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YRINTH 迷宮

김동호 개인展   2005_0820 ▶ 2005_0830

김동호_파란눈 잠자리_혼합재료_14×11×3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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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820_토요일_05:00pm

갤러리인데코 서울 강남구 신사동 615-4번지 Tel. 02_511_0032 www.galleryindeco.com

생태학적 재생과 순환성 ● 김동호 작업은 재활용품을 모아 둔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에서 시작된다. 1990년대 중반 무렵부터 그는 물감과 붓을 집어 던지고 폐기된 전자제품을 주워 모아 그것을 재결합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대개 트랜지스터 같은 기계 부속들로서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가 버려진 것들이다. 일종의 인간의 또 다른 배설물인 셈이다. 이러한 작업 재료의 변화는 오늘날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시사한다. ● 오늘날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이러한 산업폐기물들은 바로 현대사회의 특성을 입증하는 부산물들로서 이 시대적인 감수성을 반영하고 있다. 과거 원시시대의 오브제들은 자연물과 같은 1차적인 오브제들이었지만, 문명이 발달하면서 점차 인간생활의 편리와 소통을 위해 인간의 기능을 대신할 2차적 기계 오브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술의 매체는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그릇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것으로 시대마다 재료를 달리해왔다. 일상에서 버려진 쓰레기, 폐품, 잡동사니를 모아 분해하고 이리저리 조립하여 재구성하는 방식은 1960년대 이후 정크 아트(Junk art)란 이름으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해 왔고, 김동호의 작업 역시 이러한 문맥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김동호_잠자리를 위한 도자기_혼합재료_20×26×34cm_2005

정크 아티스트로서 김동호 작업의 중요한 특성은 작업의 출발점이 텅 빈 캔버스가 아니라 이미 주어진 형태와 조건들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제약과 조건으로부터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며, 출처가 다른 여러 곳에서 요소들을 모아 짜고 구성하는 일종의 '텍스트'(text)적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이러한 작품의 텍스트화는 오늘날 주체나 창조의 신화가 무너진 포스트모던 작가들의 주요 방식이 되고 있다. 라우센버그 이후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정크 아트 역시 주체 중심의 모더니즘 미술과 추상표현주의의 주관적인 표현에 대한 반동으로 일어난 것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 그런 맥락에서 김동호의 작업은 모더니스트들처럼 자기 머릿속에 있는 것이나 외계의 대상을 지워나가는 방법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것들로부터 출발하여 자신의 상상력을 작동시켜 메타 텍스트로 새롭게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작업 메커니즘을 거쳐 나온 작품은 창조된 것이 아니라 차용된 것이며, 작가의 위상은 해석자로서 자리한다. 그럼으로써 차용된 기존의 문화물들은 작가에 의해 변형되고 보충되어 그 의미가 알레고리적으로 소리 없는 미끄러짐이 이루어진다. ● 이러한 작업 과정에서 작가의 '상상력'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레디메이드로서 차용된 기계 오브제들은 작가의 의식과 만나는 순간, 자신의 잠재된 과거 기억이나 경험과 충돌이 이루어진다. 여기서 오브제를 바라보는 현재 의식과 억압된 욕망이 수반된 잠재의식 사이의 긴장된 교류가 시작되고, 그것은 돌발적으로 어떤 새로운 형상으로 끌고 간다. 그 형상은 매우 찰나적이고 돌발적으로 결정된다. 현재의식(+)과 잠재의식(-) 사이의 교류와 극적인 결합이 이루어지는 순간 새로운 생명으로서 어떤 조형물이 탄생되는 것이다.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해 그는 오브제를 이리저리 맞춰가며 애무를 시작한다. 애무가 깊어지면서 점차 몰입이 이루어지고 무아지경의 황홀함을 경험하게 된다. 그는 이 상태를 "시원한 언덕 위에서 몽롱한 상태가 되는 것이 제게는 마약과도 같은 즐거움입니다."고 말한다.

김동호_태양열 에너지에 의해 날개짓 하는 잠자리_혼합재료_20×26×34cm_2005

최근의 그의 잠재의식은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드러난다. 2003년 갤러리 가이아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그는 곤충채집에 대한 주제를 내놓았다. 그는 어린 시절 철도 주변의 웅장한 숲에서 개구쟁이 친구들과 곤충채집을 했던 경험이 있다. 고도로 도시화와 산업화가 이루어지어질수록 인간성 상실과 여유가 사라지는 것은 오늘날 현대사회의 당면문제이고 그럴수록 과거 시골 체험은 역설적으로 귀중하고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 이번 세 번째 개인전에서도 그러한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그는 어렸을 때 보아온 곤충들에서 많은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잠자리에 대한 독특한 정서가 잠재의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는 차가운 산업사회 폐기물을 통해 역설적으로 정감 넘치는 따스한 생명력을 창출하고자 하는데, 그것은 잠자리에서 접점을 찾은 것 같다. 잠자리는 다소 기계적인 날개의 움직임이 있으면서 날카로운 육식성 이빨과 자유로운 비행능력, 그리고 넓은 시야와 유연한 꼬리를 지니고 있어 작가의 동경을 얻어내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 그는 트랜지스터 부품들로 잠자리 형상을 만들고 여기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태양열이나 할로겐램프를 이용하여 빛 에너지를 모은 후 이 에너지를 이용하여 잠자리가 날갯짓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생명력을 증폭시키기 위해 순수 자연이라 할 수 있는 살아있는 풀이나 수경생물로 주변을 조경했다. 그럼으로써 폐기되고 버려진 것들에 대한 '생태학적인 재생과 순환' 개념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작품과 주변과의 인터랙티브한 관계를 강화시켰다. 이러한 아기자기한 시도로 인해 과거 작품에서 느껴지는 투박한 힘의 약화를 초래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득실이 따지는 것은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 최광진

Vol.20050820a | 김동호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