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one looking for the world

고창선 개인展   2005_0902 ▶︎ 2005_0913

고창선_Beauty and the ordinary man_비디오 인터랙티브 영상설치 CC카메라, max/msp jitter 프로세싱, mix media, 빔 프로젝터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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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902_금요일_05:00pm

조흥갤러리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62-12 조흥은행 광화문지점 4층 Tel. 02_722_8493 www.chohungmuseum.co.kr

보다갤러리와 브레인팩토리에서 열렸던 고창선의 지난 개인전의 제목은 'something around'였다. 세번째 개인전이 될 이번 전시에는 'someone looking for the world'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그가 즐겨 사용해온 'something' 혹은 'someone'이라는 단어들에는 불 특정한 대상, 아직 확고하게 형성되지 않았으나 앞으로 만나게 될 대상들에 대한 기대가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대상들은 거대하지 않은 사소하고 소박한 일상 가운데 만나는 작은 것들, 그러나 미지의 대상이기에 가벼운 기대와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들이다. 때로는 사물일 수도 있고 때로 사람일 수도 있는 이러한 존재와의 만남은 고창선의 작품에서 지속적으로 중요한 테마가 되어왔다. 무작위 하게 벌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우연하게 일어날 수 있는 만남에 대한 그의 관심은 관람자와의 마주침 자체를 작품 속의 중요한 '사건'으로서 수용하고 있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한 장치들을 통해서 구현되어왔다. 관람자가 입장하면 오르골 소리가 울리면서 조명이 밝혀지는 장치라던가, 발판을 밟으면 작가의 모습이 나타나도록 고안된 비디오 작업, 관람자가 앉은 흔적을 그대로 남기는 의자와도 같은 요소들은 작품과 관람자와의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전시장 안에서의 일상적 사건'에 대한 기록이다.

고창선_나에게 말해봐!_인터랙티브 설치_웹 카메라, c++ 프로세싱, 마이크, 혼합매체, 빔 프로젝터_2005

고창선이 지향하고 있는 일상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만남이라는 것은 집요한 인연이라던가 운명적 필연성, 치열한 접촉과도 같이 감정적인 동요를 수반하는 만남과는 다른 미미하고 소소한 것이다. 그는 일상의 경계선에서 살짝 이탈한 노선을 견지하면서, 일상의 지난함이나 끈적함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둔다. 그러나 그 거리는 소외나 권태를 유발할 정도의 거리감이 아니라, 일상의 반복성을 음악처럼 경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거리감이다. 근작들에서 이러한 특성은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Fantastic Plastic Machine)'의 펑키한 리듬과 더불어 지극히 평범한 주변의 정경들이 보여지는 비디오 작업들에서 명확하게 부각된다. 그 안에는 지하철 안에서 졸고있는 사람, 신문을 보는 사람, 버스 안에서 노선을 확인하는 사람, 서로 이야기하는 사람 등 우리가 매일의 생활 속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정경들이 펼쳐진다. 여기서 고창선은 자신의 삶의 일부이기도한 이러한 모습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관찰자의 역할을 견지하고 있다. 그가 바라보는 장면들은 노래의 리듬에 맞추어 흘러가며 클라이맥스에서 잠시 멈추었다가는 다시 움직이면서, '일상적 드라마'의 기승전결을 구성한다.

C고창선_일상(소중하게 바라보다)_영상설치_2.5inch LCD, 쿠션, 헤드폰 셋_00:04:50_2005_왼쪽 C고창선_버스_영상설치_2.5inch LCD, 쿠션, 헤드폰 셋_00:04:34_2005

