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공간들

책임기획_전혜숙   2005_0829 ▶ 2005_0916

사이 공간들_2005

초대일시_2005_0829_월요일_06:00pm

참여작가 강애란_김연숙_김영미_김주현_김현숙_김현희_김홍식 노승복_민미정_박상숙_박성연_박지은_성유진_송상희 오미현_이주은_이진영_임선희_정경미_정운숙_최원정_허정원

이화아트센터 / 2005_0829 ▶ 2005_0903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11-1번지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건물 2층 Tel. 02_3277_2482

갤러리 도스 / 2005_0907 ▶ 2005_0916 서울 종로구 관훈동 55-1 2층 Tel. 02_735_4678

사이 공간들(Inter-spaces) ● 미술과 관련해서든 아니든 우리는 여러 가지 공간들에 대해 생각하고 거기에 접하며, 끊임없이 그것들에 대해 정의하며 산다. 실존적인 공간, 환영의 공간, 문학의 공간, 가상의 공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공간 개념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든 관련되고 있다. 문자 그대로의 공간(空間) 개념 자체는 그 비어 있음으로 인해 항상 무엇인가로 채워져야 한다는 역설을 가지며 그에 따라 다양한 서술적 문맥의 의미들 속에 놓이게 된다. ● 그러나 본 전시의 주제인 '사이 공간들'은 그러한 공간들이 아닌, 그것들 사이의 부분, 즉 틈새의 공간을 다루고 있다. 원래 시간과 공간 개념 둘 다를 포함하는 인터스페이스(inter-space)는 그러므로 틈새의 공간이자 틈새의 시간이 된다. 그것은 '사이'와 '틈새'라는 속성 때문에 현실과 가상 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상호 소통시킬 수 있는 개념이 되고, 복잡한 현대 사회를 기술할 수 있는 새로운 시공간 개념의 예가 된다. 시간 속의 공간, 공간 속의 시간, 인식의 공간 및 시간, 경계의 공간 및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사이 공간'은 그러나 미지의 세계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시간과 공간이다. 따라서 이 개념은 철학, 사회학적인 광범위한 문제를 다루는 데 사용되기도 하겠지만, 지극히 사소한 이야기가 지니는 현실과 가상의 기억의 파편들과 같은 개인적인 영역들을 포함한다.

사이 공간들_2005
사이 공간들_2005

이 전시는 프린트와 미디어라는 매체상의 공통점을 제외하곤 매우 다양하게 작업하는 여러 작가들이 '사이 공간'에 대한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들을 탐구하고 작업한 결과이다. 주제에 대한 작가의 접근방식과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본 전시는 마음의 사이 공간, 일상과 낯설음의 사이, 헤테로토피아의 공간, 풍경으로서의 사이 공간 등 4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진다. 우선, 내부와 외부를 잇는 사이 공간으로서의 마음과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내면의 표현과 다중적 상징들을 묘사하는 '마음의 사이 공간(inter-spaces of mind)'을 표현한 작가들로는 정운숙, 허정원, 김현희, 오미현, 김홍식, 박성연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사진기록을 연속적이되 무질서한 방법으로 배치하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단편과 연결, 실제와 상상, 긍정과 부정, 희망과 절망 사이의 부분들을 그려내거나, 작가 주변의 사소한 사물들과의 대화를 시도하듯이 사진을 찍고 그것을 디지털 프린트 하여 작업하기도 한다. 또 육체가 사회적 인식의 틀 속에 존재하면서 원래의 형태를 굴절시키게 되는 모순을 그리기 위해 소리 지르는 사람의 얼굴을 클로즈업시키고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소리가 결국 깨지는 상태를 그래픽으로 형상화하기도 한다. 또한 도시의 일상생활을 촬영, 단편화, 해체시킴으로써 군중 속에서의 고독과 소외감, 소통의 부재를 통해 마음의 사이공간을 그려낸다.

