 층위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얽혀서 기능하고 또 파장을 일으키는지, 화장의 다층적인 지형도들과 그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화장의 일차적 해석에 대한 열린 해석을 유도하고 그 경계를 삶의 문제로 확장시켜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배명지

Vol.20050814c | Cosmo Cosmetic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