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여백

이현열_정영혁 수묵展   2005_0827 ▶ 2005_0922

이현열_기억에 관한 단편된 연작 6_장지에 수묵채색_130×160cm_2005 / 좌

정영혁_forest_장지에 먹_53x53cm_2005 / 우

초대일시_2005_0827_토요일_05:00pm

2005_0827 ▶ 2005_0902 / 롯데갤러리 안양점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1동 88-1번지 롯데백화점 7층 Tel. 031_463_2716

2005_0910 ▶ 2005_0922 / 롯데갤러리 본점 서울 중구 남대문로2가 130번지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9층 Tel. 02_2118_6214

우리의 일상은 유기체적 문화, 메커니즘 문화, 디지털 문화로 점철되어 있다. 디지털 문화는 우리에게 가장 편안하고, 가장 많이, 가장 빠르게 곧 최고의 안락함을 제공한다. 그러한 편리함에 우리는 길들여지고 있다. 우리 안에 잠복된 수성적 성질을 폭력적 강도로서 훈육하는 것이다. 그런데 리얼리티를 최고로 표방한 그러한 디지털이 사실은 우리를 점점 흉흉한 조폭의 세계로 유도하고 있다. 이미 21세기 문화는 폭력의 문화이다. 우리는 오늘도 서서히 서서히 세상과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멀어짐' 속에서 우리는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대인과 반대로 원시인은 디지털과 최고로 멀어진 세계와 가장 밀접한 대지의 문화였다. 이현열과 정영혁은 세계의 참모습을 가시화한다. 우리의 신체가 상실한 저 고고했던 감각의 원질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세계와 사물의 그대로의 있음을 발견, 우리의 감성을 회복함으로서 '자본'을 깨부수는 저 '전복'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표현한다.

이현열_기억에 관한 단편들_장지에 수묵채색_108×123cm_2005

이현열은 보다 솔직하게, 보다 가까이서 경험한 사물들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생명의 감성을 되찾고자 한다. 사물의 사물다움을 찾아나서는 것, 그 여정을 작가는 '기억'을 반추함으로서 기억 속의 여행에서 완성한다. 그 미지의 장소를 물색하고 그 장소에서 동반한 어떤 사물과의 수많은 인연들, 그것 속에 녹아 든 비밀스런 삶의 편린들, 작가는 그러한 풍광을 고스란히, 아니 더욱더 풍부하게 잠재적으로 현실적으로 포착한다. 작고 여리지만 단아한 잃어버린 사물의 본성 속에서 새로운 삶의 생성을 되찾기, 이것이 이현열의 작업을 추동하는 것이다.

이현열_옷걸이_장지에 수묵_124×165cm_2005
이현열_지구본_장지에 수묵_124×165cm_2005

기억에 관한 생각들을 정리 하는 것이 내 작업의 주이다. 예전에 보았던 사물이나 생각들을 다시 끄집어내어 옮겨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일은 주로 꿈을 꾸었던 것을 상기하거나 무의식의 상태에서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과 흡사하다고 생각되어진다. 예를들어 '옷걸이'같은 작업에서 옷이라는 커다란 외형상 앞에 놓여진 또 다른 기억들의 모습들은 옷이라는 기억의 그물에 걸려 올려진 조각조각이다. 어떤 사물을 보거나 느끼면서 연상되는 상대적인 모습들이 개개인의 존재 이유를 가지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이런 작업들은 꽤 재미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일련의 작업에 내 자신이 잘 투영되어 나타날뿐더러 또한 조각그림들이 주는 단편적인 기록의 성격이 나를 이루는 작은 코팅제처럼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큰 화면을 작게 접고 작아진 크기에 개개인의 그림을 그리거나 큰 화면에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다시 작게 잘라서 서로 붙이는 이러한 과정들...혹은 작게 잘라서 개개인에 그린다음 다시 붙이는 과정이 '기억'을 자르고 붙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작가노트 이현열

정영혁_forest_장지에 먹_162x130cm_2005

북송의 화가 곽희는 "그림은 소리 없는 詩이고, 詩는 형태 없는 그림이다."라고 했고, 소식은 "그림 가운데 시가 있고, 시 가운데 그림이 있다"고 했다. 이것은 모두 시화일체의 의미를 드러낸 말이다. 이는 나의 작품에 있어서 서정성을 말할 수 있는 근거이다. 작품 속에서 詩情을 드러내는 동시에 풍경을 통해서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작품에 임하는 마음이다. 화면은 전통 동양화 보다 훨씬 단조롭다. 구도가 다양하고 복잡한 것 보다 간단한 구도가 감정 전달의 힘이 강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복잡한 구도에 엌메이다 보면 느끼는 정서는 약해지기 마련이다. 얘기를 할 때도 여러 가지 늘어놓는 것 보다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한마디가 강하게 느껴 질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단조로운 구도 자체가 주는 이미지가 오히려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현대처럼 복잡한 세상에서 오히려 단조로운 이미지가 현대인을 휴식의 세계, 정서적인 세계로의 안내가 쉽다고 느낀다. 화려함 보다는 온화하고 따뜻한 작품을 하는 것이 작품 창작의지로 믿고 작품에 임하는 것이다. -작가노트 정영혁

정영혁_thinking_장지에 먹_53x53cm_2005
정영혁_thinking_장지에 먹_162x130cm_2005

정영혁은 우리가 던져진 지금, 여기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 구원의 메시지를 발산한다. 외연적 감성이 최고도로 발달한 최고속도의 현대문명이 도저히 따라 올 수 없는 우주의 감각속도를 제시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포착하고 포획하는 것 그것은 시각을 청각화 하는 것이다. 형태가 부여된 특정한 그것에 무형의 소리가 융합 함으로서 그의 풍경 속에서는 천상의 울림, '구원의 메시지'가 울린다. 버림으로서, 진공을 둠으로서 그의 울림은 정화되며 그 울림은 '풍경'을 머금은 생성의 구원자가 된다. ● 우리의 시선이 잃어버린 '태고적 감성' '오감의 소리'를 이현열, 정영혁은 너무나 익숙한 '그것'에서 죽은 듯한 '그것'에서 '생명'을 느낌으로서 또한 시선의 여백으로서 다시 출발하는 것이다. ■ 이진형

Vol.20050827a | 이현열_정영혁 수묵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