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Plant Container

구성연 사진展   2005_0901 ▶︎ 2005_0913

구성연_화분 시리즈_컬러 인화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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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901_목요일_05:00pm

프로젝트 스페이스 집 서울 강남구 신사동 534-14번지 가로수길 Tel. 02_3446_1828 / 1938 www.projectspacezip.com

프로젝트 스페이스 집 2005 기획초대전후원_한국문화예술진흥원_달링아트재단 실험적인 대안공간 프로젝트 스페이스 집에서 사진작가 구성연을 초대하여 오는 9월 1일부터 9월 13일까지 약 2주에 걸쳐 공간을 잠식해버린 덩굴식물을 테마로 한 '화분' 展을 선 보입니다.

구성연_화분 시리즈_컬러 인화_2005

사진작가 구성연의 지난 정물사진들을 살펴보면, 탐스러운 음식위에 유리조각 혹은 나비를 장식해서 사진으로 재작업을 하거나 장인적인 작가의 섬세한 손길이 거쳐간 모래조각으로 오브제를 재연하여 사진이라는 매체로 다시 옮기면서 자연의 귀소와 기억의 영원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마치 사진이란 기억의 불멸을 꾀하느라 찰나의 현존을 희생하는 것이라 했던 어느 소설의 구절이 딱 들어맞는다 싶었던 작업이었다. 물론 그녀의 작품들은 피사체에 근접하여 촬영하는 기존의 방식에 결코 순응하지 않고 새로운 장르와 결합하여 끊임없는 새로운 도전을 계속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구성연_화분 시리즈_컬러 인화_2005
구성연_화분 시리즈_컬러 인화_2005

작가의 다섯번째 개인전인 본 전시는, 동화 '재크와 콩나무'처럼 재크가 시장에서 암소와 바꿔온 콩알 하나가 어느날 자고 일어나보니, 지붕을 뚫고 하늘까지 뻗어올라 가버렸다는 이야기와 유사한, 인간의 공간을 잠식시켜버린 덩굴식물의 이야기이다. 실제로 프로젝트 스페이스 집은 마당이 있는 2층 양옥집의 구조를 지녔기에, 지난 봄부터 담쟁이 덩굴들이 스물스물 기어올라가더니 마침내 이 여름 온 마당 담벼락을 본래의 벽 색깔이 기억속에서 가물거리도록 에워싸 버렸다. 담쟁이는 벽에 발을 내려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번식해가며 자신의 공간을 확장해 나간다. 외부에서 바라보기엔 무성한 것이 아름다우나, 그 무성한 식물들을 자기공간으로 가지고 들어왔는데, 인간의 생활을 침범하고 심지어 인간이 컨트롤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버렸을 때, 우리는 결국 경외감을 넘어선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뿐만 아니라 '관상용'이었던 자그마한 화분이 어느 날 잠에서 깨어 눈을 떴더니 온 집안을 가득 메워버린 식물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이 상황은 다시 말해서, 자연은 인간에게 정복해야 할 대상이었는데 예상을 뒤엎고 정복당해 버렸을 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아찔함과 당혹스러움의 극치이다.

구성연_화분 시리즈_컬러 인화_2005

그러나 여기서 작가가 말하고픈 솔직한 심정은, 그렇기 때문에 발칙한 자연에 대한 노여움이 아니라, 인간은 그 앞에 한낱 보잘것없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자연을 소유하고 통제하려 하는 철없는 욕심과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 하는 무모한 욕망을 '화분'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전시제목이 '잘 자라는 식물'이 아닌 식물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 작은 '화분'인 것이다. 실제로 전시장에는 화분이 드러나는 사진은 입구에서 보여지는 거대한 줄기를 왜소한 몸으로 가냘프게 견뎌내고 있는 작은 사진 하나 그것도 전체의 작은 일부분으로 간신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본 전시를 통해 작가는 담담한 어조로 이것은 일루젼도 판타지도 아닌 자연의 이야기를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이며, 이곳을 찾는 관객들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구성연_화분 시리즈_컬러 인화_2005
구성연_화분 시리즈_컬러 인화_2005

전시 공간은 음습한 지하 음지에서 조용히 번식시켜 온 집안을 정복해버린 덩굴식물에 대한 작가의 내러티브 구성에 따라 마치 연극세트처럼 변환된다. 프로젝트 스페이스 집 지하 공간에는 거대한 덩굴식물 설치를 통해 사람이 살지 않는 빈 공간에서의 생장과 번식에 대한 공포를 섬뜩한 느낌으로 예견할 수 있으며, 전시장 1층에서는 실제 공간이었음 직한 서재, 부엌, 거실, 안방, 화장실 등에서의 가상연출 사진으로 연출된다. 또한 설치되어가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애니메이션 기법을 통해 자연적으로 번식되어가는 듯이 보여주면서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공간에 소리없이 생장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경험하게 한다. 2층 공간은 1층에서 뻗어 올라온 무성한 덩굴식물로 공간을 잠재운다. ■ 손미란

Vol.20050901a | 구성연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