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길에게 길을 묻다.

전은아 채색展   2005_0824 ▶ 2005_0830

전은아_2005

초대일시_2005_0824_수요일

갤러리 올 서울 종로구 안국동 1번지 Tel. 02_720_0054

화가 전은아는 수없이 많은 도로들을 그래낸다. 인생, 또는 행로로 은유되어진 듯한 그림 속의 도로들, 그녀의 풍경들은 결코 길 위에서의 관점을 갖지 않는다. 그리고 스스로 선명하게 정의하기를 회피한 그녀의 풍경들은 모나리자의 등 뒤에 그려진 몽롱했던, 스푸마토 기법의 풍경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로인해 관람자는 그녀의 그림 앞에서 평소처럼 눈을 지그시 감고서는 그녀의 그림을 감상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자신도 모르게 더욱 눈을 동그랗게 뜨고, 평소보다 오래 머물러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전은아_나는 그 길위에 있었다_장지에 토분, 먹, 채색_53×129cm_2005
전은아_또 다른 길_장지에 토분, 먹, 채색_130×90cm_2005

그러한 화가 전은아만의 관점은 이제 막 세상 속으로 등 떠밀려 나온 나이 어린 화가의 놀란 토끼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당혹감, 조심스러움, 망설임. 혹은 세상과 삶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아직 세상의 심장부에 뛰어들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관조(觀照)하며, 자신만의 은둔지 속에 숨어 먹물과 채색물감을 겹겹이 덧칠하며, 아직 정의하지 못한, 몽롱한 삶에 대한 시선을 그림 속에 고체화 하여 옮겨놓고 있다.

전은아_길_장지에 토분, 먹, 채색_104×142cm_2005
전은아_길위에서 ⅠⅡ_장지에 토분, 먹, 채색_32×20cm_2005
전은아_익숙한 길_장지에 토분, 먹, 채색_106×151cm_2005

하지만 화가 전은아에 대한 그러한 인식은 작업실 한쪽 구석에 쌓여진 습작들 속에 숨겨져, 쌓여있던 작은 조각그림들을 찾아내었을 때에는 재고하여야만 한다. 작은 화면 속에 대담하게 잘라낸 프레이밍, 두툼하게 덧칠되어진 즐거운 질감들, 재즈 기타리스트의 손끝을 닮은 유희와 속도감이 넘치는 손끝놀림, 이러한 것들을 발견했다면, 우리는 화가 전은아 스스로 조차도 인식하지 못했던 그녀의 가슴 속에 감추어져 있던 화가 전은아의 강렬하고 열정적인 내면풍경을 충분히 즐겁게 훔쳐 본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최상용

Vol.20050824b | 전은아 채색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