사이 공간들_2005
사이 공간들_2005

가장 친숙하고 편안하여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일상의 공간과 사물들을 낯설게 만들거나 혹은 다른 시각에서 보기를 시도하며, 그럼으로써 그 일상에 대해 새롭게 인식적인 접근을 하는 두 번째 그룹이 있다.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vre)는 실체 없는 진리인 철학적 소외와 진리 없는 실체인 일상적 소외를 대응시킨 바 있는데, 반복으로 이루어지는 일상의 하찮음은 보잘 것 없지만 견고한 것으로 우리에게 중압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노승복, 이주은, 이진영, 김현숙의 작품에서처럼, 지하 작업실에서의 반복적 일상과 낯설음이 서로 교차하며 축적된 것들을 지루하고 반복된 영상으로 편집함으로써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거나, 천정에 매달려 흔들리는 오목렌즈 혹은 볼록렌즈를 통해 변형된 우리 자신의 모습과 주변의 공간을 보게 만든다. 이 경우 일상적이고 친숙한 반복 속에서 갑자기 불안감과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심리 현상인 두려운 낯설음 즉 언캐니(uncanny)의 감정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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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그룹은 완벽한 이상향으로서 우리가 꿈꾸고 원하는 곳이지만 사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와 대립되는 공간 개념, 즉 우리의 역사와 삶 속에 분명히 존재하는 공간이지만 실제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부정되고 소외되어 있는 공간 개념인 헤테로토피아를 다룬다. 헤테로토피아는 미쉘 푸코(Michel Foucault)가 "다른 공간에 대하여(Des Espaces Autres)"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시간이 쌓여 있는 장소, 항상 있지만 고정되어 있지 않은 공간,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며 서로를 소외시키기도 하고 관통하기도 하는 장소를 말하는데, 그가 이 글에서 거울을 예로 들어 설명했듯이 헤테로토피아는 "표면 뒤에 열려 있는 비실재적이고 가상적인 공간에서 내 자신이 없는 나를 보며, 내가 없는 곳에서 나를 볼 수 있는 나는 내가 없는 바로 저 곳에 있게 되는 그런 곳"이다. 문자로 되어 가두어진 의학서적 속의 지식과 실행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박지은의 작품과, 불면의 상태가 경험하게 하는 죽음과 꿈, 실제의 삶과 가상의 관계를 사물과 공간의 몽환적인 관계로 나타내는 최원정의 작업, 도시의 공간을 찍은 다음 화면에 자신의 이미지를 넣어 가상공간 속에 또 다른 나를 표현하려는 임선희의 작품,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오브제의 영상을 투사시켜 관람자가 지나갈 때마다 바뀌게 하여 공간과 시간 자체를 혼동시키는 김영미의 작품 등을 헤테로토피아의 개념과 연관지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실재와 가상 사이에서 개념적으로 존재하지만 모호하고 불안정하며 쉽게 정의되지 않는 그런 공간들이다.

사이 공간들_2005

마지막으로 풍경으로서의 사이 공간은 풍경을 기록하되 사실적인 묘사가 아니라 작가의 기억과 마음 등 내면에 떠도는 풍경들을 포착하여 기록하거나 주위의 도시풍경을 낯설게 만드는 작업들이다. 정경미, 성유진, 김연숙의 작업에서처럼 절망과 희망의 감정을 파편화하거나, 시간의 흐름과 시공을 초월해 기억의 축적을 펼쳐 놓은 풍경들, 그리고 도시의 거리와 건물들에 대한 작가의 새로운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풍경들이 여기에 속한다. '사이 공간'은 전시를 초월하여 광범위한 영역에서 그 개념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이다. 우리는 이번 전시에서 4개의 소 주제를 따라가면서 사진, 회화, 비디오, 설치 등 작가들이 사용한 각각의 매체의 특징들과 더불어 '사이 공간들'의 다양한 표현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전혜숙

Vol.20050828b | 사이 공간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