최근 고창선의 시선은 일상의 사건을 구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으로 집약된다. 전시 제목이 'something'에서 'someone'으로의 이행했다는 점은 고창선의 근작들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변화를 암시한다. 브레인팩토리에서의 보여진 「베니스나가다」와 같은 작품이 제도적인 예술계에서 약간 비껴있는 존재로서의 냉소적 자의식과 더불어 거대담론이 아닌 일상 자체를 작업의 범주로 삼고자 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면, 최근작들에서는 일상을 구성하는 평범한 사건들 속에 있는 작가 자신의 위치를 긍정하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만남 들을 흥미롭게 기대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가 지금 서있는 자리에 대한 보다 확고한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전시 작품 중 하나인 「Standing in Myeong-dong」에서는 사람들이 매우 빨리 이동하는 명동 한복판에서 작가가 사람들의 속도와 무관하게 아주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이 등장하고 있다. 시스템과 제도로 형성된 좌표 위 어느 지점에서부터 또 다른 지점으로 정신 없이 이동하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그는 눈에 띠게 느린 템포로 홀로 걸어간다. 이동하는 사람들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또박또박,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움직이고 있는 작가의 모습은 사회 속에서 느리고도 의미 있게 움직이는 존재, 시스템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동시에 그 경계 위에 머물러있는 존재로서의 예술가의 위치에 대한 자각을 읽을 수 있게 한다. 목적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는 패턴 속에서 쉽게 놓쳐버리는 작은 것들을 인식하고 그것과 더불어 살아가는 관점을 제안하면서, 고창선의 작업은 일상적 사건들의 주인공으로서의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고창선_Standing In Myeong-Dong_영상설치_7inch LCD, 쿠션, 헤드폰 셋, 쌍안경_00:03:53_2005

이번 전시에서 고창선은 관람자가 무릎을 꿇거나 엎드리는 등의 자세를 취하고 집중해서 들여다보아야만 비디오 작업을 관람할 수 있도록 설정하고 있다. 이는 거창할 것 하나 없는 일상을 은밀하고 특별한 장면들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바라보게 함으로써, 평범한 것들을 평범성 그 자체와 분리시키고 평범한 것이 곧 진부함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만드는 장치들이다. 「You so sexy」는 관람자가 엎드려 누워서 모니터를 들여다보게 되어있는 작업인데, 모니터에는 관객 자신이 누워있는 '섹시한' 뒷모습이 실시간 영상으로 보여짐으로써 코믹한 정황을 만든다. 「Beauty and the ordinary man」에서는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관객의 모습이 역시 실시간 영상으로 클로즈업되어 왜곡된 이미지로 보여지기도 한다. 「나에게 말해봐!」는 실시간 음성을 인식하는 센서를 사용하여 관람자와의 상호소통을 좀더 강화시킨 작업이다. 입구로 들어오는 관람자의 모습이 웹 카메라로 저장되고, 마이크로 전달된 관람자의 음성이 센서역할을 하여 저장된 이미지가 화면에 출력된다. 두 명의 관람자가 각각 좌우의 마이크를 사용하면 저장된 이미지들이 프로젝터 위에 좌우로 번갈아 분배되면서 마치 대화를 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된다.

고창선_You so sexy_영상설치_7inch LCD, 카펫, 쌍안경, CC카메라_2005

고창선의 작품들을 형성하는 주요한 축이 되는 기계적이고 키네틱한 요소들은 일상적 시간 속에서의 만남이라는 모티프를 관람자와의 상호관계를 통해 보다 능동적으로 재현하는 장치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고도의 테크닉을 지향하기 보다 다분히 인간적인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다. 기계장치의 무거움은 그의 작품에서 아날로그적인 인터액티비티로 변화되면서 좀더 가볍고 펑키한 색조를 띠게 된다. 그것은 화창한 날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안녕하십니까?"라고 웃으며 스쳐 가는 것과 같은 가벼우면서도 따뜻한 소통을 지향한다. 관람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전시장 안에서 일어나는 사소하고 어딘지 우스운 사건들은 반복적인 패턴 속의 일상이 실은 새로운 만남에 의해서 언제나 열려있으며, 우리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해 필요한 소통이라는 것이 실상 그다지 무거운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니라는 점을 주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 이은주

Vol.20050830b | 고창선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