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드로잉

삼일로창고갤러리 개관기념展   2005_0901 ▶︎ 2005_0922 / 월요일, 추석연휴 휴관

삼일로창고극장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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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901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_박기묘_심현희_이승연_조진영

관람시간 / 12:00am~08:00pm / 월요일, 추석연휴 휴관

삼일로창고갤러리 서울 중구 저동1가 20-6 삼일로창고극장 2층 Tel. 02_319_8020 www.changgotheatre.com

어쩔 수 없는 드로잉 ● 여기 네 명의 작가가 있다. 이승연, 박기묘, 심현희, 조진영. 이들은 자신들 스스로 작가로 불리는 것이 아직은 불편하고 어색한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란 모름지기 이렇듯 저렇듯 해야 한다는 그 지극히 단순한 룰들을 본인들 스스로 견디지를 못한다. 하지만 또 곁에서 지켜보면 많은 시간 자기식의 관찰 방식을 만들고 사유의 행보를 하며 또 많은 시간을 작업에 열중한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자기가하는 행위가 작업이라는 테두리에 머물러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들이 작업을 하면서 작가라고 불리는 것이 불편한 까닭일 게다. ● 이 네 명은 모두 드로잉들을 한다. 드로잉을 하면서 드로잉 주변의 회화나 오브제를 꼼지락거린다. 그러고 보니 이들은 꼼지락 거리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꼼지락 거린다는 것은 활동범위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몸이나 손 또는 발을 조금씩 움직여 행동함을 지칭하는 것인데 보통 꼼지락의 범위처럼 이들 드로잉의 스트로크는 느리며 작고 가늘다. 병석에 누워서 겨우 한숨을 쉬는 병자처럼 이들의 드로잉도 그런 한숨을 뱉는 것 같다.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할 만큼의 호흡을 하고 그렇듯 천천히 그림을 그려나간다. 다소 자기치유적인 성격이 많은 드로잉들이다. 때문에 이들의 드로잉에는 본인들을 닮은 형상이 등장하며 느려 보이고 아파보이며 숨차 보인다. 때로는 명랑하고 때로는 들떠 보이는 경우에까지도 잔잔하고 가슴이 짠하다. 그래서 어쩔 때는 이들 드로잉을 보는 게 고역 일 때도 있지만 느린 행보로 움직이는 이들 드로잉은 분명 혁신적인 스타일이나 빠르게 변하는 미술 지형의 맥락에서 보면 당연히 강한 대비로 다가오고 그래서 또 눈길을 잡는다. 말하자면 이들의 드로잉은 단순히 미술사적 영역에서의 드로잉이라기보다는 드로잉자체가 작가의 태도처럼 보이며 빠르게 진행되는 contemporary art의 관성을 붙잡아 주저 앉히는 것 같다. 그러고는 다시 고전적인 어법으로 뻔 한 미술의 고민을, 뻔 한 그림그리기의 고민을 다시 하게하면서 contemporary art로 하여금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 같다. 이들은 각기 자신들이 선택한 태도의 툴로써 드로잉을 한다.

위◁ 이승연_망설이다_종이에 꼴라쥬_29.5×21cm_2004 위▷ 이승연_어딜 가시나_종이에 아크릴 채색_26×21cm_2005 아래◁ 이승연_기대서다_종이에 아크랄 채색, 연필_29.5×21cm_2005 아래▷ 이승연_가다_종이에 아크릴 채색_26×21cm_2005

이승연은 꾸준히 자기연민에 둘러싸여 불쌍한 드로잉을 위로한다. 작업의 가장 원초적인 태도인 연민은 스스로를 지치게 하고 힘들게 할 것이 분명 한데도 불구하고 드로잉으로써 위로 받고 거기서 작은 성취감들을 이루어나간다.

박기묘_하트_종이에 연필 드로잉_150×214cm_2003~2005

박기묘는 드로잉의 결과보다는 드로잉 적 과정 즉 그 유연한 시간성과 변화무쌍한 가능성에 기대어 드로잉을 한다. 신념처럼 무장된 행위의 반복과 그 반복이 집적해 놓은 파편의 아우라들이 보는 사람을 오히려 숭고하게 만든다.

심현희_얽히고 맞물림_종이에 유채_80×60cm_2004
심현희_머리감기_종이에 유채_25×30_2004
심현희_냉정과 열정사이_종이에 붓펜_25×30_2004

심현희는 상대적으로 다른사람들 보다는 미술에 대한 직접적인 고민을 드로잉을 통해 드러낸다. 작업에 대한 고민을 작업으로 풀어놓기란 어찌 보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처럼 부끄러운 일인데도 불구하고 당당히 고민하고 접근하며 피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심현희의 드로잉을 보고 있자면 손가락을 깨문 듯 아프지만 당차 보인다.

조진영_drawing1_종이에 드라이포인트_39×54cm_2004
조진영_drawing2_종이에 드라이포인트_39×54cm_2004
조진영_drawing3_종이에 드라이포인트_39×54cm_2004

조진영은 항상 그녀의 말처럼 그냥 드로잉을 한다. 겸손한 것이 아니라 그녀는 정말 자신이 그림을 못 그린다고 생각하면서 매일 그린다. 그래서 조진영은 그림을 그린다는게 그냥 생활같아 보이고 그런 어눌한 그녀의 태도가 그녀의 내공을 만든다. 칼바람이 부는 무림에서 그녀의 내공은 특유의 무관심적 내공으로 견디어 낼 것이다. ● 이들은 정말 어쩔수 없이 드로잉들을 한다. 타고 날 때부터 갖고 있는, 영원히 타인과는 공유할 수 없는 영역 때문에 낯설음을 느끼고 남들과 소통한다는 심현희의 말처럼 어쩔수 없이 드로잉을 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의 태도는 생태적인 부분의 영역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생태적 영역이든 환경적 영역이든 간에 이들의 드로잉은 작업의 형식이라기보다는 이들이 작업을 대하는 태도로써 이루어졌다는 사실 때문에 이들한테는 진정한 영역인 것이다. 절대 사소하지만은 않은 어쩔 수 없는 드로잉인 것이다. ■ 김월식

Vol.20050905b | 삼일로창고갤러리 개관기념展